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바보같은 도전일지라도, 나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by 와루


20210131씀


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도전으로 큰 성공을 바랄 수는 없다는 것을.

타이거즈의 투수, 양현종의 이야기이다.


양현종은 미국 진출을 위해 타이거즈와의 FA협상을 종료했다.

많은 이들은 우려를 표한다.

모든 부분에서 걸림돌이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메이저리그 안에서도 계약이 더뎌지고 있는 상황에,

나이는 서른이 훌쩍 넘었고,

피지컬이 월등하지도 않은데다,

심지어 20시즌 성적도 훌륭하지 않았다.

모든 조건이 그의 미국 진출을 방해하고 있다.


타이거즈에 남는다면

양현종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로 군림할 것이 자명하다.

대투수라는 칭호에 걸맞게,

최고의 연봉과 에이스 대접을 받으면서,

4년이라는 안정적인 계약 기간을 통해 맘 편히 공을 던지고,

가족과 팬의 뜨거운 사랑을 온 몸으로 느끼며,

뛰어난 커리어를 유지하면서,

타이거즈의 영구결번을 향해 천천히 걸어갈 것이다.


어쩌면 양현종에게 미국 진출은 밑지는 장사일지도 모른다.

아니, 대부분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

실패하고 돌아온다면 어쩌면 그간 쌓아온 명성에 마저 스크래치가 날지도 모른다.

미국 진출에 성공을 하는 것만이,

그리고 나름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즉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는 것만이,

본전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현종은 도전을 선택했다.

굳이 도전을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그는 마지막 도전을 위해 필사의 애를 쓰고 있다.

40인 로스터에 들지 않아도,

스플릿 계약이어도,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해도,

그 뭐든 미국 야구만 경험할 수 있다면 상관이 없다고 한다.


팬의 입장에서 양현종의 도전을 마냥 응원만 할 수는 없다.

앞서 말했듯 그가 나아가는 길에는 무수한 걸림돌이 있고,

그만큼 성공에 대한 보장 역시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건,

이 길만이 그에게 후회를 남기지 않는 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그 길이 가시밭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구태여 그 길로 가는 경우가 있다.

그건 그 길을 가지 않으면 평생토록 후회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심장에 박혀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의 아픔보다도

그 고통이 두려워 걷지 않았을 때의 후회가 더 아플 것이라는

확신에 찬 신념이 혈관에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다른 어떤 감정보다도 인간을 괴롭게 한다.

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에게 미련을 남기고,

그 미련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더럽히며,

더렵혀진 발판에 선 인간은 자꾸만 아래를 보게 된다.

그 발판에서 제 미련이 묻어나기 때문에.


양현종의 도전이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절대 없다.

하지만 적어도 그에게 후회를 남길 일은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도전하지 않은 것에 미련을 남기며 아래를 보는 대투수보다,

가시밭길에 서 있더라도 후회하지 않고 당당히 서 있는 투수가 더 행복하지 않을까.


야구에 만약이란 건 없다.

만약 대타를 썼다면,

만약 방망이를 휘둘렀다면,

만약 수비 시프트를 했다면,

만약 투수 교체를 진행했다면,

이미 행위가 이루어지고 결과가 나온 상황에서 이 모든 가정은 다 쓸데없는 짓이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만약이란 건 없는 야구의 세상에서

양현종은 승부수를 던졌다.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더 이상의 후회는 담아두지 않기 위해,

그는 험난한 고행이 예상되는 길로 나아갔다.


그래서,

어쩌면 바보 같아 보이는 그의 도전에

나는 그저 한없이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