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책 '가스등'

by 다큐와 삶

[리뷰] 책 ‘가스등’ - 작가 패트릭 해밀턴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흔한 말로 가스라이팅 한다라고 하는 말이 있다. 아마 요새 사람들은 다 알아들을 만한 단어 가스라이팅. 그 가스라이팅은 작가 패트릭 해밀턴이 쓴 가스등이라는 연극에서 시작되었다. 예전에도 읽었지만, 최근에 개정판이 나온 것을 보고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메닝엄 부인은 젊지만 어쩐지 창백하고 힘이 없다. 남편이 매번 화를 내진 않지만, 그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집에서 일하는 낸시라는 하인은 자신을 우습게 안다. 그러던 중, 러프 형사가 집에 방문하면서 이야기는 급변한다. 자신이 살던 집에서 오래전에 한 늙은 부인이 살해를 당했고 그 살인 용의자가 메닝엄, 그러니까 시드니 파워라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에 메닝엄 부인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 극은 총 4막으로 이루어져 있고, 아마도 가스등이 가장 중요한 장치이지 싶다. 남편이 예전에 살해까지 해서 찾아내려는 루비 보석을 찾으러 맨 꼭대기 층에 올라갈 때, 가스등이 미세하게 희미해지는 것을 알아차린 부인은 그것으로 인해 오히려 자신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누명을 쓴다. 아마도 어머니가 정신병원에서 돌아가신 탓에 그녀가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남편이 이용한 탓이다. 여기서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인터넷에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그 사람이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듦으로써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말한다.


결국 메닝엄(시드니 파워)은 경찰에 붙잡히고, 마지막 메닝엄 부인은 긴 독백을 이어가다가 극이 마무리된다.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정신을 놓을 것같이 말하던 메닝엄 부인을 향해 러프 형사가 따귀를 때리는 장면이다. 이 연극은 심리적 요인은 자극하는 편인데, 아주 구시대적인 장면이 있다는 점이 마음에 쓰인다. 아마 현대로 극을 옮겨 온다면 이 장면은 삭제가 되거나 다른 표현으로 변경하는 편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이 의심스럽고 힘들 때가 있다. 요즘 세상을 살다 보면 그런 순간은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 그럴 때 좀 더 나를 믿고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다짜고짜 가스라이팅을 하는 세상의 회색지대가 있기 마련이고 힘들 때 역시 있다. 하지만 그럴 때 조금이나마 앞으로 행동하며 나아가다 보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잘되지 않지만, 염두에 둬야 할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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