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증상 검색 좀 하지 마세요
하루 아침에 의학도가 되어 나타난 보호자
(출간 준비중입니다.)
90세 늙은 노모를 모시고 다니는 그녀. 나를 보자마자 엄마가 크론병인것 같다고 걱정을 한아름 지고 왔다. 기
력이 떨어져 말도 잘 못하는 어머니는 밤새 설사를 하고, 항문 통증이 있었다. 밤새 인터넷을 검색하고 내린 결론은 크론병이었다. 그는 어머니의 증상이 나타난지 만 하루 만에 크론병에 대한 의학정보를 다 꿰고 있었다. 날이 새도록 그 많은 정보들을 수집하느라고 잠 한숨 잘 수 없었다. 하루 아침에 크론병 환자가 된 할머니. 그리고 그런 환자의 보호자가 된 딸. 기력이 약한 어머니에 대한 그녀의 걱정이 더 커졌다.
크론병의 증상은 여러가지이고, 무엇보다 증상으로 진단 내리는 질병이 아니다. 설사 크론병이라도 할 지라도 밤 사이 보호자가 해야할 처치는 없다. 아니 그 오 밤중에는 의사가 할 일도 없다. 아무리 유능한 의사라도 환자가 호소하는 말 한마디 만으로 병을 진단 내리지 않는다. 환자의 기저 질환과 다른 증상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며, 필요할때는 적절한 검사가 필요하다. 그렇게 우리는 환자에게 병을 진단 내릴 수 있다.
지금의 내과 전문의 자격증을 받기까지 나는 몇년의 시간이 필요했을까? 의과대학 6년, 인턴 1년, 내과 레지던트 4년, 펠로우 1년. 나는 지금의 위치에 오기까지 12년이 필요했다.
그런데 적지 않은 사람이 하루 밤사이에 의학도가 되어 나타난다. 하긴 뭐 나도 내가 잘 모르는 분야는 인터넷 검색을 해본다. 소아과와 산부인과 같은 건, 나도 확신 하지 못한다. 그 결과 드물고도 놀라운 질병에 대해 겁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이건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다. "인터넷에 증상 검색 하지 마세요." 라는 주제로 스웨덴 의사가 노래까지 만든걸 보면, 이건 만국 공통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 노래 영상에 달린 댓글에 따르면, 인터넷 검색은 남자를 난소암 환자로 만들기도 하고, 코피가 나는 사람에게는 혈소판 감소증으로 진단한다. 코에서 맑은 물이 나오는 건 뇌척수액일수 있다고 끔찍한 경고를 하기도 한다. 기침을 하면 폐렴이라고 겁을 주기도 한다.
인터넷에 있는 몇가지 증상으로 인한 질병은 늘 과장되어 있고 극단적이다.
그리고 길고 긴 밤중에 우리는 유독 그런 것들만 눈에 들어온다.
하나의 질병을 진단하기 위한 과정은 간단하지가 않다. 질병을 진단하기 위한 대충의 과정을 그려본다.
1. 증상의 정도, 기간, 주증상 이외에 다른 증상
주된 증상과 증상의 빈도, 기간, 양상 그리고 증상이 발현된 계절과 유행하는 질병을 고려한다. 무엇보다 당신이 고민하고 있는 그 증상은 어떤 질병을 진단하는데, 중요한 증상이 아닐 수 있다. 반면, 반대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증상이 진단을 내리는데 중요하기도 하다.
2. 환자의 나이, 성별
환자의 나이, 성별에 따라 생각해 볼수 있는 질병은 다양하다. 여성의 경우 폐경기 전과 후에 생각해 볼 수 있는 질환은 다르다. 때때로 가족의 병력과 거주지(나라), 직업 정보가 필요하기도 하다.
3. 다른 기저 질환 - 고혈압, 당뇨병, 만성콩팥병, 자가면역질환, 기타 암, 간염 보균자, 과거 수술력, 출산력, 흡연력, 음주력
우리는 여기에 환자의 다른 기저 질환들을 생각한다. 같은 증상이라도 기저 질환에 따라 진단을 전혀 달라진다. 기저 질환에 따른 복용하고 있는 약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4. 의사에 의해 이뤄지는 다양한 진찰, 검사 (혈액검사, 영상학적검사, 심전도, 내시경, 조직검사)
마지막으로 의사의 진찰이 필요하다.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환자의 증상을 토대로 의사는 취해야 할 정보와 버려야 할 정보들을 가려낸다. 환자의 안색을 살펴보고, 복부를 진찰하고, 청진소리를 듣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 적절한 검사를 진행한다. 추가 검사나 반복적인 검사가 필요하기도 하다.
이런 검사들은 대게 객관적인 수치들로 진단에 있어 열쇠가 된다.
여기에 인터넷으로 결코 알 수 없는 의사의 직감과 같은 주관적인 느낌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괜히 안색이 안좋아 보여. 어떤 병이 있을지 몰라.'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의사의 직감으로 병을 의심하고 진단한다.
하나의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이 네가지의 퍼즐이 맞아야 한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걱정을 한다. 줄어들기만 하는 통장 잔고, 일자리,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진단받을 가능성 없는 그 어떤 질병. 해야할 수많은 걱정중 진단받은 가능성 없는 그 질병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기로 하자. 그 걱정은 의사에게 던져버리자.
인터넷 검색창은 결코 당신의 의사가 될 수 없다.
* 직접 만든 영상으로도 확인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