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분들한테 허락받은 이 돈, 착한데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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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부스 비용... 어디 보자... 일십백... 팔백만 원? 아니 이건 천? 천삼백도 있네... 와... 무슨 천만 원이나 하냐... 부스 비용이 이 정도고... 인건비... 부스 꾸미는 비용... 이것저것 부대 비용까지 하면 2박 3일 행사에 천만 원은 훌쩍 넘게 쓰겠네... 시민들은 관심도 없는, 하는 줄도 잘 모르는 이런 행사에 도대체 얼마를 쓰는 거야... 진짜...'
"자, 부스 비용 보셨지요? 부스 타입은 목공, 옥타늄, 패브릭, 아트월, 블록 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잘 살펴보시고 1가지 선택해서 저희한테 이야기해 주시면 됩니다. 아, 그리고 여기 계신 관계자분들 중에 저희 업체에서 부스 하시지 않고 돈 더 쓰셔서 따로 준비하시는 쪽도 있죠? 3~4개 되는 것 같던데. 대단하십니다~! 그런데 돈 더 써서 예쁘게 잘 꾸미면 사람들이 좋아하고 많이 찾고 그렇습니다. 자, 여기 사진 좀 보시죠. 작년에 따로 한 부스입니다. 어때요? 예쁘죠? 돈 좀 쓰셨을 겁니다. 이왕 하는 것 돈 좀 써서 예쁘게 보이면 좋지요. 따로 하시지 않는 분들도 부스는 이렇게 공통으로 하시고 안에 배너, 현수막, 테이블, 조형물 등 다른 쪽에 돈 쓰시면 충~분히 예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걱정 마세요~!"
'저게 예뻐? 아니... 예쁜 게 중요한 것이 아니지... 하... 참... 진짜 저기 얼마를 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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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선택은 추후에 결정해서 저희 쪽에 말씀해 주시면 되고요, 가장 중요한 순서가 남았습니다. 부스 자리 배치! 자, 화면 잘 보십시오. 총 25개 정도 있는데요~ 여기는 단독 부스고요, 여기는 다른 쪽이랑 붙어서 같이 쓰는 곳입니다. 공평하게 뽑기를 해서 낮은 숫자 고르신 분들이 먼저 부스 선택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아! 따로 돈 많이 쓰시는 분들, 아까 말씀드린 4개 조직들! 먼저 뽑으실게요. 돈 더 쓰시는 데 자리 선점을 하셔야지요!"
'아니, 돈을 더 쓴다고 자리를 먼저 뽑는다고? 이게 공평한 거야? 다들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 계속 이렇게 해왔던 거야.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 하, 나 참.'
"음... 저희는 13번 하겠습니다."
"네, 여기는 13번."
"저희 기관은 3번 하겠습니다."
"3번, 끝났고요~"
"저, 질문 있습니다."
"네~ 질문하세요!"
"저... 어느 자리가 좋은 거예요?"
"아~ 대체로 여기 3번, 10번, 20번, 24번 이렇게 단독으로 있고 입구 쪽에 가까운 부스를 많이들 선호하십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이쪽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많이 찾을 가능성이 높지요. 그리고 단독으로 해야 원한다면 4면을 다 홍보할 수 있고 다른 쪽이랑 붙으면 1쪽 면은 포기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윗분들 마음에 드는 것이겠지요? 하하. 가서 보고도 하셔야 하는데 이런 곳에 부스 꾸미면 돈은 돈대로 쓰고 칭찬도 받지 못하고 그럼 좀 그렇잖아요."
"아, 그럼 저희 13번에서 10번으로 바꾸겠습니다."
"예, 좋습니다! 자 남은 2팀도 먼저 고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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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나머지 분들은 이제 뽑기를 하겠습니다. 제 설명 잘 들으셨지요? 같이 오신 분들이랑 의논도 좀 해보시고 윗분들 마음도 고려하셔서 잘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자리 선택 끝나신 분들은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아! 그리고 붙어 있는 부스 고르시는 분들은 남으셔서 이야기를 좀 나누고 가세요. 어떤 부스 타입으로 할지 등 붙어 있는데 여기는 목공이고 저기는 패브릭이고 그러면 좀 덜 이쁘잖아요. 통일하면 가장 예쁩니다. 합리적이기도 하고요. 무슨 말인지 다들 아시겠지요? 그럼 한 분씩 나오십시오!"
'윗분들 마음? 지들 돈도 아니고 세금으로 하면서 시민들 마음이 아니고 윗분들 마음을 고려하라고? 세금 내는 시민들은 알까? 윗분들 마음이 중요시되고 예쁘면 그만이라는 이런 행사에 이렇게 돈이 쓰인다는 것을. 아마 이런 행사가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겠지. 또 공짜 쿠폰 뿌리겠네. 공짜 쿠폰 받으려는 사람들이 와서 사회적기업 부스에 와서 쓰고... 상품 받아 가고... 신문에는 이번 행사도 성료... 또 이런 이야기나 하겠지. 역시나 변함이 없구나, 여기는.'
곽철용 : 한 끗? 한 끗인데 5억을 태워?
고니 : 이 돈, 착한데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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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불나방 : 2박 3일에 1,000만 원을 태워?
사회적경제 : 이 돈, 착한데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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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이나 저 판이나.
* '이상한 사회적기업, 이상한 사회적경제'는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회적기업, 사회적경제를 접하며 '이상한데. 이건 아닌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었던 분들은 연락 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이상한 것인지, 사회적기업과 사회적경제가 이상한 것인지 함께 이야기 나눠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