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망하는 게 아니라 네 주변 사람들도 같이 다 망하게 할 거야
'우리는 사회적경제 활성화와 건강한 공동체 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역 청년들과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는 사회적기업이라고 자랑하던 사회적기업가.'
'우리는 지역 자원을 활용한 제품을 개발&판매하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이라고 자랑하던 사회적기업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얼굴들을 오랜만에 떠올리게 한 질문들이었다.
"음... 너무 극단적인 상황 같은데..."
"아,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말이야. 어떻게 할 거야? 조작할 거야? 하지 않을 거야?"
"음... 나는 하지 않겠어. 서류를 조작하는 건 법을 어기는 행위잖아. 법을 지키는 건 기본 아니야?"
"조작했는지는 외부에서는 알 수 없어. 내부적으로도 믿을 수 있는 몇 명만 알고. 그래도 하지 않을 거야? 이거 조금만 손대면 직원들 월급 줄 수 있는데? 이거 안 하면 직원들 당장 다음 달 월급도 못 주는데. 사무실 다음 달에 방 빼야 되는데 그래도 안 할 거야?"
"응. 그래도 안 할 거야. 음... 회사가 망하더라도 그런 행동은 하지 않을 거야."
"그래... 그렇구나. 그럼 이런 행동을 하는 사회적기업가는 네 기준에는 사회적기업가야 아니야? 직원들 월급 주려고 그런 건데? 회사 유지하려고 그런 건데?"
"직원들 월급... 회사 유지... 그래... 그것 정말 중요하지만... 내 기준에는 네가 말한 행동을 한 사람은 사회적기업가가 아니야. 법을 어겼잖아. 내 기준에 법을 어긴 사람은 사회적기업가가 아니야."
"으아... 참 어렵다. 네가 생각하는 사회적기업가, 참 어렵다 어려워!"
"아니... 법을 지키는 게 어려워? 뭘 더 잘하라는 것이 아니라 법을 어기지 말라는 것인데. 이게 어려워? 법을 어기지 않고 지키는 건 기본이잖아. 기본을 지키는 것이 어려워?"
"허... 그래. 그럼, 네가 생각하는 네 기준에 부합하는 사회적기업가를 본 적이 있어?"
"......"
"어때? 있어? 없어?"
"아직 없지. 그렇지만 어딘가에는 있을 거야. 반드시. 그리고 책에서는 봤어. 내가 직접 들여다 보면 다를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책에서 본 그 사람은 사회적기업가였어."
"아~ 책에서 봤다... 과연 세상에 네가 생각하는 사회적기업가가 있을까? 나는 네가 유니콘을 쫓고 있다고 생각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유니콘말이야."
"유니콘...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분명히 있을 거야. 어딘가엔."
"그래. 어딘가엔 있을 수도 있겠지. 아직 아무도 못 봤으니까. 없다고는 할 수 없지. 그런데 넌 사회적기업가 하지 마. 나는 네가 사회적기업가 안 했으면 좋겠어."
"왜?"
"왜긴 왜야. 너처럼 그렇게 해서는 너 못 먹고살 것 같아. 그렇게 하다가는 굶어 죽을 것 같아. 망할 것 같다고. 그리고 너만 망하는 게 아니라 네 주변 사람들도 다 망할 것 같아. 그렇게 해서 회사 운영할 수 있겠니? 응?"
"아니, 그건 너무... 흠... 아니야. 나도 그럴 것 같아."
"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몇몇 사회적기업가가 생각났어. 다들 시작은 이랬을 거야. 처음엔 아주 조금 손대고. 어, 아무도 모르네? 다음에 조금 더 손대고. 어, 이래도 모르네. 그럼 조금 더... 조금 더... 그러다 바늘도둑이 소도둑된 거지. 모든 소도둑에게는 처음 순간이, 바늘도둑이던 시절이 있지. 이건 어떻게 생각해?"
나도 질문이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고 해야 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잘 알고 있다.
내가 이상을 좇고 있다는 것을.
나는 잘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기준에 부합하는, 사회적기업가가 될 수 있을지.
분명한 것은 하나 있다.
그건 내가 계속 이상을 좇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언제까지?
유니콘을 발견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