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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 Jan 18. 2024

태어나 처음으로 종일 온천을 했던 그곳

안녕, 하이난

오랜만에 일주일 정도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다. 떠나기 전 여행지로 여러 곳이 물망에 올랐고 그동안 가봤던 여행지는 제외하고 비행이 5시간은 넘지 않아야 된다는 조건으로 가족회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각자 취향이 달라 쉽게 결정 못하고 서로의 주장이 거세지던 그때 홈쇼핑에서 중국 하이난 관광을 열과 성을 다해 방송한다.  


4시간남짓 비행시간에 항공과 숙박을 제외하고는 자유일정이었다. 가족끼리 딱 하나 맞는 것은 바로 자유여행을 강력히 선호한다는 거였다. 중국을 여행으로 간 적은 없었기에 찾고 있는 조건에 아주 적합했다. 여행지 결정에 이미 일주일이상 흘러 서로 지쳐 있던 차에 고맙게도 홈쇼핑에 두둥 나타나 바로 결정할 수 있었다.


그렇게 유일한 직항인 티웨이 항공에 몸을 실었다. 새벽에 도착해 다시 단체버스로 2시간 가까이 달려 드디어 하이난 해화도(세계최고의 인공섬이라 했다)에 도착했다.  깜깜해 뵈는 게 없어 따땃한 공기만이 여기가 한국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피곤한 몸을 침대로 가져가고 아침이 되어 눈을 떠 커튼을 젖히니 그제야 실감 난다. 이곳이 외국이구나 하고 말이다.

숙소에서 보이는 전경




여행지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그저 우리나라 제주도 느낌 나는 곳에 동남아 날씨를 갖고 있는 곳이라 생각했고 크게 감흥이 없을 거라 짐작했었다. 그저 일상의 복잡함을 두고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라서 그 자체만으로도 기쁘고 좋았다.


하지만 웬걸 지금은 겨울이라는 해화도 날씨는 평균 낮기온이 25-28도였다. 솔솔 부는 바람은 손을 펼쳐 느끼기에 너무나도 충분한 평온함을 안겨 주었다. 신호등이 없는 곳이라 사람이 먼저였고 지나가는 차들은 모두 여행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서 인지 급할 게 없었다.






지저귀는 새소리와 바람결 그리고 맑은 하늘아래  매일 아침 야외에서 즐겼던 호텔조식은 그야말로 여유를 선물해 주었다. 이 모든 걸 느끼고 있던 순간 그동안  여행은 해본 적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딜 가든 관광만 주야장천 했었구나. 이것이 바로 여행이구나 했다. 항상 어딜 가든 눈뜨자마자 아침 먹고 여기 가고 저기 가고 이것보고 저것보고 들인 시간과 돈을 생각해서라도 느긋한 여행을 할 수는 없었다. 언제부턴가 그런 여행은 하지 말자고 생각했고 조금씩 실천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객 근성을 온전히 버리지 못한 사람.  온천을 하루일정으로 하자고 했을 때 "무슨 온천을 하루 종일해"라고 말했다.  유럽풍 스타일로 지어진 온천이다. 입구는 그다지 커 보이지 않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면 140여 개가 넘는 각 나라별  콘셉트의 탕들과 수영장이 있다.

온천 초입_작아 보이나 막상 들어가 보면 다양한 온천이 있고 바닷가 모래사장과도 연결되어 있어요.


날이 더운 한낮에는 수영을 마음껏 하고 늦은 오후가 되면 피곤한 몸을 온천에 퐁당 담가준다.

웬걸 이렇게 하루를 보낼 수 도 있구나 싶은 순간 단체버스를 같이 탔던 부부를 만났다. 오전 11시에 들어와 지금까지 있는다고 했다. 그때가 오후 5시였다. 그들도 즐거운 여행을 하고 있었다.


물놀이와 온천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훌쩍 지나 저녁이 되었다. 천국이 있다면 이런 곳일까 싶었다. 온몸으로 여행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문득 사는 것도 여행이 아닌 관광처럼 살았구나 싶어 안쓰럽기도 못나 보이기도 후회되기도 했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여행하고 있는 사람에게 자꾸 관광해야 된다고 말했던 지난 모습이 부끄럽게도 생각나버렸고 알 수 없는 눈물이 방울방울 맺혔다. 들키지 않으려 등을 지고 노을 진 하늘을 보며 다짐했다. 이제부터 관광이 아닌 여행을 해야겠다고  살아가는 길도, 여행길모두 말이다.

저녁까지 온천을 하다 보니 빛이 들어오는 풍경이 이뻐 찍었는데 사진이 담질 못하네요.



 


사진출처: In my 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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