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방향성
최근에 본 프로젝트 해일 메리에서 주인공 그레이스는 처음 우주선에서 깨어나서 이곳이 어디인지 알지 못하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한다. 우주선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여기 왜 왔으며 누구와 왔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나가야 하는지 깨닫는다.
삶에서도 그런 순간들이 있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걸까? 적어도 그레이스와는 다르게 내 이름과 소속은 알고 있지만 정작 맞는 방향성인지 궁금할 때가 있다.
지금의 내가 그런 상황이다. 써 내려가는 작업은 생각보다 더디고, 자기 검열하면서 속도는 더 느려진다. 그저 많은 레퍼런스를 읽으면서 채우기에 급급했는데 이제는 정말 출력하는 작업을 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임경선 작가의 책 ‘글을 쓰면서 생각한 것들’과 작가 천쉐의 ‘오직 쓰기 위하여’ 같은 책을 읽어보면 일단 어떻게든 쓰라고 말한다. 물론 아무 말 대 잔치는 아니겠지만, 써서 굴러가는 자전거의 느낌을 느껴보라는 말 같이 여겨진다.
거침없이 쓸 수 없는 이유는 아직도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내가 많아서다. 이제야 이렇게 편하게 말하고 나니, 속 시끄러운 점이 나아질 것 같다. 하지만 언제나 마음속 흙탕물이 맑아지기를 기다리는 성정을 지닌 내가 다시 검열하고 주저하는 순간들은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조금씩이라도 쓰다 보면, 내가 원하는 방향성으로 가고 있다면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결과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