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당신의 신발을 신어드립니다.
척추외과 의사로 20년간 살아온 베테랑 의사 닥터 전을 위해 딸내미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손발이 척척 맞는 부녀가 환자들의 궁금증에 대한 명쾌한 답변과 척추 질환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담은 칼럼 ‘척하면 척’을 통해 환자와 의사 사이의 징검다리를 만들려고 한다.
‘put oneself in a person's shoes'
기억을 더듬어 언젠가 외웠던 영어 표현을 떠올려보자. ‘Put oneself in a person's shoes'. 우리말로 역지사지라는 뜻이다.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듯이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해보라는 말이다.
남의 신을 신고 걷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맞지도 않는 신발에 발을 우겨넣고 걸으려 하면 걷는 모양새가 어딘가 어색해지기 일쑤이다. 어딘가 불편하고 어색하다. 남을 이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타인의 입장에 서보려고 눈을 감고 열심히 상상을 해봐도 결국에 나는 나고, 당신은 당신이다.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와 의사만큼이나 서로의 신발을 신어주기 힘든 관계는 없을 것이다. 환자는 난생 처음 겪는 증상과 통증에 겁을 지레 먹고 병원을 찾지만, 그런 환자를 매일매일 십 수 년 간 만나온 의사에게는 반복되는 일상일 뿐이다. 한쪽은 지나치게 걱정하는 듯 하고 다른 한쪽은 어쩐지 퉁명스러워 보인다.
그래서 의사와 환자의 어색한 만남을 두고 볼 수 없는 내가 환자와 의사 두 사람의 신발을 바꾸어 신겨주는 구두주걱이 되고자 한다. 몇 분 남짓 하는 진료 시간에 차마 묻지 못하고 설명하지 못했던 말들을 대신 전해줄 것이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 아픈 게 참 걱정인 환자의 마음에 의사의 짧고도 예리한 진단 아래 숨겨진 몇 만 건의 경력을 굽이굽이 펼쳐 내주고 싶다.
닥터 전의 한 마디,
서당 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 우리 딸 아는 '척'이 척추 환자들에게 큰 도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