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더 폴 : 디렉터스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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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많이 보게 되면, 영화와 영화의 간극이 좁혀진다고 생각한다. 무뎌진다고 표현하면 아쉽고, 장르나 예산을 나누는 게 어려워진다고 표현해야 맞을 것 같다. 나에게 영화는 정말로 그런 것이어서 독립영화를 제외한 예술영화에 관하여 이야기할 때 난해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나 영화 ‘더 폴’은 자신 있게 예술영화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영화 자체가 NO CG인 것도 있지만 이야기 속의 이야기 역시 영화에서 잘 살려냈기 때문이다.
무성영화가 나타난 시점, 로스앤젤레스의 한 병원에 5살짜리 알렉산드리아가 입원해 있다. 어깨부터 한쪽 팔에 깁스를 하고, 앞니는 빠진 너무나 귀여운 소녀는 병원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무료함을 달랜다.
그때, 시름에 빠진 로이가 등장한다. 두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그는 영화 스턴트맨으로 활동하는 사람이지만 지금은 병원에 입원해 누워만 있는 신세다. 그런 그에게 알렉산드리아가 다가간다. 그렇게 그들 사이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다.
액자식 구성의 이야기는 로이와 알렉산드리아가 만들어 나간다. 처음에는 로이가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알렉산드리아가 참여하면서 이야기가 좀 더 달라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로이는 다른 생각을 품는다. 알렉산드리아에게 약을 훔쳐 올 것을 부탁한다. 그 약을 과다복용해서 삶을 끝내려 하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그를 도우려고 알렉산드리아는 다시 약을 훔치려 하다가 약장에서 떨어지고 만다. 물론 알렉산드리아는 로이가 그저 잠을 자고 싶다고 해서 도우려 한 것이다.
그녀를 본 로이는 미안함과 삶에 대한 의욕 없음에 화가 난 듯, 이야기 속 사람들을 한 명씩 죽인다. 로이는 해피엔딩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알렉산드리아는 그렇지 않다고, 왜 사람들을 죽이냐고 말한다. 결국 이야기 속 로이의 얼굴을 한 남자는 살아나고 터벅터벅 걸어 나가 삶을 향해 나아간다.
마지막 영화의 장면은 알렉산드리아가 오렌지 농장에서 놀다가 영화에 대한 장면을 이야기한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배우 대신 맞는 장면에 출연한 로이를 발견했다고. 그렇게 로이는 다시 배우의 스턴트를 다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에 힘이 되고자, 여러 영상미를 많이 이용한다. 그것이 환상적인 모험을 불러일으키게 하는데, 감독이 무척이나 고심하면서 만든 모양새가 좋다. 확 트인 광경을 스크린으로 보았을 때의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이번 디렉터스 컷은 노트북으로 보았지만, 개봉 당시 스크린에서 보았을 때의 느낌을 지금까지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의 무성영화와 함께 나오는 클래식 음악 역시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때때로 삶이 외롭고 힘들 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암흑 같은 시절이 오곤 한다. 이것저것 다 포기하고 싶을 때, 희망의 감정을 일으키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식물일 수도, 동물일 수도, 아님 사물일 수도 있다. 그것들의 힘을 긁어모아 생의 한 발짝을 디딜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