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人心性合一之圖에서 찾은 한의학의 근본
하늘과 인간, 마음과 본성이 하나로 합일되는 도식
오래된 그림 한 장이 있다. 조선 시대 성리학자들이 즐겨 그리던 도표인데, 제목이 꽤 길다.
天人心性合一之圖, <하늘과 인간, 마음과 본성이 하나로 합일되는 도식> 처음 이 그림을 보았을 때, 나는 한의사이기 전에 한 사람으로서 적잖이 이 그림에 압도되었다.
이 그림의 구조는 단순하다. 맨 위에 태극이 있고, 음양이 갈리며, 그 기운이 흘러내려 인간의 본성이 되며 중간쯤에는 마음이 있고, 마음 안에 감정이 피어난다. 그리고 도표의 좌우로 길이 갈리며 왼쪽은 욕망이 통제를 잃어 짐승의 상태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수양과 성찰을 통해 본래의 선함을 회복하는 길이다.
우리는 모두 처음엔 선하게 태어난다.
그림이 말하는 첫 번째 전제는 이렇다. 인간의 본성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이며
仁義禮智, <어짊과 의로움과 예의와 지혜 > 이것이 우리 안에 원래 있다는 것이다.
진료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이 전제가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통증을 안고 오는 분들, 만성 피로로 무너진 분들, 이유 모를 불안으로 밤을 지새우는 분들. 그분들 앞에 앉아 있을 때 나는 생각한다. 이 사람은 원래 건강했던 사람이고 지금 이 상태가 본래의 모습이 아니며 병은 낯선 것이 찾아온 게 아니고 본래의 상태에서 멀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치료는 무언가를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일이다.
감정은 죄가 없다, 방향이 문제이다.
이 그림의 중간에는 일곱 가지 감정이 등장한다. 喜怒哀樂愛惡欲-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사랑, 미움, 욕망. 이 감정들은 나쁜 것이 아니다. 그림은 한 번도 감정 자체를 악이라 부르지 않는다.
나는 이 대목에서 늘 가슴이 따뜻해진다. 분노하는 환자를 탓하지 않겠다는 마음, 슬픔을 안고 오는 환자에게 "왜 이렇게 약하냐"라고 묻지 않겠다는 다짐, 몸의 증상도 마찬가지이다. 통증은 몸이 보내는 신호이며 그 신호를 억누르는 것이 치료가 아니라, 왜 그 신호가 생겨났는지를 듣는 것이 먼저이다.
감정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길이 갈리며 욕망이 폭주하면 몸도 마음도 무너지고, 감정을 살피고 다스리면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도표는 이것을 存養省察이라 부르는데 다시 말해서 <마음을 보존하고 끊임없이 살핀다는 뜻>이다.
수양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진료를 하면서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원장님, 저 어떻게 해야 나아질까요?" 그럴 때 나는 침이나 한약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대신 이렇게 묻는다. "요즘 잠은 잘 자세요? 밥은 잘 드시고요? 가끔은 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 있는 시간이 있으신가요?"
도표의 오른쪽 수양의 길에는 <敬이라는 글자>가 있다. <마음을 바르게 한다는 뜻>인데, 그것이 어떤 모습이냐면 지금 이 순간을 흘려보내지 않는 것이다. 밥을 먹으면서 밥 맛을 느끼고, 숨을 쉬면서 숨이 들어온다는 것을 아는 것, 그게 수양의 시작이다.
병이 깊어진 환자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너무 오래 자신을 놓아버렸다는 것, 몸이 보내는 신호를 못 들은 척 지나쳤다는 것, 바쁘다는 이유로, 괜찮다는 착각으로 살아온 것이다.
수양이란 거창한 도를 닦는 것이 아니며 매일 조금씩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것이 쌓이면, 몸도 마음도 조금씩 본래의 자리를 기억한다.
몸과 마음은 하나이다
萬事出, 모든 일이 마음에서 나온다. 도표의 한가운데에 쓰인 이 문장이 나의 치료 철학 전부이다.
만성 두통을 가져오신 분이 알고 보니 수년째 말 못 할 스트레스를 안고 사셨고, 소화가 안 된다는 분이 무너진 관계 속에서 밥도 제대로 삼키지 못하고 있었고, 원인 모를 피로를 호소하던 분이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오래도록 외면해 왔다.
물론 침을 놓고 한약을 쓰지만 나는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안다. 몸을 치료하면서 동시에 묻는다.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사시나요?" 그 질문 하나가 때로는 어떤 처방보다 깊이 닿는다.
하늘과 하나 된다는 것
도표의 맨 마지막, 오른쪽 수양의 길 끝에는 參天地라는 말이 있다. 하늘과 땅과 함께한다. 인간이 완성되면 우주와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조금 거창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나는 이걸 아주 소박하게 읽는다.
내 몸의 리듬이 계절의 리듬과 맞닿고, 내 마음이 지금 이 순간과 맞닿는 것. 봄이 오면 봄처럼 살고, 밤이 되면 밤처럼 쉬는 것. 억지로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 그것이 건강이고, 그것이 치유이다.
나는 오늘도 진료실에서 기다린다. 몸이 아파서 오시는 환자들, 마음이 지쳐서 오시는 환자들. 그 환자들 앞에서 나는 늘 같은 마음으로 앉고자 한다. 당신은 원래 건강하게 태어났다는 것이고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몸을 치료하기 전에, 먼저 당신의 마음 방향을 함께 우리 같이 바라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