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타야는 ‘컬처컨비니언스클럽’(CCC)이라는 회사가 운영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서점 체인이다. 일본 전역에 걸쳐 매장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00여 개(DVD렌탈, CD판매점 포함)에 이른다. 지역에 특화된 입점전략을 펼치는 데다가,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책을 매개로 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서점이다. 책과 책 사이에 카메라와 조리 용품를 진열하거나, 서점 옆에 자전거 가게나 유아용품점을 입점시켜 라이프스타일 관련된 공간의 인상을 극대화한다. 서점 내 입점한 카페에서 차를 마시면서 책을 볼 수도 있고, 바가 있어서 위스키를 마시면서 잡지를 꺼내보거나 공연 등을 보기도 한다.
이러한 전략이 가장 두드러진 곳이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 지역에 위치한 츠타야 서점이다. T사이트라는 복합 쇼핑몰 형태로, 넓은 부지에 걸쳐 서점을 비롯한 동물용품점, 레스토랑, 갤러리, 조리도구 매장 등의 총 12개의 상점을 배치했다. 한 건물 층층이 입주한 복합몰이 아니라 12개 건물이 공원으로 조성된 길과 공간을 따라 이어지는 형태다. 건물과 건물사이를 산책하는 시민들이 한가롭게 거닐다가 자신의 취미와 관심사에 맞는 매장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일종의 테마파트이기도 하다.
흔히 다이칸야마 T사이트와 츠타야 서점은 오프라인 서점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평가와 함께 '서점의 미래'로 불린다 .서적판매업을 넘어 문화공간으로 서점을 해석했다는 점. 동시에 서점의 본연의 기능을 오래 고민했다는 게 느껴지는 시각 때문이다. 서점의 미래는 곧 서점의 본질이기도 하다.
츠타야 체인은 2003년 일봇 롯본기 지역에서 카페와 서점을 결합하는 시도를 통해 주목받았고, 2011년 다이칸야마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서점'이라는 새로운 콘셉을 가지고 T사이트를 선보이면서 오프라인 서점의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8월 29일 직접 방문한 다이칸야마 T사이트는 서점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았다. 다이칸야마라는 곳은 고풍스러운 주택이 많은 전통성이 강한 지역인데, 곳곳에는 감성적인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이나 명품숍이 들어서 있다. 흔히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태를 반영하는 지역이 중심상권으로 여겨지는 한국과는 좀 다른 인상이다. 탑골공원과 청담동이 빠르게 교차하는 지역이랄까.
다이칸야마 츠타야도 이와 같은 소비 수요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체로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책 구매가 이뤄지는 한국에 비해, 다이칸야마 지역서는 책을 읽는 저변이 넓고 다양한 연령대에서 서적과 음반을 비롯한 문화콘텐츠 소비가 이뤄지는 듯했다. 예를 들어,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에는 위스키나 와인을 마실 수 있는 바가 갖춰져 있는데 이는 다분히 중장년층 남성 수요를 겨냥한 것이다. 그런 식의 공간을 꾸릴 수 있는 수요와 저변이 갖춰져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츠타야 서점의 바에는 외국인이나 중장년 남성들이 잡지 등을 읽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양질의 큐레이션도 빼놓을 수 없는 묘미다. 인문 분야를 포함해 디자인과 요리, 연예인, 여행, 건축 등 다양한 카테고리별로 중요 책자와 희귀본 등을 찾을 수 있는 서점이기도 하다. 꼭 일본 책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미국과 중국 책들도 각 카테고리별로 중요한 서적 내지는 희귀본을 갖추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또 하나 인상깊은 점이라면 카테고리별로 수집한 콘텐츠의 방대함이다. 예를 들어 일본 프로레슬링과 관련된 잡지와 관련서적만 잡지와 전문서적 등을 비롯해 수십 종으로 한 코너를 차지할 정도. 이와 같은 전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출판 저력도 놀랍지만 이를 모두 수집해 각각의 전문성을 호명하는 큐레이션도 놀랍다.
그러나 마냥 일본의 서점만 마냥 부러워할 만한 일은 아니다.
이날 저녁은 도쿄 긴자의 한 야끼도리(꼬치구이) 가게. 일본의 회사 주재원을 만나 저녁을 함께 먹었다. 그는 올해로 3년차 근무중. 회사에서 사전에 보낸 연수기간까지 합치면 거의 5년 가깝게 일본생활을 하는 셈이었다.
이날 저녁을 먹으면서 나눈 주제 중 하나가 다이칸야마 츠타야였다. 나는 중장년층 남성을 타겟할 수 있는 폭넓은 소비수요와 기성서점조차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발랄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아니, 최근엔 오히려 일본 출판이나 서점업계서 한국을 부러워하는 시각도 보이는 걸요.
일본도 동네 독립서점은 존재하지만 지역 거점으로서의 기능은 오랜 단골식당 등에 못 미치고, 기성 출판시장이 워낙 활성화돼 있다보니 독립출판물의 필요성 자체가 강하지 않다고. 여기에 일본 서점은 대형 체인화가 급속하게 이뤄졌고, 주목받는 시도들도 이와 같은 대형체인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치 다이칸야마 츠타야가 그렇듯이 말이다.
최근 들어 동네서점이 일주일에 한 개꼴로 늘어나는 한편 새로운 독립출판 시도가 늘어나 독립서점과 연결거리를 늘리는 선순환이 일본에는 좀체 드물다는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일본 문화 출판 및 서점업에선 한국 독립서점이 가진 확산속도와 활력에 주목한다는 설명이었다.
30일,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지역에 위치한 독립서점인 위더레흐트라는 곳에서 만난 서점주인 시에 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한국에 다양한 시도들을 지켜보고 있고, 한국에서 열린 독립서점 행사에도 종종 다녀오고 있다고. 2000년대 초반부터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일본에선 이와 같은 서점이 빨리 늘어나는 추세는 아니라고.
한국엔 츠타야가 없으니 그 역할을 독립서점이 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