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을 처음 만났던 것은 내가 과거 재직했던 회사에서였다. 그 회사는 직원수가 300명 남짓, 매출액은 그 당시 5,600억 정도의 중견 기업. 그 회사는 내가 2020년도 7월 1일 자로 첫 출근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당시 나는 중소기업의 시스템보다 더 큰 곳에서는 어떤 의사결정이 있을지, 어떤 문화로 돌아가는지 궁금했었다. 그러다 좋은 기회가 있어서 이직에 성공을 했었고, 그때 그분을 만났다.
당시 나는 연구소에 있었고, 연구소는 본사와 떨어져 있었는데 그분은 연구소의 신사업에 관심이 많으셨었다. 그래서 가끔씩 연구소에 들리곤 하셨다. 그분은 그 중견기업의 대표이사를 맡고 계셨다. 본디 나는 사업에 관심이 많고, 대표라는 사람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어떻게 직원이 대표이사까지 되었는지 그러한 것이 궁금했다. 그래서 뒷조사 아닌 뒷조사를 엄청 했었다. 지금이야 공개가 되어있지만, 그때만 해도 없어서 차장님, 부장님께 물어봤었다. 그분은,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법조인의 길이 아닌 회사원을 택한 보편적인 관점에서는 특이하신 분이었다. 그래서 더 관심이 가고 궁금하였던 것 같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것은 경상도의 그 말투다. "그래 자네가 뭐 된다카믄 되겠지 해봐라" 내가 그분을 기억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개 과장급 직원이 하는 보고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주시고, 그에 대해 어떠한 의심이나 그런 것이 없었다. 그냥 내가 한 말 그대로를 믿어주었던 기억 때문인 거 같다.
당시 나는 젊기도 했고, 아니 어렸다. 많이 어렸고, 실수도 그리고 실패도 많이 했다. 그 당시 나는 단백질 원료 소재를 성공으로 이끌고 싶었고 거의 반쯤 그 프로젝트에 미쳐있었다. 그때를 회상하며, 그때 작성하였던 사업계획서와 여러 파일들을 다시 봤었는데, 참 열심히 하기도 했었고 잘 모르기도 했었다. 정말 많이 배웠었고, 결과적으로는 안 좋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 시간은 내 인생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생각한다.
아무튼 그런 기억을 접어두었었다, 안 좋은 기억도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좋지는 않았고 엄청 큰 상처로 나에게는 남아있었다. 그래서 억지로 구태여 꾸깃꾸깃 접어 어디 기억 속 한편에 집어넣어 버리고, 서랍처럼 닫아버리고 그렇게 거기 놔두었다. 그때는 그랬다. 힘들었다. 내가 큰 사업을 이끌고 그 핵심이 되고 싶었는데 내가 그 축이 되고 싶었는데, 생각처럼 안되었다. 보기 좋게 성공하고 싶었는데, 보기 좋게 실패해 버렸다.
그때 당시 2020년 2021년에 구상했던 사업을 다시 꺼내어 실패했던 부분을 다듬고, 그때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다시 그때의 멤버에게 전화를 하고, 다시 그 기억과 그때의 분위기 그 느낌으로 초기창업패키지를 쓰고 있었다. 그때 생각도 나고 내가 그땐 그랬지 하면서 과거 파일들을 열어서 보고 있었다. 어디서 말소리가 드문드문 들리는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그때 그 회사의 대표님이 앉아 계셨다. 뭐지? 저분이 여기 왜? 왜 왔지? 공유오피스 대표님과 아는 사이인가? 이런 생각이 드는 찰나 일어나서 가서 인사를 드렸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표정이 아는 듯 모르는 듯하시는 표정이시길래, 저 교촌 연구소에 있었던.. 하니 "아아, 그래! 니 채리나?" 네 제가 퇴사하고, 제약회사 어쩌고 얼버무리며, "여기 좋아요"라고 말을 마무리 했다. 가시는 길에 나가서 명함을 드리며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아서 사업계획서를 썼다.
나중에 듣기로, 그분은 어떠한 사업을 시작하셨고 그 사무실이 멀어 댁에서 가까운 곳을 찾아왔더랬다. 그리고 저녁때쯤 계약을 하셨다 들었다. 2020년에 같은 공간에서 일을 했었는데, 2024년에 다시 같은 공간에서 각자 다른 방향으로 일을 하게 되다니, 여러 가지 생각이 파도처럼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갔다 반복했다. 멍한 느낌으로 집까지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갔다. 공간이라는 것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크게 별것 아니다라고 생각하였으며, 그것에 대하여 어떠한 것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오늘 공간이라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고, 이것이 가지는 어떠한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많고 많은 공유오피스 중에 이곳을 오게 된 것, 그리고 여기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사람들을 만나는 것, 때로는 좋았다가 급격히 나빠지는 기분을 느꼈던 것 일련의 여러 가지 사건들이 복합적으로 나에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