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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회적기업 불나방 Feb 14. 2024

32 사회적기업이든 뭐든 사업계획서는 돈으로 쓰는 거야

이 사람아, 그래야 우리 같은 사람도 좀 먹고살지!


1


  '후... 여기저기 공고가 뜨고 있네... 바야흐로 지원사업의 계절이 돌아왔구나... 쓸까 말까... 돈은 필요하고... 지원사업에 좌지우지 끌려가면서 사업을 하고 싶지는 않은데... 어떡하지... 고민이군, 고민이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 있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대표님, 초창패 공고 떴던데. 봤어?"


  "예... 보고 있는데...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왜? 왜 고민해? 당연히 써야지. 돈이 얼만데. 이제 사회적기업 인건비, 사업개발비도 없는데. 당연히 써서 돈 끌어와야지. 그래야 사업을 하지. 안 그래?"


  "아... 그건 그런데... 제가 잘 쓸 수 있을지... 괜히 시간 낭비만 하는 건 아닌지... 그래서..."


  "아~ 여전히 답답한 소리 하네. 대표님 한 200만 원 정도 여윳돈 있어? 200만 원 정도는 있을 것 아니야. 응?"


  "예... 그런데... 200만 원은 왜..."


  "그럼 오케이. 걱정 없어. 우선 200만 원만 있으면 돼. 대표님, 초창패 합격할 수 있어."


  "예? 어떻게요?"


  "아~ 이 사람 참~ 요즘 누가 사업계획서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나. 사업계획서는 돈으로 쓰는 거야. 전문가한테 우선 200만 원 주면 사업계획서도 써주 고 서류도 다 써줘. 그리고 합격하면 300만 원 주면 돼. 요즘 다 그렇게 하는데. 그것도 몰라?"


 


2


  "저도 듣기는 했는데... 이것 좀 보세요. '창업지원사업에 신청하는 창업기업은 관련 법령에 따라 다음 사항에 유의하여야 합니다. 사업계획서 등을 타인이 대신 작성하여 제출하는 경우, 작성자(대필자)와 신청자(대표자, 창업기업) 등 관련자 전원이 사기 또는 업무방해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유의사항에 이렇게 쓰여 있는데..."

  


  "하하. 사람 참 순진해. 대표님, 주변에서 저런 이유로 처벌받은 사람 봤어? 봤어?"


  "... 못 봤어요..."


  "그지? 못 봤지. 누구 처벌받았다는 이야기 들어 본 적 있어? 있어? 없지?"

 

  "예..."


  "그래! 절대 안 걸려! 내가 썼는지 다른 사람이 썼는지 저기서 어떻게 알아! 아무도 몰라! 이때까지 저거 걸렸다는 사람 한 번도 본 적 없고, 누가 걸려서 처벌받았다는 이야기도 한 번도 들은 적 없어.  행여 의심받아도 컨설팅이나 멘토링받았다고 하면 돼. 오래전부터 다들 그렇게 해왔는 걸. 기관에서도 컨설팅, 멘토링받으라고 하잖아, 안 그래? 그래 안 그래? 그렇지?"


  "예... 그렇긴 해요..."


  "그래! 이제는 돈으로 하는 게 맞아. 사업계획서 대필하는데 드는 500만 원이 큰 것 같지? 합격하면 최소 5,000만 원인데? 10배는 남는 장사야. 그리고 이참에 전문가들하고 안면도 트고 좋잖아. 그리고 합격하면 줄 300만 원은 지원금 예산에 컨설팅 잡아서 전문가한테 주면 되니까 걱정할 것 하나도 없어. 우리가 이렇게 해야 저런 사람들도 먹고살고 나중에 우리도 잘 돼서 사업계획서 컨설팅, 멘토링하면서 돈 벌고 하는 거지."


  "그래도... 우리는 사회적기업인데..."


  "아... 진짜... 무슨 사회적기업이 밥 먹여죠? 사회적으로 좋은 일 하면 뭐 사업이 더 잘 돼? 뭐 사준데? 뭐 우리 뽑아준데? 지원 뭐 해준데? 아무것도 없잖아, 이제. 대표님아~ 아이고... 대표님아... 우리 이럴 때 아니야... 이러다 우리 큰일 나..."


  "그... 그래도..."


  "아, 알았어.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하자고. 생각 바뀌면 연락해. 내가 잘 아는 사람, 전문가 소개 해줄게. 이 분야에서 오래 활동했던 분인데 이번에 업체를 차리셨어. 여기 맡기면 100% 문제 생길 일 없고 99.9% 합격이야! 내가 보증선다! 대표님이니까 할인도 좀 해달라고 할게. 기간 얼마 안 남았다. 빨리 연락 줘. 여기 금방 차. 늦으면 하고 싶어도 못 . 무슨 말인 줄 알았지?"


  "예... 알겠습니다."




3


  바야흐로 돈으로 사업계획서를 쓰는 계절이 돌아왔다. 







돈으로 사업계획서를 쓰는 계절은 언제까지 계속 돌아올까. 

사업계획서를 잘 쓰는 사람에게 계속 돈을 준다면,

바야흐로, 아마도, 계속, 쭉.


<이미지 출처 : 영화 타짜>


고니 : 다리가 무너졌어요? 아 진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어요.


평경장 : 넌 세상이 아름답고 평등하다고 생각하니?


고니 : 당연히 그래야 되는 거 아니에요?


평경장 : 썅 간나새끼, 세상이 아름답고 평등하면, 우린 뭘 먹고 사니? 가서 연습이라 하라!







* '이상한 사회적기업, 이상한 사회적경제'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접하며 '이상한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분들은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가 이상한 것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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