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회적기업 불나방 Mar 09. 2022

사회적기업학 석사과정을 관두고 남긴 기록

네 번째 이야기, 2년 간의 사회적기업학 석사과정 대학원 생활 후기

  나는 '사회적기업'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2015년 3월, 블로그를 개설했다. 배운 것을 까먹지 않기 위해 그리고 배운 것을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기록을 해나갔다. (비록 잘 나눠드리지 못했지만.) 


  처음엔 사회적기업 '공부'로 시작했으나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놀이'를 하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사회적기업에 대한 얕은 지식과 경험이 쌓여 '일'도 하게 되었다. 배우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까먹지 않기 위해 그리고 배우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여전히 잘 나눠드리지 못하지만.)

  

  '어떻게 하면 잘 나눠드릴 수 있을까.'


  내가 글을 잘 쓰면 자연스레 잘 나눠지겠지만 내가 글을 잘 쓰지는 못하므로,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활용하기로 했다. 블로그에 쓴 글 중 X글이 많지만, 그중 몇 개는 사람들과 나눴으면 좋겠다 싶은 글들이 있기에 그 글들을 브런치에 옮기기로 했다. (맞춤법 교정 및 문단, 단어 수정 有)


  글 선별 기준은 내 생각과 내 취향이다. 내 생각과 내 취향에 대해 큰 자신은 없기에, 소박하게 '브런치를 활용하여 글을 나누자!'라는 목적만 달성하고자 한다. 


  내 글을 읽은 당신이 이런 생각만 하지 않기를.


  '에이, 시간 낭비만 했네.'






[제목]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떠오른 경험



[작성]

2017년 1월 18일



[내용]

논문을 제외(썼지만 쓴 게 아닌 것이 된...)한 2년의 대학원 생활이 끝났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은 여전히 저를 얼마 동안은 침묵하게 합니다.


아주 예전에 군대를 갔다 왔을 때도, 대학교를 졸업할 때도, 직장을 그만뒀을 때도, 대학원을 수료한 지금도.


막막할 때마다 항상 과거를 돌아봅니다.


난 무엇을 하고 살아왔는지, 난 무엇을 좋아했는지. 

이런 것들과 관련된 기록과 기억들이 제게 힘을 줍니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오늘도 던졌습니다.

작년 초 영국을 다녀왔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때 가장 인상 깊었던 기관, '사회적기업가학교'.



언젠가는 이런 활동을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세히 기록해둔 것이 있었는데 찬찬히 읽어볼 겸, 블로그에도 남길 겸 옮겨봅니다. 



-



■ 방문 기관: 김재훈의 워너비, School for Social Entrepreneurs




■ 방문 내용 


  늘어만 가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쇼카 재단의 창시자 빌 드레이튼은 “더 많은 문제에 대한 단 하나의 해답은 더 많은 문제 해결사를 발굴하고 양성하는 것이다. 즉 ‘체인지 메이커’가 많아질수록 더 빠르게 세상은 더 가치 있게 변하게 된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사회 문제 해결사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그들이 활발하게 활동한다면 사회문제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사회 문제 해결사들을 어떻게, 제대로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영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사회적기업가를 위한 교육을 진행하는 기관, 2015년 기준(누적) 15000 여개의 사회적기업을 배출한 기관인 'School for Social Entrepreneurs(이하SSE)'를 방문하였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해외를 나가본 저는 입국 수속부터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말 잘못하면 잡혀간다.”. “넌 험악하게 생겨서 말 잘해도 잡혀간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었던 터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학과 동기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공항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런던 Old Street에 위치한 숙소에 짐을 풀고 나니 긴장이 확 풀렸습니다.


  ‘집에 가고 싶다.’


  침대에 눕고 나서 들었던 첫 생각입니다. 갑자기 창문과 현관문은 잠겼는지, 가스밸브도 잠겼는지, 전기 코드는 제대로 뽑았는지 등 별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다 잠이 들었습니다. 해외여행 초보티가 확 나죠?

  눈을 뜨니 동기들이 아침밥을 하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부지런한 사람들! 얼마 만에 먹는 아침밥인지, 맛있게 뚝딱 해치웠습니다.

  든든하게 밥을 먹고 나서 다음날부터 시작될 기관 방문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처음으로 방문하게 될 곳은 바로 제가 추천한 SSE. 미팅 장소와 시간, 담당자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사전에 보낸 질문들과 추가 질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법 인터뷰를 해봤다고 생각했는데 외국인을 만난다는 생각만으로도 많이 떨렸습니다. 그리고 영국 기관 방문의 첫 스타트를 잘 끊어야겠다는 생각에 부담도 되었죠. 


  드디어 방문의 날이 밝았습니다필기도구사진기녹음기컴퓨터 그리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챙긴 후 SSE가 위치한 2nd Floor The Fire Station139 Tooley Street London SE1 2HZ’로 이동하였습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여 근처 카페에서 다시 한번 인터뷰에 대한 회의를 한 후, 시간에 맞춰서 SSE가 있는 건물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SSE의 창시자 마이클 영의 사진과 그가 남긴 메시지였습니다.


  “EVERYBODY HAS THE CAPACITY TO BE REMARKABLE.”



  짧은 영어로 해석해봤을 때 ‘모든 사람이 놀랄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라는 이야기죠. 사람이 가진 가능성을 믿는 이 말이 저를 SSE까지 오게 만들었습니다.

  마이클 영은 영국의 대표적인 민간 싱크탱크인 영 파운데이션(Young Foundation)을 만들었으며, 영국의 열린 대학(Open University) 창립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마이클 영은 사회적기업의 성공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인적자원임을 인식하고, 사회적기업가를 직접 양성하는 교육기관인 SSE를 만들게 되었죠.


  잠시 후 인터뷰 담당자 leonie jarrett (communications officer)가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Welcome!”


   leonie jarrett의 짧지만 환한 미소가 담긴 인사는 저의 경직된 몸과 마음을 풀어주었습니다. leonie jarrett는의 안내에 따라 SSE 근무자들이 실제 회의를 하는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leonie jarrett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장소가 마땅히 없어서 여기로 왔다고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You're welcome!”


  짧지만 진정성 있게 괜찮다는 말을 건넸고 인터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PNU(사회적기업학 석사과정): 안녕하십니까, 저희는 대한민국 부산에서 사회적기업을 연구하고 있는 대학원생들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SSE(사회적기업가학교): 안녕하십니까, 저는 SSE 커뮤니케이션 매니저 leonie jarrett입니다. 5년째 근무하고 있으며 사회적기업가가 되길 원하는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마케팅, 미디어 분야에서 그들을 돕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방문한 이곳은 1997년에 시작되었으며 창업 아이디어를 갖고 현재 사업을 발전시키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교육하는 곳입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교육생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들의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를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PNU: 네, 그렇군요. 혹시 교육생 입학 기준이 있나요?


SSE: 교육생들을 선발하는데 특별한 기준은 없습니다. 성별, 나이 상관없습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됩니다. 약 16세부터 74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같은 외국인도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긴 교육과정을 성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PNU: 교육생 선발 기준은 무엇인가요? 아이디어만 있으면 가능한가요?


SSE: 인터뷰를 통해서 교육생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아이디어가 중요하지만 다른 요소들도 갖춰야 합니다. 그 아이디어가 투자를 받을 수 있는지, 향후 발전 가능성을 주의 깊게 살펴봅니다.

 새로운 아이디어, 현실성, 실현 가능성, 자신의 성과, 그 성과를 알기 위한 테스트, 사회적 임팩트, 그리고 교육생의 확고한 의지를 중요시 여깁니다. 단, 우리는 그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줄 뿐 사업에 대한 매칭은 하지 않습니다.


PNU: 엄격하지만 꼭 필요한 요소들을 선발 기준으로 삼고 계시네요. 입학을 희망하는 사람이 필수 요소들을 갖고 있는지 인터뷰로 확실히 알 수 있을까요?


SSE: 물론 전부를 알 수는 없습니다. 종이도 인터뷰도 한계가 있음으로 우리는 최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이야기를 통해서 그 사람의 문제 해결 방식에 집중합니다.

 그들이 인식하고 있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는 것이니까요. 해결방법을 안다는 것은 나의 강점과 약점을 잘 알고 다른 사람들과 연대할 줄 안다는 것입니다. 좋은 자질이죠.

 그리고 서류가 미비하더라도 우선 인터뷰를 합니다. 그들이 글을 잘 모를 수도 있고 컴퓨터를 다루는데 불편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PNU: Cooooool. 멋진 이야기입니다. 혹시 교육생이 도중에 실패하면 어떻게 되나요?


SSE: 괜찮습니다. 일을 진행하다 보면 실패할 수 있고 망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그 아이디어가 실패했다면 다른 아이디어를 생각하면 됩니다. 아이디어는 사람이 내는 것이니까요.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기다립니다. ‘사회적기업가 양성’에 집중하는 것이지요.


PNU: 그 말씀을 들으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이러한 SSE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선생님들은 어떤 분들이신가요? 사회적기업 분야에 특화된 분들인가요? 아니면 일반 기업 분야인가요?


SSE: 프로그램을 진행해주는 선생님들이 따로 있습니다. 우리는 그 분야, 업종에서 유명한 사람들을 섭외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회적기업 분야’가 따로 있지는 않습니다. 사회적기업도 ‘기업’이니까요. 시장에서 경쟁을 한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들과 같습니다.

 그러니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와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약 17년 간 SSE를 운영하다 보니 우리 기관에서 배출한 졸업생들을 초청하여 수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꽤 많거든요.


PNU: 그런 분들을 초청하여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기관을 운영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나요?


SSE: 우선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영국도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기 기도 하는데 이번 정부는 사회적기업을 좋아하지만 재정적인 지원은 없습니다. 대신 정부가 기업들에게 좋은 기관들을 추천하고 그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해줄 것을 요청합니다.

 기업에서는 사회적 책임 활동의 일환으로 저희와 같은 기업들을 돕기도 하며, 다양한 기관과 개인의 기부금으로 우리는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SSE는 정부 지원 없이 자립 운영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교육생들의 학비는 없습니다. 기업에게 펀딩을 받아서 SSE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PNU: 정부의 지원 없이 독립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SSE와 같은 목적을 가진 다른 교육 기관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기관들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SSE: 우리는 최초로 만들어진 사회적기업가를 위한 교육 기관입니다. 독립 기관으로서도 최초이며, 아이디어만을 가진 사람들을 지원하는 기관으로도 최초입니다. 실질적이고 현장 중심의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다양한 스타트업을 위한 코스 프로그램, 워크숍이 있습니다.

 그리고 장기간의 교육을 실시하며 교육생들이 사회적기업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교육생들과 졸업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 여기며 커뮤니티가 꾸준히 지속될 수 있도록 세미나, 파티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가를 꿈꾼다면 SSE를 꼭 와야 합니다.


PNU: 저희도 SSE에서 공부를 해보고 싶네요. 기회를 만들어서 다시 이곳을 찾겠습니다. 인터뷰 감사했습니다. We will be back!


SSE: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뜻깊은 영국 연수가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We will be back!”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를 마치며 leonie jarrett에게 건넨 마지막 한 마디였습니다. 이 말을 건네며 반드시 다시 SSE를 방문하리라는 다짐을 했습니다. 사회적기업가를 꿈꾸는 사람들,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품고 있는 SSE의 생각과 마음은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실제로 SSE에서 진행하는 교육 현장을 볼 순 없었지만 leonie jarrett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니즈에 기반한 맞춤 교육을 실시하며, 사업(아이디어) 실패에 대한 배려와 동기부여를 끊임없이 해주고, 사람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는 SSE 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바른 사회적기업가를 양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며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또한 여유 있는 마음과 장기간의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SSE의 재정적인 독립 부분도 참 부러웠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긴 시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겠죠.


 기관 방문과 인터뷰를 통해 제가 생각한 SSE의 지속가능성 요소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EVERYBODY HAS THE CAPACITY TO BE REMARKABLE.”이라는 마이클 영의 명확한 비전

 둘째, 비전에 대한 꾸준한 실천

 셋째, 사람에 집중하는 사람들(SSE 근무자와 교육생)

 마지막으로, 사람에 집중하는 SSE의 프로그램들



 이러한 요소들이 긴 시간과 깊은 신뢰를 더해갈 때 지속가능성이 굳건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 사회적기업가의 산실 SSE와 같은 기관이 우리나라에도 생겨서 늘어만 가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체인지 메이커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이 일에 적극 동참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떠셨나요? 영국 런던의 기운이 느껴지시나요? 부족한 부분들은 앞으로 소개될 기관들이 채워드릴 것입니다. 또 만나요!


“EVERYBODY HAS THE CAPACITY TO BE REMARKABLE.”



* 참고 자료

-해외 연수 세미나 소개 자료

: https://prezi.com/kdov74vstipo/9/?utm_campaign=share&utm_medium=copy


-해외 연수 세미나 후기

http://blog.naver.com/doctor29/220686758067


-해외 연수 보고서 다운로드

https://drive.google.com/file/d/0B3yF1qfE1YkGc1loVy1KVjNRLWM/view?pref=2&pli=1



-



이렇게 예전에 정리를 했었습니다. 

위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여 아래와 같이 부산사회적기업연구원 뉴스레터에도 실었었습니다.



글을 옮기면서 '나는 사람을 통해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어 가는 일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변함없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찾아봐야겠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저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예전 기록에 대한 한줄평.


"용케도 사람을 통해 사회를 따뜻하게 만들어 가는 일을 하고 살고 있네, 축하해!"






위 글과 더 많은 사회적기업학 석사과정 생활 후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시길 바랍니다.

 

https://blog.naver.com/doctor29/22091428408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