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겨우 이걸로 이상한 사회적기업들을 막을 수 있을까

부정수급 유의사항, 너무 순한 맛인데.

by 사회적기업 불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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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어제 교육은 잘 다녀오셨어요?"


"아, 네 잘 다녀왔습니다. 사람들 많이 왔던데요. 그 뭐냐, 부정수급에 대한 교육도 했었는데... 페이백? 혹시 들어봤어요? 강사분이 페이백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사례가 많다고 하던데... 아니, e나라도움을 쓰는데 그게 가능해요?"


"음... 가능하지 않을까요. 제대로 된 서류랑 제 값 치른 제품이랑 이것저것 증빙 자료 제출하고 집행한 후에 시간이 흐른 뒤 돈을 현금으로 받거나... 다른 물건으로 받거나... 달아두고 쓰거나... 페이백...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페이백에 대한 이야기는 제법 들어 봤습니다."


"그래요? 음... 페이백이 그런 것이군요... 그래도 e나라도움으로 돈을 쓰고 증빙도 다 하는데... 참..."


"저도 하는 것을 본 적은 없어서. 아, 이게 교재인가요? 저도 좀 볼 수 있나요?"


나는 교재의 '부정수급 유의사항' 부분을 읽고 나서 왜 사회적경제 분야 등 보조금이 주어지는 곳에서 페이백 이야기들이 들릴 수밖에 없는지 딱-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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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나라도움의 기능. 신청 단계에서 검증합니다. 무자격자의 보조급 수급을 방지하기 위한 수혜 자격을 검증함... 집행 단계에서 검증합니다. 국세청, 금융기관 등과 연계하여 거래증빙, 전자세금계산서, 신용카드 등 검증을 통해 부정의심 거래를 관리함... 사후 단계에서 한 번 더 검증합니다. 대법원, 국세청 등과 연계한 정보를 활용하여 보조금으로 취득한 중요재산의 관리여부 등 부정징후 모니터링으로 검증함...'


'아니... 현장에 직접 나와서 봐야지... 이걸 제출하는 서류, 집행 내역이나 사진 같은 증빙 자료만으로 어떻게 잡아... 이 사람들이 얼마나 날고 기는데... 서류랑 제품이랑 다 제대로 증빙하고 뒤로 주고받는데... 물론 인력과 시간이 부족한 건 알지만... 무작위라도 몇 군데만 나와서 현장 검증하면... 현장 검증해서 통장 조사도 하고 그래서 결국 부정수급 걸려서 크게 벌 받았다는 이야기가 소문이라도 나야, 지레 겁이라도 먹고 부정수급을 하지 않을 텐데... 음...'


'다음은 부정수급 사례. 어떤 사례들이 있는지 볼까... 사업지침 미숙지로 보조사업자가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업체와 전자제품을 거래하여 1,000만 원 상당 과오수급이 발생함... 아니... 이건 사업비 쓰기 전에 다 교육해 주는 거잖아... 보조사업자들이 거의 다 알고 있는 것이고... 다음 사례, 보조사업자가 보조금 전용카드 사용이 금지된 업종인 호프 업종에서 2회 사용된 내역이 확인되어 집행 건의 약 20만 원을 부정으로 확인됨... 사용제한 업종도 이미 다 알려주는데... 누가 이런 걸로... 아...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건 너무 기초적이고 뻔한 내용이잖아. 다음 사례, 법과 규정, 지침에 명시된 계약절차를 무시하고 보조사업자 김00 소유의 농업법인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과다 집행하는 등 임의 처리한 보조금 2억 1,000만 원 환수 결정함... 법과 규정, 지침에 명시된 계약절차를 무시하고 집행을 했다고...? 아니... 이렇게 집행하는 동안 모니터링 기관들은 뭐 했길래...?'


'아... 너무 현실과 맞지 않는... 아니 너무 순한 맛 부정수급 이야기인데... 내가 현실에서 들은 부정수급 이야기들은 이런 수준이 아닌데... 이 정도 수준의 경고로 쉽게 돈 먹으려고 혈안이 된 이상한 사회적기업들이 움찔하겠냐고... 하... 참...'




3


'아이고, 대표님. 이렇게 사업하면 돈 못 벌어요. 내가 방법 좀 알려줄까요? 쉬운 방법 있는데...! 사업 처음으로 시작하면 이런 것부터 알아야지. 말만 해. 내가 다 알려줄게.'


'가서 현금으로 돌려달라고 해요. 이런 거를 돈 주고 사 왔어? 나 같으면 당장 가서 받아왔다. 문제 안 생기니까 가서 현금으로 받아와. 아니면 다른 걸로 바꿔오든가. 절대로 안 걸린다니까. 다 그렇게 해~ 걱정하지 마~!'


작년 약 1,000만 원 정도의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흠..."


"교재 다 봤어요? 내용 괜찮죠? 아, 나도 이번에는 인건비 지원사업 해보려고요. 뭐 SVI 측정을 미리 해야 한다는데... 그게 서류가 좀 많다면서요? 그거 서류는 사람들이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서류로 우수 만들 수 있다고 했어요. 그때 나 좀 도와주세요!"


"아... 아, 예..."


2023년 사라졌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 2026년 '사회적기업 창업지원사업'으로 부활했다는 소식과 함께 인건비 및 사업개발비 지원사업 등 사회적경제 분야에 주어졌던 예산들이 예전 수준으로 다시 회복될 것 혹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번에 자신도 지원사업에 도전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점점 자주 내게 들려온다.


'아... 이상한 이야기들도 다시 많아지겠네... 다시 시작되고 말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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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순한 맛이다.

이걸로는 날고 기는 이상한 사회적기업들을 막을 수 없다.


불닭 맛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불닭 맛이면...

순한 맛보다는 이상한 사회적기업들이 줄겠지, 아니 그래도 움츠려는 들겠지.






* '이상한 사회적기업, 이상한 사회적경제'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접하며 '이상한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분들은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가 이상한 것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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