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 스포츠센터에서 자유 수영을 했다. 새로 지은 수영장은 쾌적한 편이나 구시가지여서 그런지 스포츠센터엔 젊은 사람은 거의 안 보이고 60대 이상의 할머니만 많이 보인다.
정말 이건 물 반 할매 반.
낯선 사람과 서슴없이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할머니들이 이것저것 물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상냥하게 대답을 해드렸다. 그런데 간신히 물에 뜨는 듯한 초급반 할매들이 내가 자유형이나 배형을 하면 손바닥을 마주 치며 “어머, 이 이는 수영을 오래 했나 봐.”라고 한다.
내가 그 소리에 웃기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해서 허부적거리다가 수영장 물 10ml는 원샷한 듯. 할매들이 날 놀리나?
강사가 배영을 시키면 할매 한 분은 시계초침처럼 한 자리에서 뱅뱅 도는 신기술을 선보였다. 할매와 친분이 있는 듯한 수영강사가 “직진을 해요! 왜 한 자리에서 뱅뱅 돌아요!” 라고 하니까 할매도 몸을 세우려다가 나처럼 10ml는 드신 듯.
아무튼 그 어른들 눈에는 쉬지 않고 편도도 아니고 왕복을 하는 내가 부러웠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할매들 수영을 하러 온 건지 목욕을 하러 온 건지 물속에서 계속 떠들면서 내가 하는 것만 지켜봤다. 나 관종 아님. 모르는 사람한테 관심 받는 것 굉장히 싫어해욧!
마음 같아선 다른 라인으로 넘어가고 싶었지만 무안해 하실까봐 그냥 했다. 잠깐 쉬고 있는데 나처럼 몸이 커다란 할머니가 얼마나 배웠수? 라고 물었다. “오래 전에 한 두어 달...” 이라고 사실대로 답했다.
그러나 에이 설마! 겨우 두 달? 이라고 한 마디씩 보태는데, 이 분위기는 뭔가 싶었다. 탈의실에서 머리를 말리고 있을 때는 바나나를 하나 주시며 기운 없을 텐데 드셔! 라고 한다. 그러고는 젊은 사람이라 그런가. 힘이 넘쳐, 라는 칭찬의 말씀을 하시는데, 아주 부끄러워 머리도 못 말리고 도망을 쳤다. 70년생 반 백년 산 내가 할매들 눈에는 젊은 사람.
오늘도 수영장 간다. 그 할머니들 오늘도 뵐 수 있을까. 내가 평형이나 접형이라도 하면 나를 수영의 신으로 부르실 텐데.
나이 들어 새로운 걸 시작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도전했다는 것이 장하다.
할머니들께 격려의 마음을! 그리고 제자리에서 뱅뱅 그만 돌고, 진격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