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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봉봉 Nov 09. 2017

@동네서점 창업비용-도도봉봉 사례 '이케아에 취해보니'

  이론과 달리 실제 창업을 마주해보니 어려운 것 투성이였다. 지금 알았던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싶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이템이 확실한 서점은 창업비용도 줄일 수 있고, 수익기반도 마련할 가능성도 높다.  

  반면 무턱대고 시작한 도도봉봉의 경우, (그래 인정하자) 머리가 나쁜 물주인 내가 우왕좌왕했기 때문에 필요 이상의 지출이 많아졌다. 이는 반면교사로 삼기로 하자. 



  처음엔 가볍게 임대료(보증금 500만 원+월세 40만 원+전기세 포함한 관리비 4만원)와 인터넷비(3만 원) 등의 소소한 운영비, 책 입고 등을 고려하면 800만 원 선에서 우선 시작해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들었다. 곳곳에서 의외성이 숨어 있었다. 


  문제는 '이케아 뽕'이었다. 


  가구 싸게 사라면 이케아를 가야 한다는 도도의 주장에 따라 8월 말 가구전문점인 이케아 광명점에 갔다. 질 좋고 싼 물건을 산처럼 쌓아놓은 스웨덴판 가구 다이소에서 내 눈은 휑뎅그레했다. 마약을 한 것처럼 이성을 잃고 구매욕이 치솟았다. 싸고 질 좋은 물건을 보며 이케아 뽕을 과도하게 맞은 우리 둘은 렌트로 빌린 소형차 뒷좌석이 꽉 찰 정도로 물건을 사놓았다. 

  인테리어 소품은 예정엔 없던 물건이었는데...선반과 서가, 화분 등 인테리어 소품, 전등 등을 전부 구매하고 보니 총 160만 원 정도 들었다. 서가 예산은 100만 원이었는데 60만 원이 추가됐다.  기존에 들여놓았던 책장과 탁자도 한 50만 원 들인 물건이었다. 여기에 그놈의 한국타이어 문도 교체하겠다고 보니까 추가로 37만 원이 들었다. 10만 원 짜리 수납장도 추가로 들여놓았다. 



   2층이라는 핸디캡을 과도하게 의식한 나머지 필요 이상으로 좋은 입간판을 2층 복도에 들여놓았다. 가장 싼 입간판은 3~5만 원에도 만들 수 있었는데, 2층까지 온 손님이 발길을 돌리면 어쩌냐 싶어서 제작업체엔 마냥 좋은 재료를 활용해 만들어 달라고 했다. 


  업체 측에선 좋은 건 역시 나무라면서 합판으로 층층이 쌓아 만든 입간판을 추천했다. 비싸도 비싼 값을 한다는 거였는데, 확실했던 건 비싼 만큼 무겁기는 엄청 무거웠다는 것이다. 2층까지 올라온 사람에게 방향을 유도하는 정도였다면, 굳이 많은 돈을 들일 필요가 없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런 말을 대놓고 한다면 인테리어를 진두지휘한 도도는 몹시 화를 낼 것이 틀림없다. 도도는 아마 "으이구, 작은 차이가 얼마나 결정적인지 모르시는군요" 하며 핀잔을 주리라.   

  

  건물 외벽에 도도봉봉을 알릴 간판도 작게 설치했다.  간판 자체는 도도봉봉 로고만을 넣은 소박한 형태였지만, 아무래도 외벽에 설치하는 것이다 보니 작업비를 더해 약 60만 원 정도 들었다. 간판은 시작할 땐 미처 계산에 넣지 못한 것이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홍보활동을 하다보면 간판이 없어도 되지 않을까 싶었던 건데, 아무래도 손님이 건물까지 와서도 찾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들었다. 


문제의 도도봉봉 2층 입간판.


  우린 또한  인문학과 사회학 서적을 선별입고하기로 했으나, 정말 잘 팔리는 자기개발서 등은 아주 외면하기도 어려웠다. 선별의 기능이 다소 무뎌지면서 범주가 너무 넓어진 것이다. 중심이 흐트러지니까, 책을 계속 들여놓아도 책의 종수가 부족해 보였다. 나는 문고판만 들여놓을까도 생각했는데, 이와 같은 테마를 줬다면 아마 책과 콘텐츠가 더 풍부하게 느껴졌을 듯하다. 돈은 돈대로 들 수밖에. 

  계산해보니, 예상했던 초기비용 보다는 약 300만 원 가량 더 들었다. 이쯤하면 선방한 걸까, 나는 계산을 마치고 서점에서 노트를 덮는다. 마침 헐레벌떡 도도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이봐요. 우리 선반을 더 들여놓고, 성소수자 관련 책을 더 입고해야 겠어요. 얼른 주문하세요!"

  어디까지나 초기 비용은 말그대로 시작에 들어가는 비용일 뿐이다. 실제 운영과정에서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자 열심히 회사에서 돈을 벌어, 서점에게 먹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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