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회적기업 불나방 Feb 21. 2024

33 어느 이상한 사회적기업가의 봄

실패하면 먹튀, 성공하면 대박 아닙니까! 



1



  "부르셨어요...? 이게 뭡니까? 대표님?"


  "뭐긴 뭐야, 우리가 앞으로 같이 사는 방법, 앞으로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이지. 공생! 상생! 우리에게도 봄이 온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2


  "자, 잘 봐... 우리의 봄이 어떻게 오는지... 1,000원을 받아서 100원 결과물을 만들고 아무 문제 없이 900원을 어떻게 먹을 수 있는지... 알려줄게."


  "예..."


  "이건 예시야. [큰 조직]에 지원사업 운영하라고 1,000원이 들어왔다. 이 1,000원은 [중간 조직]으로 가. [큰 조직]이 [중간 조직]에 1,000원짜리 지원사업 운영 외주 용역을 주는 거지. 근데 [중간 조직]은 실제로 800원 밖에 못써."


  "왜요?"


  "200원은 [브로커 1]을 줘야 해. 일종의 소개비 같은 건데... 소개비로 대놓고 쓸 수는 없고... 명목은 적당한 걸로... 또 외주를 주거나 뭐라도 만들어서 주는 거야. 그렇게 200원 떼이고 800원을 가진 [중간 조직]은 [작은 조직 A]에게 800원을 줘. 지원사업 운영 용역을 하는 중간 조직이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은 조직 A]에게 800원을 사업비를 쓰라고 주는 거지. 그런데 [작은 조직 A]는 600원 밖에 쓸 수 없어. 왜냐, [브로커 2]에게 100원을 주고 [지역기부]로 100원을 쓰거든. 돈도 얼마 되지도 않는데 이렇게 떼이는 것이 많다. 여긴."


  "아... 그런데 [지역기부]는 또 뭐예요?"


  "많이 짜증 나는... 그런 게 있어. 지역에서 하는 사업에 선정되었으니까... 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직에 기부(?)를 해야 된다고 하네. 어이없는데, 그렇게 해야만 한데. 그렇게 해야만 사업받을 수 있다는데 그렇게 해야지, 별 수 있나. 자, [작은 조직 A]는 지원사업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작은 조직 B]에게 가지고 있는 600원으로 의뢰를 하지. 여기가 포인트야. [작은 조직 B]는 100원짜리 [결과물]을 만들 수밖에 없어."


  "이상한데요. [작은 조직 A]에게 600원 받았잖아요."


  "야... 여기도 브로커가 있다. [브로커 3]에게 100원 떼이고... 이제 중요한 것 나온다... 집중... 남은 500원은 일을 준 [작은 조직 A의 대표]가 300원 챙기고 [작은 조직 B의 대표]가 100원 챙기는 거야. 이러면 100원 남는 거지. 이걸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거야. 어때 나의 기적의 계산법! 마법, 마술 같지?"


  "...... (이게 마법, 마술이 아니라... 사기 같은데...)"


  "무슨 생각해? 왜 아무 말이 없어? 왜? 사기 같아?"


  "아, 아닙니다. 너무 놀라워서... 하하..."


  "이런 말도 있잖아! 실패하면 사기, 성공하면 사업 아닙니까! 어차피 한 글자 차이야! 하하! 우리에게도 반드시 봄이 올 거야! 내가 오게 만들 거니까! 왜? 재미없어? 걱정돼?"


  "아니요, 아니요. 흥미진진합니다."


  "그래, 흥미진진하지. 100원짜리 [결과물]과 1,000원짜리 [서류]는 같은 거야. 우리는 받은 1,000원 그대로 1,000원짜리 지원 사업을 진행한 거야. 그러니까 아무 문제가 없어. 언더스텐?"


 "아...  예... 그러면 제가 뭘 하면 될까요..."

 

    

3


  "이제 말이 통하네. 네가 사업자 하나 내서 [작은 조직 B]가 돼라. 안타깝지만 곧 인건비 지원 끊겨서 더 이상 너 고용 못한다. 너도 여기서 일 꽤 했으니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것 아냐. 이참에 하나 차려. 분명 우리 둘 다 지금보다 훨씬 나을 거야. 네가 [작은 조직 B]가 되면 [브로커 3]에게 줄 돈도 사라지고. 너랑 나랑 더 먹는 거지."


  "와... 그렇게 되는군요..."


  "그리고 내가 업력을 쌓아서 [중간 조직]이 되면... 네가 [작은 조직 A]가 되고... [브로커 2]한테 줄 돈, [지역 기부] 돈도 사라지는 거야. 우리 둘이 더 해 먹는 거지. 지역에 기부를 왜 해. 아무것도 도와준 것도 하는 것도 없으면서 진짜... 그리고 나는 [큰 조직]까지 될 생각이야. [큰 조직] 만든 사람들 보니까 뭐 별 것 없더구먼. 우리도 할 수 있어. 내가 [큰 조직] 되면 [브로커 1]한테 주는 큰돈도 사라지고 진짜 1,000원 이거 싹 다 우리가 먹는 거야. 아, 100원으로 결과물 만들어야 하니까 900원 먹는 건가, 하하."


  "돈 버는 건 좋은데... 그게... 계속 들어 보니까...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대표님..."


  "위험해? 위험하긴 뭐가 위험해? 아까 이야기 했잖아. 우린 [서류]만 잘 준비하고 우리끼리 입만 딱 맞추면 걸릴 일 절대 없어. 너 여기서 일 하면서 우리 회사가 어디 걸려가지고 문제 생긴 적 있었냐?"


  "아니요... 한 번도 없었죠..."


  "그래! 넌 몰랐지? 지금까지도 쭉 이렇게 해왔는데 넌 몰랐잖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하고 있어. 아무도 안 걸렸어. 그러니까 진짜 아무 걱정하지 말고 사업자 준비하고 있어, 알았지? 우리도 따뜻한 봄 좀 맞이 하자. 난 회의 있어서 간다! 다시 이야기하자! 다른 사람들한테는 절대 이야기하지 말고. 알았지?"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나는 100원만 먹는 거지? 200원, 200원씩 공평하게 먹으면 안 돼? 뭔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입만 뻥긋하면 다 같이 죽는 건데... 그리고 내가 있어야 이걸 할 수 있잖아. 우선 1개 성공시키고 딜을 해봐야겠다... 그래... 그게 좋겠어... 우선 하라는 대로 하자... 나도 돈 벌어야지... 나도 따뜻한 봄을 맞이하고 싶어... 이젠...'


  

3




<이미지 출처 : 영화 서울의 봄>


실패하면 먹튀, 성공하면 대박 아닙니까!!!!! 이씨!!!!!


영화는 아직 못 봤는데... 이 대사가 생각이 딱 났다.


저들에게 봄이 왔을까...나는 현타가 왔는데...


* 어느 이상한 사회적기업가의 봄_실패하면 먹튀, 성공하면 대박 아닙니까!(관련 영상)

https://youtu.be/PBpnQ1wJDWo?si=l0Ln5dg1j1X4ORwg







* '이상한 사회적기업, 이상한 사회적경제'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접하며 '이상한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분들은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가 이상한 것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봅시다.


매거진의 이전글 32 사회적기업이든 뭐든 사업계획서는 돈으로 쓰는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