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수급 유의사항, 너무 순한 맛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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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어제 교육은 잘 다녀오셨어요?"
"아, 네 잘 다녀왔습니다. 사람들 많이 왔던데요. 그 뭐냐, 부정수급에 대한 교육도 했었는데... 페이백? 혹시 들어봤어요? 강사분이 페이백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사례가 많다고 하던데... 아니, e나라도움을 쓰는데 그게 가능해요?"
"음... 가능하지 않을까요. 제대로 된 서류랑 제 값 치른 제품이랑 이것저것 증빙 자료 제출하고 집행한 후에 시간이 흐른 뒤 돈을 현금으로 받거나... 다른 물건으로 받거나... 달아두고 쓰거나... 페이백...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페이백에 대한 이야기는 제법 들어 봤습니다."
"그래요? 음... 페이백이 그런 것이군요... 그래도 e나라도움으로 돈을 쓰고 증빙도 다 하는데... 참..."
"저도 하는 것을 본 적은 없어서. 아, 이게 교재인가요? 저도 좀 볼 수 있나요?"
나는 교재의 '부정수급 유의사항' 부분을 읽고 나서 왜 사회적경제 분야 등 보조금이 주어지는 곳에서 페이백 이야기들이 들릴 수밖에 없는지 딱-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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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나라도움의 기능. 신청 단계에서 검증합니다. 무자격자의 보조급 수급을 방지하기 위한 수혜 자격을 검증함... 집행 단계에서 검증합니다. 국세청, 금융기관 등과 연계하여 거래증빙, 전자세금계산서, 신용카드 등 검증을 통해 부정의심 거래를 관리함... 사후 단계에서 한 번 더 검증합니다. 대법원, 국세청 등과 연계한 정보를 활용하여 보조금으로 취득한 중요재산의 관리여부 등 부정징후 모니터링으로 검증함...'
'아니... 현장에 직접 나와서 봐야지... 이걸 제출하는 서류, 집행 내역이나 사진 같은 증빙 자료만으로 어떻게 잡아... 이 사람들이 얼마나 날고 기는데... 서류랑 제품이랑 다 제대로 증빙하고 뒤로 주고받는데... 물론 인력과 시간이 부족한 건 알지만... 무작위라도 몇 군데만 나와서 현장 검증하면... 현장 검증해서 통장 조사도 하고 그래서 결국 부정수급 걸려서 크게 벌 받았다는 이야기가 소문이라도 나야, 지레 겁이라도 먹고 부정수급을 하지 않을 텐데... 음...'
'다음은 부정수급 사례. 어떤 사례들이 있는지 볼까... 사업지침 미숙지로 보조사업자가 가족이 운영하고 있는 업체와 전자제품을 거래하여 1,000만 원 상당 과오수급이 발생함... 아니... 이건 사업비 쓰기 전에 다 교육해 주는 거잖아... 보조사업자들이 거의 다 알고 있는 것이고... 다음 사례, 보조사업자가 보조금 전용카드 사용이 금지된 업종인 호프 업종에서 2회 사용된 내역이 확인되어 집행 건의 약 20만 원을 부정으로 확인됨... 사용제한 업종도 이미 다 알려주는데... 누가 이런 걸로... 아...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건 너무 기초적이고 뻔한 내용이잖아. 다음 사례, 법과 규정, 지침에 명시된 계약절차를 무시하고 보조사업자 김00 소유의 농업법인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과다 집행하는 등 임의 처리한 보조금 2억 1,000만 원 환수 결정함... 법과 규정, 지침에 명시된 계약절차를 무시하고 집행을 했다고...? 아니... 이렇게 집행하는 동안 모니터링 기관들은 뭐 했길래...?'
'아... 너무 현실과 맞지 않는... 아니 너무 순한 맛 부정수급 이야기인데... 내가 현실에서 들은 부정수급 이야기들은 이런 수준이 아닌데... 이 정도 수준의 경고로 쉽게 돈 먹으려고 혈안이 된 이상한 사회적기업들이 움찔하겠냐고... 하...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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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대표님. 이렇게 사업하면 돈 못 벌어요. 내가 방법 좀 알려줄까요? 쉬운 방법 있는데...! 사업 처음으로 시작하면 이런 것부터 알아야지. 말만 해. 내가 다 알려줄게.'
'가서 현금으로 돌려달라고 해요. 이런 거를 돈 주고 사 왔어? 나 같으면 당장 가서 받아왔다. 문제 안 생기니까 가서 현금으로 받아와. 아니면 다른 걸로 바꿔오든가. 절대로 안 걸린다니까. 다 그렇게 해~ 걱정하지 마~!'
작년 약 1,000만 원 정도의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이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흠..."
"교재 다 봤어요? 내용 괜찮죠? 아, 나도 이번에는 인건비 지원사업 해보려고요. 뭐 SVI 측정을 미리 해야 한다는데... 그게 서류가 좀 많다면서요? 그거 서류는 사람들이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서류로 우수 만들 수 있다고 했어요. 그때 나 좀 도와주세요!"
"아... 아, 예..."
2023년 사라졌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 2026년 '사회적기업 창업지원사업'으로 부활했다는 소식과 함께 인건비 및 사업개발비 지원사업 등 사회적경제 분야에 주어졌던 예산들이 예전 수준으로 다시 회복될 것 혹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번에 자신도 지원사업에 도전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점점 자주 내게 들려온다.
'아... 이상한 이야기들도 다시 많아지겠네... 다시 시작되고 말았어...'
너무 순한 맛이다.
이걸로는 날고 기는 이상한 사회적기업들을 막을 수 없다.
불닭 맛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불닭 맛이면...
순한 맛보다는 이상한 사회적기업들이 줄겠지, 아니 그래도 움츠려는 들겠지.
* '이상한 사회적기업, 이상한 사회적경제'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접하며 '이상한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분들은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가 이상한 것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