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인턴 의사 생활, 1년을 정리하는 글
사실 졸업은 1년 전에 했고, 친구들은 대부분 바로 인턴 생활을 시작했지만 나는 홀로 대학병원을 떠나 있었다. 당시만 해도 면허를 따고 의사가 되었다는 기쁨보다 잠 못 자고, 밥 못 먹고, 집에 못 가 힘들다는 인턴 생활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 싫었다. (게다가 나는 당시 신혼이었다.)
아직 특별히 하고 싶은 과도 없었다.
그걸 내가 왜 해야 하지? 스스로 대답할 수 없었다.
남들 한다고 그냥 생각 없이 따라 하는 것은 성격에도 맞지 않았다.
그저 '죽기보다 하기 싫다!'란 마음밖에 들지 않았다.
정말 어지간히 하기 싫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모범생 흉내를 내며 자라다보니 아예 처음부터 인턴 원서를 안 쓰고 "나 그냥 놀 거야!"라고 말할 용기까지는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나마 인턴 생활이 편하다고 소문이 난 병원에 상향 지원을 했고, 보기 좋게 떨어졌다. 막상 떨어지니 가슴이 아프긴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1년을 쉬면서 대학병원 밖에서 일반의로 일하게 되었다.
밖에 나가 혼자 일하다 보니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의로 일하기에 의대 교육 과정이 충분하지 않구나. 전문의 과잉인 우리나라의 구조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바뀌기 전까지는 나도 결국 수련을 받아야겠구나.
필요성을 머리로 알던 것과 다르게 스스로 깨닫고 나니 선택이 쉬워졌다.
힘들겠지만, 나를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면, 시작해야지.
1년 전과 다르게 마음도 가뿐하고 심지어 약간의 기대까지 생기는 기분이다.
의사 국가 고시가 얼마전 끝났다.
누군가는 또 의사 면허를 받아 들고 대학 병원에서 시작할 인턴 생활을 앞두고 있을 것이다.
나는 벌써 인턴과 레지던트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전문의로 일한지도 벌써 1년. 사람의 기억이란 휘발성이 강해서 언제 내가 인턴이었냐는 듯 능숙하고 편안하게 일하고 있다.
잠시 옛 추억을 생각하며 지난 기록들을 돌아보다가 나의 글과 사진을 함께 정리해보면 어떻겠냐는 인턴 동기의 응원에 힘입어, 흩어져 있던 글들을 조금씩 정리해보려고 한다.
아주 극히 좁은 세계에 갇혀 지낸 작은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공감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세계를 엿보는 즐거움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