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조금 기대를 해봐도 될까

by 와루


20210314씀


프로야구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깟 공놀이가 뭐라고,

2020시즌을 그렇게 데였으면서도

멍청한 야빠는 또 다시 심장이 벌렁거린다.

포기할 줄 알아야, 마음을 놓을 줄 알아야 진정한 승자가 된다는데.

평생을 글러먹었다.


고작 연습경기를 시작했는데 벌써 유니폼을 꺼내 입고 빵댕이를 흔들고 있다.

날이 조금씩 따듯해지면서 집 창문도 활짝 열리기 시작했는데

이 방정맞은 빵댕이는 옆집 눈치를 볼 줄 모른다.

그저 본능에 맞춰 흔들리고 있을 뿐이다.


언제 봐도 빡치고, 어디서 봐도 열이 뻗치는 야구임에도

야구 없는 겨울에는 습관적으로 야구를 찾고 있다.

올 겨울, 코시국에 맞춰 스프링캠프를 국내에서 진행하고

그 덕에 스캠 소식도 빨리,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야구는 언제나 목마르다.

이 호구 같은 야빠는 학습이란 게 없어서

시즌을 말아먹든, 팬 서비스가 거지같든

마치 밑 빠진 항아리처럼 야구를 찾아댄다.

그니까 이번 시즌은 좀 잘하라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시즌도 성적 따위는 기대하지 않는다.

어차피 전반기에 한 달 정도 빠짝 잘해서 갸빠 마음 설레게 한 다음

곧바로 줄창 무너져서는 6-8위권에서 허덕이다가

시즌 막바지나 되어서 가을야구에 힘 한번 써보는 척 하고는

그렇게 시즌 마무리 하겠지.

내가 이 코스를 원데이 투데이 겪었냐고.


또 하나 기대되지 않는 이유는 선수층.


타격이야, 원래 뭐 답이 나오는 라인업은 아니었으니 긴 말 할 것도 없다.

얼마나 답이 없으면 만 37세 선수에게 타선의 기둥이라는 말을 하겠냐고.

물론 만 37세가 되어서도 타격왕이 되고 팀의 모범이 되는 선수의 활약은 쌍수를 들고 환영이다.

어느 야빠가 이리 잘하는 선수를 안 사랑할 수 있냐고.(역시 이맛현)

문제는 다들 최형우만을 믿고 있다는 것이지.

그래서 최형우 없이는 타점이 안 만들어지는 것이고.

라인업에 든 선수들을 보면 다들 젊고 어린데, 막상 해결해주는 선수는 만 37세 선수와 그 앞, 뒤로 덕호, 나비 뿐이다.

답이 나올 리가 없는 타선이다.


문제는 선발 투수도 빵꾸 투성이라는 것이다.

외국인 투수 둘은 나름의 원투펀치를 잘 해줄 것 같은데

양캡틴이 빠진 자리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

당장 10승에 170이닝이 사라졌다.

3선발이 없다.

작년 4, 5 선발을 맡았던 임기영과 이민우가 선발 자리를 버텨주기야 하겠지만

그 둘은 기복이 심해 안정적인 느낌을 주지 못한다.


타선은 답이 없고, 선발진은 빵꾸가 났으니 이번 시즌도 가을 공기를 맡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아주 작은, 딱 하나의 기대는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이의리

광주일고 출신의 02년생 고졸 신인 좌완 투수

무려 2021 신인 드래프트 1차지명이다.

빠른 속구가 아주 매력적이고, 그 속구를 바탕으로 연습경기 동안 호투를 펼치고 있다.

지명 당시에는 조금 왜소해 보이더니 그새 벌크업도 마쳐 피지컬마저 단단해졌다.

그러니 조금 기대를 해봐도 되지 않을까.

신인왕.


1985년 이순철 이후로 신인왕이 없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한 번쯤은 더 나올 법도 한데 말이다.

심지어 그 이종범도 신인왕을 받지 못했다.

30년 내내 못했으면 말이라도 말지.

신인왕 이순철이 탄생하고 8번을, 해태가 기아로 바뀐 이후에도 두 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타이거즈는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했다.

괜찮은 선수가 없던 것도 아니다.

내가 야구를 보기 시작한 2009년 이후에도 안치홍, 전상현 등 준수한 성적을 내는 신인 선수는 있었다.

그럼에도 신인왕을 받지는 못했다.

도대체 뭐가 문제냐.


이쯤 되니 신인왕은 아예 먹지 못할 떡으로 보인다.

그림의 떡조차 되지 못해서 아쉽지도 않고, 탐나지도 않는다.

그냥 딴 세상 문물이겠거니, 할 뿐이다.

그래서 신인왕 시상식을 할 때면 타 팀을 향해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그 트로피는 어차피 타이거즈가 가질 수 없는, 마치 절대반지와도 같은 것이니까.


그런데 이의리라면 말이 좀 다르지.

자꾸 기대하게 만들잖아, 이의리가.

속구만 좋으면 모를 텐데 제구도 나쁘지 않아 보이고 게임을 풀어가는 능력도 갖춘 듯하다.

1차 지명한테는 원래 없던 기대도 품고 그러는 법인데

연습경기에서 자꾸 무실점 행진 펼치고 그러면 기대가 되는 게 자연스러운 거잖아.

선발진도 빵꾸난 마당에 적어도 5선발감으로는 충분해 보이는데 욕심이 안 나겠냐고.


물론 이번 신인들도 미치도록 훌륭하다는 거 나도 다 알고 있다.

9억 팔 장재영에 김재호가 롤모델인 안재석, 대통령배 우승 김진욱까지

훌륭한 선수들이 가득하다는 것 누가 모르겠냐고.

그래도 갸빠라서 그런지.

답 없는 갸야구와 한 길을 가기로 한 갸빠라서 그런지.

우리 의리가 짱 먹을 거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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