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것 싫고, 비싼 것 싫고, 빨리 낫고 싶어요.

사람들은 기적을 원한다.

by 고기완


환자들은 한 번에 많은 것을 요구한다.

치료가 아프지 않게, 치료비용으로 돈이 많이 들지 않게, 그리고 가장 빠르게 해 주세요. 그 세 가지를 동시에 환자들은 본능적으로 원한다. 나는 그것을 탓하지 않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인간인지라 내가 만약 아프다면 나도 환자분들의 입장이라면 그렇게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몸이 아픈 사람에게 인내심을 요구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이며 통증 앞에서 인간은 누구나 조급해지며 그것은 욕심이 아니라 본능이라 생각하며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35년 동안 진료실 안에서 그 환자들의 본능적 바람과 마주 앉아 온 나는 그 세 가지 요구하는 환자들의 말에 때로는 인간적으로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또한 지치기도 하고, 때로는 서럽기도 하며, 때로는 쓸쓸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임상의로 살아가야 하는 나의 운명이기에 달게 받아 드리기도 한다.


침이 무섭다는 사람들에게

처음 오는 환자의 절반은 문을 열기 전부터 침 공포증으로 두려운 표정으로 얼굴이 굳어 있다. "원장님, 침 너무 많이 아프죠?"


나는 웃으며 말한다. 모기보다 침바늘이 얇으니 걱정하시지 말라고 말하며 실제로도 그렇다. 한의원에서 쓰는 호침(毫鍼)은 머리카락 굵기와 비슷하다. 주삿바늘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그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그분들의 몸은 벌써 위축되어 벌써부터 긴장하고 경직이 되어 있다. 이불속에서 예방주사 맞으러 가던 어린 시절의 기억, 혹은 어디서 들은 침에 대한 무서운 이야기들 예를 들어 " 엄마 말 안 들으면 침놓다."는 어려서부터 받은 어른들의 침공포세뇌 교육으로 이미 몸보다 침에 대한 안 좋은 그 기억된 마음이 먼저 아픈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래전부터 첫 번째 침을 놓기 전에 꼭 한마디를 건넨다.

"긴장하면 더 아파요. 숨 한 번 내쉬어 보세요."


신기하게도 그 한마디가 실제로 통증을 줄이며 임상의학적으로도 사실이다. 긴장된 근육은 침에 더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내가 그 말을 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그 순간 잠깐이라도 그 환자분의 마음이 나를 향해 열리길 바라서이고 치료는 그 마음 열림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떤 분들은 그 열림을 끝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침 한 대 맞고, "역시 싫어요" 하고 다시 오지 않는 분들이 있으며 과거에는 그분들에게 나는 아무것도 해드리지도 못했고 나 하고 인연이 안 되는 분인가 보다 라며 스스로를 위로해야만 했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의 문을 두드릴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료실 문을 닫고 나서 나는 가끔 그런 분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지금 그 환자분들은 어디서 치료받고 계실까? 조금 더 설득하며 조금 더 기다릴 걸 생각했다. 지금 같으면 수년간 연구한 아프지 않은 침, 안 아픈 침, 편안한 침, 비침습 무통침을 연구하여 활용하였다면 요즈음 같아서 침 공포증 환자는 아프지 않은 <비침습 무통침>으로 치료하게 되기에 커다란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싸다는 말 앞에서

"한의원은 왜 이렇게 비싸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잠깐 침묵한다.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약은 비싸다. 건강보험이 되는 항목은 한정적이고, 첩약은 여전히 비급여이며 환자 입장에서 양방 병원 진료비와 비교하면, 체감 비용이 클 수 있다. 특히 한 달치 한약을 지을 때면, 어떤 분들은 처방전을 받아 들고 조용히 망설이기도 하며 그 망설임을 나는 알기에 외면하지 않는다.


수십 년 동안, 나는 형편이 어려운 환자에게 약값을 반으로 깎아준 적이 많이 있다. 원가도 안 되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했다. 그게 몇 번 반복되자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원장님, 그렇게 하시면 저희 한의원 운영이 될까요?" 나는 그 직원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한의원도 운영이 되어야 문을 열 수 있지만 약재값이 오르고, 임대료가 오르고, 인건비가 오르기에 나는 돈만 바라는 한의사는 아니지만 현실을 외면할 수도 없었다. 그 사이에서 나는 늘 불편하며 치료비를 받을 때마다 마음 한쪽이 너무 무겁다. 이 금액이 저 환자분에게는 얼마나 큰 무게일까? 한 달을 아껴 모은 돈일 수도 있고, 자식에게 손 벌린 귀중한 돈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나의 마음에 무거운 책임감이 짓누른다.


한 번은 나이 드신 어르신이 한약 봉투를 받아 들고 말씀하셨다.

"선생님, 이거 먹으면 한 번에 꼭 나아야 하는데."

그 말이 너털웃음으로 끝났지만, 나는 그 안에 담긴 무게를 새겨 들어야 했다. 그분이 꼭 나아야 한다. 그 돈이 그냥 나온 돈이 아니라는 뜻이기에 나는 그날 그분의 처방을 다시 들여다보고 또다시 들여다보며 조금 더 정확하게 하고자 처방을 신중히 적었다. 비싸다는 말은 때로 나를 더 좋은 의사로 만들기도 하는 것 같다.


빨리 낫고 싶다는 말 앞에서

이것이 가장 어렵다. "저 이번 주 토요일에 결혼식이 있는데, 그전에 허리가 좀 나을 수 있을까요?"

"다음 주에 중요한 발표가 있어요. 그때까지만요." "한 열흘이면 되죠?"


한의사 생활 35년이 넘어도 이 질문에 나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몸이 달력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말로는 설명하면서도 마음으로는 늘 환자들에게 미안하기 때문이다. 그분들의 결혼식과 발표와 열흘의 기다림이 얼마나 간절한지 나는 안다.


한의학은 본질적으로 치료 회복에 좀 느리다. 빠른 의학이 아니며 몸의 균형을 되찾는 데는 몸에 농사짓는 시간이 필요하다. 염증을 억제하는 게 아니라 몸이 스스로 회복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기 때문이기에 나는 때때로 솔직하게 말한다. "저보다 마취 통증의학과 정형외과가 더 빠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빠른 게 필요하시면, 거기 먼저 가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강력한 마취제나 진통제 호르몬제가 지금 당장 환자분이 원하시는 것 같습니다. "


이 말을 꺼낼 때마다 내 안에 작은 갈등이 생긴다. 환자를 보내는 것이 의사로서 옳은 일인데, 왜 이렇게 섭섭한지 아마 그것은 섭섭함이 아니라 두려움인지도 모르겠다. 이 사람이 빠른 치료를 받고 통증은 당장 사라지겠지만, 근본적인 몸의 이야기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은 나의 노파심의 두려움인 것 같다.



빠름에는 놓치는 것이 있다.

그것을 알면서도 말하지 못하는 날이 있다. 조급한 환자 앞에서, 고리타분한 치료의 철학을 꺼내는 것은 때로 사치처럼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빨리 낫게 해드리고 싶은 그 마음이 굴뚝같은데, 몸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고 환자와의 치료 현장의 현실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그것이 임상 한의사의 가장 오래된 현실적 슬픔인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나는 나를 필요하는 한분이라도 계신 환자분이 있으시기에 여전히 여기에 있다



아프지 않게, 돈 들지 않게, 빠르게 치유되길

나는 오늘도 이 세 가지를 환자들에게 현실적으로 모두 만족시키며 들어드릴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어떤 의사도 그 세 가지를 동시에 들어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환자들의 그 욕망을 나쁘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살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이며 더 건강하게, 더 오래, 더 아프지 않게 살고 싶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절박한 외침이며 바람이지 않겠는가?


나는 환자들의 그 바람 앞에서 매일 부족함을 느낀다. 더 빠른 치료를 해드리지 못해서, 더 싸게 해드리지 못해서, 더 편하게 해드리지 못하기에 그 부족함이 나를 35년 동안 책을 놓지 못하게 했고, 오늘도 새벽에 논문 하나 선배들의 처방전 하나라도 더 들여다보게 만든다.


환자의 욕망이 나를 더 나은 의사로 만들며 진료실 창문으로 오늘도 환자들이 지나간다. 어딘가 아프면서도 병원 문을 열기가 망설여지는 사람들과 비용이 걱정되어 참고 있는 사람들과 빨리 낫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는 그분들을 위해 오늘도 문을 열었고 완벽하지 않아도 되며 천천히 와도 되며 무섭다고 말해도 되며 비싸다고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 이 진료실은 완벽한 환자를 기다리는 곳이 아니며 아픈 사람을 기다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환자들은 나에게 이 세 가지를 요구하시지만 정말 나는 그 환자분을 위해 기도라도 해서 낫게 해 드리면 너무 좋겠다.



치료는 아프지 않게, 치료비용으로는 돈이 많이 들지 않게, 그리고 가장 빠르게 치료되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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