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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유료 리텐션 14% 개선

드디어 한 방이 제대로 들어갔다.

요약 : 4개월간 2주마다 iteration을 해도 미동도 않던 리텐션이 14%나 올랐다.


HYBE가 작년 4월에 처음 우리 데모를 쓸 때가 생각난다. 1달 만에 만든 목업 데모를 돈 주고 쓰겠다는 HYBE는 엄청난 기능 피드백을 줬고, 일요일이었던 일다(CTO)님 생일에 식사하다가도 우리는 HYBE의 전화를 받고 기능 피드백을 받아 적고 있었다.


당시에는 너무 스트레스였지만 서비스가 나아지는 것이 느껴졌고 그 뒤에 바로 오픈 베타를 론칭해서 더 많은 사용자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싶었다.

그러다 변태 기질처럼 “무료니까 참고 쓸게요”가 아니라 “돈 주는데 이것밖에 못해?”라는 고객들의 분노에 찬 피드백을 들으려고 다들 SaaS가 2년 동안 무료 베타 하는데 무슨 3개월 만에 유료 론칭이냐고 미쳤다고 할 때 우리는 그냥 유료화를 해버렸다.

그렇게 작년 11월부터 '유료 플랜 2nd month 리텐션'이라는 지표가 생겼다. 일단은 그렇게 유의미할 정도로 유료 고객사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리텐션이 유의미한 지표가 되기 시작한 뒤, 퍼널에서 뒤 퍼널부터 최적화해야 밑 빠진 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가 알다시피 심리테스트 제작도구였고, 마케팅 캠페인으로 한 번 사용 후에 재사용을 할 충분한 가치를 주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리텐션 지표가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열심히 만들면 올라가겠다'라고 생각해서 4개월 동안 2주마다 가설 설계하고 실험하고 액션하고 기능 만들면서 iteration 했는데 그래프가 안 올랐다.




6월 내내 우리 팀원들은 손편지를 써서 쿠키와 함께 고객사 인터뷰를 했고, 각 고객사별로 우리가 어떤 전장에서 경쟁하고 있었는지, 의사결정 프로세스는 어땠는지, 왜 유료 플랜 갱신을 취소했는지 알기 위해 한주마다 인터뷰 질문 바꿔서 인사이트를 추출했다.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서번트 증후군처럼 화이트보드에 미친 듯이 써 내려가는 모먼트들이 두세 번 있었고, 조금씩 생각이 잡히기 시작했다.


7월 1일 금요일, 원래는 주주 업데이트 때문에 금요일에 데이터를 추출해서 기록해야 하는데, 라운(COO)이 본 투 글로벌 행사 때문에 외부 일정을 나간 터라 데이터 정리가 안 끝난 상태였다. 그냥 주말에 정리해서 월요일에 주주분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지표는 1~2개월 심지어 6개월이 걸려야 볼 수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폼 론칭을 5월 말에 해서 이 액션으로 2nd month 리텐션이 나아졌는지 명확하게 파악하려면 2개월이 지난 7월 말일이 되어야 한다.

새로 이사한 도다팀 사무실

아직 데이터 정리가 안 끝났다 보니 사무실 이사 끝나고 일다 님(CTO)이랑 식당에서 밥 먹으려다가 1시간 동안 ‘이번에는 올라갈 줄 알았는데, 또 안 된다’라면서 꺼이꺼이 울었다. 너무 울어서 식당 사장님이 계산할 때 힘내라고 하실 정도였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사랑받는 서비스 만들자고, 망하더라도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망하자고 그렇게 다짐했다.


그렇게 어제, 토요일 밤, 주말까지 이어진 글로벌 행사 외부 일정으로 라운의 데이터 정리본을 기다리며 데이터만 넣으면 끝나도록 주주서한을 작성했다.


그리고 이 사진은 라운의 데이터 정리 후 메시지다. 이번 폼 기능 론칭의 제대로 된 리텐션은 7월 말이 되어야 알 수 있지만, 일단 14%나 올라갔다. (폼 기능은 프리미엄에서만 쓸 수 있어 베이식 플랜 리텐션은 대조군이다)


4개월 만에 드디어 한 방이 제대로 들어갔다.


안 울어도 됐는데 꺼이꺼이 울어서 식당 사장님께 죄송하지만,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우리가 얼마나 간절한지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다. 끝까지 해낸다.


아래는 7월 1일에 주주분들께 전달한 주주서한의 내용이다. 리텐션이 개선됐다는 데이터를 알지 못할 때 써서 더 처참한 마음으로 썼다.

주주서한의 일부
주주서한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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