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운동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척추외과 의사로 20년간 살아온 베테랑 의사 닥터 전을 위해 딸내미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손발이 척척 맞는 부녀가 환자들의 궁금증에 대한 명쾌한 답변과 척추 질환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담은 칼럼 ‘척하면 척’을 통해 환자와 의사 사이의 징검다리를 만들려고 한다.
사례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학교 앞에서 작은 분식집을 운영하는 워킹맘 정씨(52)는 허리 통증을 달고 살아왔다. 허리야 늘 아픈 거고,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아서 좀 뻐근할 뿐이라는 생각에 파스 붙이는 걸로 치료는 대신해 왔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도통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심해지고 다리가 저려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왔을 때가 돼서야 정씨는 근처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허리디스크라고 했다. 의사는 어떻게 지금까지 그냥 참아왔냐고 나무라는 듯 했다. 그러고는 수술이 필요하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수술을 받은 뒤에 조금만 쉬면 금세 괜찮아질 거라는 말은 귓전을 맴돌기만 했다. 정씨는 ‘수술’ 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문 닫을 분식집 걱정, 엄마 없이는 밥도 못 챙겨 먹는 철부지 아들 걱정, 통장 잔고 걱정에 눈앞이 하얘졌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 그 때부터 정씨는 틈틈이 핸드폰 액정 속 작은 초록 창에 ‘허리디스크’를 몇 번이고 검색했다. 각종 블로그, 유튜브 채널, 기사와 환우 카페를 섭렵한 정씨는 갓 들어온 의사한테 훈수 둬도 될 정도의 지식을 갖췄다고 자부하기 시작했다. 수술을 권유한 의사의 말에 어리숙하게 홀딱 넘어갈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한 운동과 간단한 시술만으로 이렇게 쉽게 나을 수 있다는 데 말이다.
그 후로 일 년간 헬스클럽 회원권을 끊어 기구도 열심히 들고, 집에서는 윗몸 일으키기를 비롯한 맨몸 운동을 꾸준히 한 정씨의 증상은 오히려 악화됐다. 짬을 내서 방문한 통증클리닉에서 주사를 몇 대 맞아도 크게 나아지기는커녕 처음 며칠간은 더 아프기도 했다. 정씨는 어느 날 걷지도 못할 만큼 다리에 힘이 풀리며 통증이 악화되고 대소변 보기도 힘들어지고 나서야 덜컥 겁을 먹고 다시 큰 병원을 찾았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충치가 생겼다면 치과에 가서 치료를 해야 한다. 일단 충치로 인한 통증이 시작되고 나면 하루에 4번, 밥 먹고 3분 이내에 구석구석 양치를 한다고 한들 어금니를 싸매고 누워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충치 치료를 했다고 양치를 안 해도 되는 것도 당연히 아니다. 적절한 충치 치료와 평소의 치아 관리는 같이 해야 하는 일이다. 둘 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척추 질환도 충치 치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디스크가 터져 나와 신경이 압박이 심한 상태에서 운동과 주사 요법과 같은 보존적 치료로 더 이상 나아지지 않는다면 수술을 해야 한다. 당연히 자연 치유 될 것이라 기대하며 운동만을 해서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과잉 진료에 대한 두려움과 수술에 대한 거부감으로 질병에 대한 판단을 환자 스스로 내리고 적시에 필요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놓치는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수영과 요가, 스트레칭 등을 꾸준히 하는 것이 척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외과적 수술을 대체할 수 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이미 썩어 버린 이를 칫솔질로 소생시킬 수 없듯이, 자연 치유나 보존적 치료로 낫기 힘든 단계의 척추 질환도 운동만으로 호전될 수 없다. 반드시 적절한 치료를 통해 후유증 없이 해결해야 한다.
닥터 전의 한 마디,
허리디스크로 마비 증상이 있거나 대소변을 보는 것이 수월하지 않다면 빨리 병원에 가서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