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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창업 자본금은 묻어두는 돈이라고 전해라~

마흔넷에 퇴사한 장미 씨의 회사 창업기(3) 초기 창업 자본비용

존버 정신에 입각한 생계형 창업기 세 번째 이야기는 초기 창업 비용과 자본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늘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에, 사실 사업이 더 중요하냐 생계가 중요하냐고 누가 묻는다면 "생계"라고 힘주어 답합니다. 저는 월급쟁이 생활을 그만두고, 내 힘으로 가족이 큰 무리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돈을 벌어내는 모든 분들이 최고의 사업가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1인기업이든, 프리랜서이든, 개인사업자로 불리든 말이죠. 식구를 책임지는 자세야말로 사업하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초기 창업비용을 정말 최소한으로 잡아야 했습니다. 퇴사하고 내 일을 시작하면서 몇몇 선배들이 새로운 일을 소개해주었고, 그 덕분에 퇴직금을 까먹지 않는 상황으로 바로 일을 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본금이 있던 것은 아니었거든요. 당시 저는 적금 0원, 보험 0원에 학자금 대출비, 카드빚 몇 백 등에 허덕이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치와 투자 실패 이런 것은 아니었고요. 가족들의 연이은 사업 실패 이후 후처리와 생활을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그래서 저는 정말 사업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옆에서 실패하는 사람을 너무 많이 보다 보니, 더더욱 사업은 할 게 못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부끄러운 제 고백을 하는 것은, 정말 아무것도 없이 어떻게 사업을 시작했는지를 솔직히 말씀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생계형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 중에는 이렇게 저처럼 마이너스부터 시작하는 분들도 적지 않을 것 같아요.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서 필요한 창업비용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고, 어느 정도가 최소인지 알아볼까요?


초기 창업자금은 최최최소로 잡아라


만약 독립과 사업을 꿈꾼다면, 생활비 외의 자본금을 따로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퇴직금은 최후의 생활비이므로 절대 손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죠? 미리미리 적금이라도 들어서 자본금을 모아놓는 것이  필요합니다만, 사람일이 그렇게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창업을 하면 바로 창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곳도 많지만, 막상 신청하려면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고, 사업 계획부터 상환 능력까지 꼼꼼하게 체크받습니다. 그렇다고 비싼 이자를 물어가며 초기 자본금을 대출받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이자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다면 첫 창업의 규모는? 내가 갖고 있는 돈 안에서 해결하는 것이 해법입니다. 누구는 한 푼도 없을 수도, 누구는 100만 원이 있을 수도, 누구는 1000만 원 1억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생활비 빼고 내가 쓸 수 있는 돈 만큼이 바로 첫 창업비용입니다. 이때 기준은 3개월을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10만 원 미만으로 창업을 하려면, 명함을 잘 만들어야 한다!


3개월 운영자금이 설마 10만 원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즉 버는 돈은 모두 생활비로 써야 할 때는 창업자금이 그냥 없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남는 돈은 창업자본금을 모아야 하고요.

사업할 때 가장 먼저 만들어야 할 것? 다들 아시겠지만, 명함입니다. 일단, 명함을 새로 파서 일을 찾고,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명함은 초기 그 사람을 대변해주는 브로셔이자 회사소개서입니다. 보통 명함 한쪽에는 회사명과 이름, 연락처 등이 들어갑니다. 사람들은 작은 기업인 우리 회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아직 모릅니다. 그래서 첫 명함에는 보통 자신이(회사가) 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을 적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명함을 전달하면서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할 수 있지요.


예전에는 저도 명함을 광고지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요. 안 예뻐서.... 내 사업을 시작하니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어요. 물론, 사진에, 경력에, 수상경력까지 빡빡하게 써 놓을 필요는 없습니다만 - 오히려 이럴 경우 실력보다 더 크게 자신을 포장해놓는 것 같아서 저는 상대방에 대한 반대의 선입견이 생기기도 했어요 - 적어도 1인 기업인, 작은 회사인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는 정확히 적어놓아 주세요.


그리고 나머지는? 최대한 안 써야 합니다. 일단 0으로 수렴할 수 있는 것이 좋습니다.


즉 선후배에게 빌붙어서라도 사무실 비용을 줄이고, 고정 지출비를 줄여야 합니다. 책상 하나만 놔달라고 방긋 웃고 부탁할 수 있는 깡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웬만한 실무는? 그냥 내가 다 할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하루라도 더 버틸 수 있습니다.


자존심이요? 카드빚져서 허덕이는 것보다 지금 눈치 보면서 자금을 아끼는 게 더 낫습니다. 돈이 없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평생 빌붙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본금 모을 때까지만이잖아요?

눈칫밥 먹다 보면 더 빨리 아껴서 진짜 나만의 공간에 가고 싶어 집니다. 눈칫밥의 순기능이라고 할까요^^;;



100만 원으로 할 수 있는 건, 법인 설립비? 아니면 비즈센터 계약


자신이 갖고 있는 자본금에 따라 회사의 형태가 많이 달라집니다.


사업자는 크게 개인사업자와 법인사업자가 있는데요. 개인사업자는 사업자등록증을 낼 주소만 있으면 가능하지만, 법인사업자는 법인 설립을 하고, 등기를 하고, 주주를 뽑고, 법인 설립 자본금이 필요합니다. 아, 등록세에 세금도 내야 하고요. 뭔가 많아서 사실 혼자 일일이 하기가 힘들다 보니 법인 설립 전문 회사에 의뢰를 하게 되는데, 그 비용이 얼추 50만 원에서 100만 원 선입니다. 물론 사무실비는 따로 들어가죠.


개인사업자의 경우 집 주소로 사업자등록증을 내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때는 본인 명의의 집이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사무실 계약서가 필요합니다. 사무실만 필요한 프리랜서라면 사무실 셰어를 해서 사용해도 됩니다만, 이 경우 사업자 설립에 필요한 사무실 계약서를 작성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부터 세금계산서 때문에 사업자등록을 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독립 후 6개월 정도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자본금과 사무실 비용을 모으는 것이 좋습니다. 사업자 등록증을 내는 이유가 부가세를 돌려받기 위해서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생각보다 부가세 공제가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부가세는 내 돈이 아니라 세금이라는 것을 모르면 나중에 부가세 폭탄으로 당황하게 됩니다.


저도 처음 3개월은 사업자를 내지 않고 프리랜서로 활동했습니다. 자유직의 장점은 일이 있다면 원하는 만큼 늘릴 수 있는 것이죠. 3개월 동안의 제 목표는 생활비 + 사무실 보증금을 마련하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제 생각보다 좀 더 빠르게 사무실이 필요했습니다. 사업자등록증을 내려면 사무실 계약서가 필요했기 때문이어서요. 물론 자기 이름의 집이 있으면 가정집 주소로도 사업자등록이 가능합니다만, 고민 끝에 저는 사업자등록이 가능한 1인 사무실을 구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공유오피스를 찾아보았습니다. 1인 스타트업이라면 그래도 공유오피스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여기도 허들이 만만치 않더라고요. 싼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안 쌌습니다.


아무리 혼자서 한다고 해도, 회의할 공간은 필요했고, 급할 때 같이 일할 친구의 책상 하나 정도는 더 필요했습니다. 2개의 책상과 그래도 독립된 공간이 필요했는데, 월세가 VAT 포함하면 60~70만 원 선이더라고요. 그 돈이면.... 한달 생활비 1/3인데... 매달 70만원을 월세로 버린다? 아이고.... 일단 패스!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오보다는 실리! 


그다음으로 알아본 곳이 비즈센터입니다. 살펴보니 공유오피스의 딱 반 가격이었습니다. 보증금은 한 달치 선월세. 30만 원. 그리고 월세 30만 원.


아! 매달 30만 원.

그래도 전기세 수도세 더 안 내도 되고, 눈치 안 보고 밤 새도 되고, 그래도 회사 주소가 생기게 됩니다. 그 정도면.... 아껴서 살면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공유오피스 포기해서 남는 돈 30만원은 차라리 모아서 자본금으로!! —> 실제로는 변한 게 없는데, 이렇게 마음 먹은 것 만으로 왠지 돈 번 느낌이 듭니다... ㅎㅎ)


남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처음 사무실을 계약하고   내 자리에 앉았을 때는 약간 감격적이었어요. 그때까지 저는 늘 다른 분들의 사무실에 얹혀살았었거든요. 눈치 없는 저 때문에 좋은 마음으로 공간을 나눠주시던 분들이 고생이 많으셨죠.ㅠㅠ 정말 모두 감사할 따름입니다. 첫해 겨울을 그렇게 비즈센터에서 보냈습니다.


1000만 원의 자본금은 회사 운영자금이 아니었다!


그리고, 독립한 지 5개월. 드디어 돈이 모였습니다. (매월 모으기는 힘들었고, 미리 일해둔 잔금이 12월 말에 목돈으로 들어왔어요) 일주일에 3-4일 밤새가며 일해 모은 돈 1000만 원. 제 첫 자본금입니다.


그런데, 이 자본금은 어떤 돈?

네~ 못쓰는 돈입니다.

네~ 묻어두는 돈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사무실을 계약하려면 보증금이 필요한데요. 그 보증금이 보통 1000만 원입니다.

사업 운영자금이 아니라. 공간에 묻어두는 눈먼 돈이라는 의미죠.

적어도 사무실을 늘리려면 자본금 1000만 원에 3개월치 월세와 운영비 정도는 마련해야 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조금 아쉽지만 비즈센터에서 계속 있는 것이 답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사무실을 마련하려면 디폴트로 들어가는 돈이 많습니다. 이사만 하더라도 사무실을 마련하려면 복비, 이사비, 집기 구입비 등등 부대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 돈이 모자라다면? 일단 아쉬운 대로 존버가 답입니다. 초기 자본금을 계산할 때는 이렇게 숨어있는 지출이 정말 많은지 계산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늘 예상보다 더 많은 돈을 쓰게 되지요.


사업을 하면서 배운 것은, 내 욕심보다 현실은 한 단계 낮춰 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야 안 무너집니다.

"할 수 있어?"라고 물었을 때, "할 수 있어."라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섣불리 규모를 늘리는 것은 위험합니다.  


뭔가 돈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짠내가 풀풀 나네요^^;; 하하. 워낙 없이 시작해서 벌어가면서 하나씩 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달까요? 아! 쓰고 보니 정말 쪼잔한 창업기네요. ㅎㅎ


여러분은 지금 벌어가며 늘려가는 작은 사업체의 이야기를 읽고 계시는 중입니다. 다음에는 이렇게 돈 없는 와중에서도 제가 포기할 수 없었던 한 가지를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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