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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스윗비 Feb 23. 2022

두근두근, 인계 하루 전

인턴시작 D-2


인턴 시작 전, 졸립고 지루한 이론 교육을 받았다.

교육 막바지에 제비뽑기로 일년 스케쥴을 정했고, 3월 당직표가 나왔다.

제비뽑기 할 때는 어찌나 떨리던지.

 

주 88시간 근무
36시간 연속 근무 금지
일년 중 절반은 본원 근무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는 최소 한 번 필수


앞으로 1년간 인턴 근무의 원칙이었다.

전공의법이 시행될 예정이라 그나마 근무 조건이 좋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속 36시간 근무라니 ! 주 88시간 일한다니 !

밖은 주 52시간 근무제 이야기가 나오는 세상에, 이게 과연 맞는 일인가? 싶다가도 100일 동안 연속 당직을 섰던 라떼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언제 집에 갈 수 있을까 ?



스케쥴을 확인하면서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다.

3월 당직표가 공지 되자마자 내 이름을 찾기 위해 재빨리 훑어보았다.

어머나, 한 달에 한 번, 무려 토,일 연속해서 쉬는 날이 있었다.

올레 

금요일 밤 당직을 서고 토요일 아침에 퇴근해서 일요일에 쉬고, 다시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는 스케쥴이다.


내가 너무 최악을 생각하고 왔는지, 한 번이라도 연오프가 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다.

회사 다닐 때는 특별한 일 없으면 당연했던 주 5일 근무였는데, 그게 이렇게 간절한 일이 될 줄이야 ...


때만해도 토,일 이틀은 집에서 쉬고 월요일에 출근할 있을 알았다.

막상 가보니 출근시간이 새벽 6시부터라 전날 미리 숙소에 다시 와야했지만 말이다.


의료인의 휴식은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일인데, 대학병원 전공의들의 노동 환경은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인턴 시작 전 마지막 휴일.

다음날 짐 싸들고 인턴 숙소로 들어가고, 이전 인턴들에게 인계를 받을 예정이었다.

출근하면 당장 실전에서 해봐야 할 술기 목록들을 체크하고 머리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다.


복부천자, 동맥혈 채혈, 혈액배양 채혈
심전도 촬영, 비위관 삽관
각종 동의서 받기 ... 


첫 턴은 내가 두려워 하는 바늘 술기가 많은 내과였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마지막 자유인의 하루인만큼, 오늘은 병원 생각 하지 말고 쉬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맘대로 되질 않았다. 카페에 소설 책을 들고 나왔지만 한 장도 제대로 읽지 못했고, 대신 다음날 처음으로 해봐야하는 술기들이 머리에서 뱅뱅 돌았다. 온 몸에 긴장감이 채워져 있었다.


인턴 생활, 작은 목표를 세워보았다.

- 최대한 모든 술기 다 해보고 피하지 말고, 숙달 될 수 있게 하기
- 내가 하는 술기와 동의서 받는 모든 시술에 대해 잘 공부해두기
- 환자, 간호사, 동료나 선배 의사들에게 예의 바르게 일하기


워낙 학생때부터 손이 굼떠서 걱정이 크지만 많이 해보면 언젠가는 늘겠지.

일 년 동안 사고 치지도 않고, 사고 당하지도 않기를.

무엇보다, 무사히 끝마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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