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 배려 돋는 세상을 꿈꾸다
서석영 작가의 코끼리 놀이터. 샛노란 병아리의 얼굴 한켠에 까만 깨 한알씩 콕 박아놓은 것 같은 눈이 초등학교 1학년 신입생들의 눈동자를 꼭 닮은 그림책이다. 병아리들은 커다란 바위 위에 올라가 흙먼지를 묻히고 미끄럼 타며 놀다가, 똥오줌을 찍찍 싸고, 퍼질러 낮잠도 잔다. 그렇게 신나게 놀다 무심히 집으로 돌아간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깨알 같은 눈을 가진 병아리들. 자신들의 몸보다 백배는 더 큰 코끼리의 등을 놀이터 삼아 놀았다는 것을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도 모를 수 있었던, 아니 염려할 필요가 없었던 것은 코끼리의 배려 덕분이다. 병아리들이 실컷 놀고 떠날 때까지 놀라지 않도록 꼼짝 않고 바위처럼 있어주었던 배려. 코끼리는 병아리들이 떠난 뒤 코에 침을 바르며 저린 팔, 다리를 달랜다. 똥을 씻어내고 싶은 마음도 꾹 참았던 코끼리는 홀로 저녁노을을 보며 오늘을 행복으로 기억한다. 배려란 이런 것이다. 내가 가진 것 중에 무엇을 나누면서 행복해지고, 받는 이도 알게 모르게 행복해지는 것.
독박육아로 지친 마음에 우주최강 개구쟁이 두 아들을 부둥켜안고 체면 없이 엉엉 울던 날이 많았다. 그 힘든 시절이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은 녀석들과 주고받은 배려 덕분이다. 녀석들의 웃음을 위해 기꺼이 비행기와 시소가 되었던 순간들이 나를 엄마로 행복하게 해 주었고, 부족한 새댁이의 어설픈 엄마 노릇에도 기꺼이 해맑게 웃어주었던 두 아들 덕분에 그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었다. 우리는 서로 배려하며 천천히 함께 자랐다.
코끼리는 어쩌면 병아리에게 위협적인 존재일 수도 있다. 병아리들은 커다란 코끼리의 너른 등짝을 다 이해하기에 아직 너무 어리다. 얼마든지 위험하고 문제 될 수 있었던 이 바위는 코끼리의 배려덕에 '놀이터'일 수 있었다. 병아리가 천천히 세상을 알아가는 것을 허락해 줄 수 있는 사회.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의 코끼리놀이터가 되어주는 정도의 배려만 베풀면 지금의 우리 아이들이 좀 더 병아리처럼 천천히 어린 시절을 어린이답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1학년들의 하교시간에 맞춰서 부모님들이 학교 정문 앞에 즐비한 풍경이 씁쓸하다. 아이 혼자 동네를 걸어 하교하는 것이 위험한 세상이 되었기에 어쩔 수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물러갔지만 요란스러운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들은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 사용기한이 지난 핵발전소의 사용으로 아이들에게 물려줄 세상이 위협받고 있다. 온난화와 이상기후 덕에 아이들이 먹을 미래 식량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참... 위협적이다.
깨알같이 반짝이는 녀석들이 세상의 이 많은 문제나 위협과 상관없이 아이답게 실컷 놀았으면 좋겠다. 그냥 영영 몰랐으면 좋겠다. 어쩌면... 어른들이 좀 더 배려하고 나누며 행복해진다면, 아이들도 알게 모르게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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