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르셨어요...? 이게 뭡니까? 대표님?"
"뭐긴 뭐야, 우리가 앞으로 같이 사는 방법, 앞으로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이지. 공생! 상생! 우리에게도 봄이 온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2
"자, 잘 봐... 우리의 봄이 어떻게 오는지... 1,000원을 받아서 100원 결과물을 만들고 아무 문제 없이 900원을 어떻게 먹을 수 있는지... 알려줄게."
"예..."
"이건 예시야. [큰 조직]에 지원사업 운영하라고 1,000원이 들어왔다. 이 1,000원은 [중간 조직]으로 가. [큰 조직]이 [중간 조직]에 1,000원짜리 지원사업 운영 외주 용역을 주는 거지. 근데 [중간 조직]은 실제로 800원 밖에 못써."
"왜요?"
"200원은 [브로커 1]을 줘야 해. 일종의 소개비 같은 건데... 소개비로 대놓고 쓸 수는 없고... 명목은 적당한 걸로... 또 외주를 주거나 뭐라도 만들어서 주는 거야. 그렇게 200원 떼이고 800원을 가진 [중간 조직]은 [작은 조직 A]에게 800원을 줘. 지원사업 운영 용역을 하는 중간 조직이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은 조직 A]에게 800원을 사업비를 쓰라고 주는 거지. 그런데 [작은 조직 A]는 600원 밖에 쓸 수 없어. 왜냐, [브로커 2]에게 100원을 주고 [지역기부]로 100원을 쓰거든. 돈도 얼마 되지도 않는데 이렇게 떼이는 것이 많다. 여긴."
"아... 그런데 [지역기부]는 또 뭐예요?"
"많이 짜증 나는... 그런 게 있어. 지역에서 하는 사업에 선정되었으니까... 지역에서 활동하는 조직에 기부(?)를 해야 된다고 하네. 어이없는데, 그렇게 해야만 한데. 그렇게 해야만 사업받을 수 있다는데 그렇게 해야지, 별 수 있나. 자, [작은 조직 A]는 지원사업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작은 조직 B]에게 가지고 있는 600원으로 의뢰를 하지. 여기가 포인트야. [작은 조직 B]는 100원짜리 [결과물]을 만들 수밖에 없어."
"이상한데요. [작은 조직 A]에게 600원 받았잖아요."
"야... 여기도 브로커가 있다. [브로커 3]에게 100원 떼이고... 이제 중요한 것 나온다... 집중... 남은 500원은 일을 준 [작은 조직 A의 대표]가 300원 챙기고 [작은 조직 B의 대표]가 100원 챙기는 거야. 이러면 100원 남는 거지. 이걸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거야. 어때 나의 기적의 계산법! 마법, 마술 같지?"
"...... (이게 마법, 마술이 아니라... 사기 같은데...)"
"무슨 생각해? 왜 아무 말이 없어? 왜? 사기 같아?"
"아, 아닙니다. 너무 놀라워서... 하하..."
"이런 말도 있잖아! 실패하면 사기, 성공하면 사업 아닙니까! 어차피 한 글자 차이야! 하하! 우리에게도 반드시 봄이 올 거야! 내가 오게 만들 거니까! 왜? 재미없어? 걱정돼?"
"아니요, 아니요. 흥미진진합니다."
"그래, 흥미진진하지. 100원짜리 [결과물]과 1,000원짜리 [서류]는 같은 거야. 우리는 받은 1,000원 그대로 1,000원짜리 지원 사업을 진행한 거야. 그러니까 아무 문제가 없어. 언더스텐?"
"아... 예... 그러면 제가 뭘 하면 될까요..."
3
"이제 말이 통하네. 네가 사업자 하나 내서 [작은 조직 B]가 돼라. 안타깝지만 곧 인건비 지원 끊겨서 더 이상 너 고용 못한다. 너도 여기서 일 꽤 했으니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것 아냐. 이참에 하나 차려. 분명 우리 둘 다 지금보다 훨씬 나을 거야. 네가 [작은 조직 B]가 되면 [브로커 3]에게 줄 돈도 사라지고. 너랑 나랑 더 먹는 거지."
"와... 그렇게 되는군요..."
"그리고 내가 업력을 쌓아서 [중간 조직]이 되면... 네가 [작은 조직 A]가 되고... [브로커 2]한테 줄 돈, [지역 기부] 돈도 사라지는 거야. 우리 둘이 더 해 먹는 거지. 지역에 기부를 왜 해. 아무것도 도와준 것도 하는 것도 없으면서 진짜... 그리고 나는 [큰 조직]까지 될 생각이야. [큰 조직] 만든 사람들 보니까 뭐 별 것 없더구먼. 우리도 할 수 있어. 내가 [큰 조직] 되면 [브로커 1]한테 주는 큰돈도 사라지고 진짜 1,000원 이거 싹 다 우리가 먹는 거야. 아, 100원으로 결과물 만들어야 하니까 900원 먹는 건가, 하하."
"돈 버는 건 좋은데... 그게... 계속 들어 보니까...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대표님..."
"위험해? 위험하긴 뭐가 위험해? 아까 이야기 했잖아. 우린 [서류]만 잘 준비하고 우리끼리 입만 딱 맞추면 걸릴 일 절대 없어. 너 여기서 일 하면서 우리 회사가 어디 걸려가지고 문제 생긴 적 있었냐?"
"아니요... 한 번도 없었죠..."
"그래! 넌 몰랐지? 지금까지도 쭉 이렇게 해왔는데 넌 몰랐잖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하고 있어. 아무도 안 걸렸어. 그러니까 진짜 아무 걱정하지 말고 넌 사업자 낼 준비하고 있어, 알았지? 우리도 따뜻한 봄 좀 맞이 하자. 난 회의 있어서 간다! 다시 이야기하자! 다른 사람들한테는 절대 이야기하지 말고. 알았지?"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나는 100원만 먹는 거지? 200원, 200원씩 공평하게 먹으면 안 돼? 뭔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닌데... 내가 입만 뻥긋하면 다 같이 죽는 건데... 그리고 내가 있어야 이걸 할 수 있잖아. 우선 1개 성공시키고 딜을 해봐야겠다... 그래... 그게 좋겠어... 우선 하라는 대로 하자... 나도 돈 벌어야지... 나도 따뜻한 봄을 맞이하고 싶어... 이젠...'
3
<이미지 출처 : 영화 서울의 봄>
실패하면 먹튀, 성공하면 대박 아닙니까!!!!! 이씨!!!!!
영화는 아직 못 봤는데... 이 대사가 생각이 딱 났다.
저들에게 봄이 왔을까...나는 현타가 왔는데...
* 어느 이상한 사회적기업가의 봄_실패하면 먹튀, 성공하면 대박 아닙니까!(관련 영상)
* '이상한 사회적기업, 이상한 사회적경제'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접하며 '이상한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분들은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가 이상한 것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