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수박 깨지 않고 씨 꺼내기, 미니맥스 척추 시술
척추외과 의사로 20년간 살아온 베테랑 의사 닥터 전을 위해 딸내미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손발이 척척 맞는 부녀가 환자들의 궁금증에 대한 명쾌한 답변과 척추 질환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을 담은 칼럼 ‘척하면 척’을 통해 환자와 의사 사이의 징검다리를 만들려고 한다.
크게 열어야 큰 의사다(Big surgeon, big incision)
약 25년 전만 해도 외과 수술의 대가들은 “크게 열어야 큰 의사다(Big surgeon, big incision)”라고 가르치곤 했다고 한다. 수술 절개창을 넉넉히 열어 제대로 보고 수술하는 것이 훌륭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앞선 생각을 가지고 있던 몇몇 의사들은 이와 반대로 내시경을 이용해 조그만 구멍으로 간단히 수술하는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이미 자리 잡은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작게 절개하는 수술의 안정성과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수술 방식이 자리 잡는 데는 꽤 시간이 걸렸다.
작은 상처, 큰 효과
오늘날에는 25년 전과는 달리 더 작게 여는 수술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연구와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가 피부 절개창을 최소로 하거나 아예 피부를 열지 않는 ‘최소 침습 치료’의 발전에 힘쓰고 있다. 25년 전과는 다르게 ‘작은 상처, 큰 효과’라는 새로운 슬로건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작게 여는 게 궁극적 목표인 것은 아니었다. 본래 최소 침습 치료에서 ‘작은 상처’라 함은 치료 과정 중에 얻을 수 있는 플러스 알파와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본말이 전도돼 상처 크기를 줄이는 데만 몰두하는 매체의 광고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환자에게 최소 침습 수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알려줄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수술(operation)’이 아닌 스테로이드나 국소 마취제 등을 활용한 ‘시술(procedure)’만으로도 대부분의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치명적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비유를 들어 수박의 씨를 최소한의 손상으로 빼내는 것이 치료에서의 과제라고 하자. 현재 기술로는 적어도 가느다란 빨대 정도의 내시경 정도는 집어넣어야 수박씨를 빼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바늘 정도만으로도 수박씨를 너끈히 꺼낼 수 있다는 오해에 빠져 있다. 몇몇 광고는 아예 손도 대지 않고 수박씨를 사라지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허풍을 치기도 한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은 환자를 환상에 빠지기 더욱 쉽게 만든다. 수술을 하기 위해 휴가를 내고, 돌봐줄 사람을 찾고, 전신마취를 하고 피부를 절개하는 일은 여러모로 짜증스럽고 무서운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가 수박씨로 비유되는 병을 분명히 가지고 있고 그것을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면 수술 없이 나아보려는 기적을 바라며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작은 바늘로 딱딱한 수박 껍질을 아무리 찔러봐도 씨를 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완치’라는 목표를 분명히 달성해야 아프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약물에 의한 일시적 완화에 치중해 치료 목표를 충분하고 완전하게 도달해야 한다는 궁극적 목표를 경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마법처럼 손도 안 대고 척추를 고칠 수 있는 치료 방법은 없다. 하지만 의사들은 ‘미니맥스 척추 치료법’을 통해 작은 절개와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왔다. 완치라는 목표에 도달하면서도 최소한의 상처와 흉터를 남기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서 완치를 위한 수단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내시경이 되기도 하고 레이저가 되기도 한다. 기술이 더 발전한 미래에는 로봇 수술이나 각종 첨단 영상 가이드 장치가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불과 25년 만에 외과 수술의 판도가 ‘큰 수술’에서 ‘작은 수술’로 바뀌었듯이 앞으로도 지금은 효과가 불충분하고 검증이 덜 된 방법들이 오랜 연구를 거듭한 끝에 표준적인 치료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확실히 병을 치료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전하고 확실한 수단을 활용해 완치와 최소 침습 두 가지 모두를 달성해야 한다. 상처 크기를 줄이는 데만 집중하며 치료를 늦추지 말고 확실한 치료 효과를 주는 최소 침습 수술을 통해 환자복을 빨리 벗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닥터 전의 한 마디,
"Less is better"
작은 상처로 큰 효과를 보려면 자세한 정밀검사로 원인을 분석한 뒤 병소를 정확히 보고 원인을 제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