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시멜로 이야기>를 아시나요? 약 20년 전쯤 중딩이었던 제가 읽고, 지금도 잊지 못하는 책입니다.
책에는 간단한 실험이 나오는 데, 어린아이에게 마시멜로를 주면서 15분만 참으면 2개를 주겠다는 약속을 합니다. 그리고 15분간 아이는 달콤한 유혹과 고통스러운 인내 사이에서 엄청난 고민을 합니다. 실험의 결과는 유혹을 견뎌 더 큰 보상을 얻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인간관계, 자기 관리 등을 더 잘 해낸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은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마시멜로 이야기는 이상하게 아직도 제 마음의 방에 크게 자리 잡고 있어요.
매년 새해가 오면 다짐합니다. 열심히 운동해서 살도 빼고, 식단도 조절하고, 영어 공부도 해야지. 다이어리는 매년 새로 바뀌는데 목표는 매년 같아요. 작년에 이루지 못한 목표를 올해 또 적어 넣습니다. 1년을 또 그냥 흘려보내 버렸구나, 작년의 나를 반성하며 괴로워합니다. 나이가 들어도 매년 똑같아요. 나는 한 살 더 먹었는데 목표는 작년과 변한 것이 없어 우울해집니다. 나이만 먹는 게 억울하기도 하지만 인정하기로 합니다. 작년엔 눈앞의 마시멜로를 너무 많이 먹어버렸다고.
과연 2025년에는 어떤 삶을 살아낼까요? 늘 그렇듯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어버리고 순간의 행복을 찾을까요? 마음속<마시멜로 이야기>를 다시 꺼내봅니다. 올해는 조금 달라져 보기로 합니다. 흘러가는 순간에 인내를 새겨 넣기로 했습니다. 흐르는 순간에 과정을 새기기로 했어요. 하기 싫고 고통스러울 때마다, 이 순간의 조각들이 모여 반드시 멋진 파노라마를 만들어 낼 거라고 기대하기로 했습니다. 눈앞의 마시멜로를 참으면 2개가 된다는 사실을 단단히 새기기로 했어요.
특히 올해는 "관계"에도 마시멜로 이야기를 본격 대입해 볼 예정입니다. 허지웅 작가의 <살고 싶다는 농담>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나와 내 주변의 결점을 이해하고 인내하는 태도는 반드시 삶에서 빛을 발한다. 그걸 할 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삶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요즘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입니다. 살다 보면 가족, 친구, 애인 등 나의 관계에도 질리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어린 시절의 저는 힘든 관계는 손절해 버렸습니다. 회피가 가장 쉬운 방법이니까요. 하지만 35살의 어른이 된 지금은 다릅니다. 끝내는 것만이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 나의 사람들은 분명 힘든 순간에 나와 함께 해줄 것이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무조건적인 지지와 사랑을 보내주리라는 것도요. 아무리 질리고 짜증이 나도 제가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진리라는 것도요. 그렇기에 올해는 인내하고 포용하는 태도를 길러보기로 했습니다.
발리 여행에서 만난 호주 아저씨 피터가 이런 말을 해주셨죠. "쓰다 후에 달다!" 맞아요. 고진감래는 만국 공통이었던 것이에요. 새해에는 열심히 인내하고 또 인내하는 삶을 살아내겠습니다. 꾹꾹 참아서 연말 크리스마스에는 차곡차곡 모은 마시멜로를 100개쯤 입에 욱여넣고 후기를 작성하는 미래를 꿈꾸면서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