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봉봉 Aug 18. 2019

<도도봉봉X소셜벤처>독립서점이 창업가와 협업하는 법

Written by 봉봉


도도봉봉은 비교적 빠르게 동네 사랑방 역할로 자리잡았다. 이게 매출의 수직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최소한 재미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간다는 실감은 있었다. 주인들이 글 쓰는 일을 한다고 했더니, 문화단체에서 근무하는 손님이 로컬잡지 만들기와 같은 외부일감을 맡겨주기도 했다. 이는 서점 운영에 큰 숨통을 터주었다. 협업은 서점의 활로가 될 수 있을까. 


꼭 매출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더라도, 서점이 가진 영향력을 넓히고 서점 이용자와 여러 가치를 잇는 데 있어서도 협업은 중요했다. 우리 서점을 방문한 한 20대 청년 창업가가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시작했던 스타트업과의 협업도 꽤 즐거웠다. 좋은 경험과 기억으로 남았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의 방문..."재미있네요, 함께 해볼까요"


그가 우리 서점의 문을 두드린 것은 2018년 11월이었다. 도봉구 근처인 노원구 소재 대학 4학년, 안병규 학생이었다. 사회적가치를 실천하는 이른바 소셜 벤처기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당시 일러스트 아티스트를 찾고 있었다. 도도봉봉에 다양한 예술가, 디자이너 등과 협업한다는 소식을 듣고 인근 대학에서 찾아온 것이다. 서점 주인 둘 도도와 봉봉은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도도봉봉에 들러서 고민을 들려준 안병규 씨/출처 개인 

그가 가진 문제의식은 발달장애인(자폐성 장애와 지적장애) 가정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것이었다. 발달장애인 가정이 가진 여러 고민 중에도 재정적으로 겪는 압박을 이야기했다. 그 스스로가 발달장애인 동생의 오빠였기 때문에 이를 잘 알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가정에서 수익원이 되어야 할 보호자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인 자녀곁에 함께 있다보니 생업이 어렵죠. 그 와중에 자폐증 장애는 월 평균 약 60만원, 지적장애는 약 28만원의 추가 생활비가 필요하다 보니, 발달장애인 가족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은 크죠.

그는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처음엔 발달장애인이 그리는 그림을 티셔츠나 굿즈에 활용해 이들의 수익원을 만들어주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의 그림이 실제 상품으로 이어지려면 실력 있는 디자이너와의 리터치와 감수가 필수라는 점을 이내 알게 됐다고. 

안병규 씨에게 사회적 가치 사업에 영감을 준 발달장애인의 그림 

그게 바로 도도봉봉을 찾은 이유였다. 도도봉봉은 서점에서 일러스트 소모임이나 디자이너와의 협력을 통해 굿즈나 지역잡지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하고 있었다. 대학생으로서 현역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 작가를 만나기 어렵다는 게 그의 고민이었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도도봉봉의 소식을 들었다고. 서울 동북권은 비교적 예술활동이 드문 지역이어서, 이러한 스타트업이 시작할 때에도 다른 지역보다 더 어려움이 클수밖에 없었다. 안병규 씨는 도도봉봉을 통해 지역 예술인을 만나고자 했다.  


그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우리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비교적 작업환경이나 조건 등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데, 이에 응해줄 수 있는 일러스트 작가가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일러스트 작가 입장에선 너무 보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거절할 수도 있었다. 그것은 그것대로 분명 작가를 존중해야 하는 일이었다. 

앤테이크와의 협력 당시 와디즈에 소개됐던 도도봉봉 

현실적인 고민에 빠진 봉봉과 달리 서점주인 도도는 "그래도 되는 데까지 알아볼게요"라고 선선히 대답했다. 분명 서점에 들르는 일러스트 작가 혹은 서점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연 작가들이 있긴 했다. 


"일단 우리가 물어봐줄게요. 우리가 처음에 서점을 할 때에도 단순히 책만 팔겠다는 건 아니었고, 이런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을 이어주는 역할도 해보려고 했던 거예요. 작가도 고민해보겠지만, 일단 연결부터 해보면 답은 의외로 순순히 풀릴지 몰라요."

우리는 그날 이후 바로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서점의 손님이자, 일러스트 작품집을 납품했던 한 일러스트 작가를 소개할 수 있었다.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재미있겠다며 오케이 했다. 당시 계약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자금을 모금한 뒤, 이에 대해 일정액을 주는 형태의 계약이었다. 훗날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이 프로젝트 참여 일러스트 작가는 당시 활동이 계기가 되어 서울 종로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집단의 연락을 받아 활동 무대를 넓힐 수 있었다. 그 작가가 예전부터 바라던 일이었다. 서점주인들은 이 역시 기뻤다. 


프로젝트 성공! 장애인 지원 소식에 뿌듯함 느껴


병규 씨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티셔츠를 판매하는 첫 사업모델을 설계했다. 2019년 1월 한달 간 모금하는 게 목표였다. 잠시동안 도도봉봉도 바빠졌다. 도도는 안병규 씨를 돕기 위해 품질을 올리고, 가격은 낮출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처음 받았던 앤테이크 티셔츠 디자인 샘플. 프린팅이 견고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도도봉봉은 자수로 작업해줄 것을 요청하고, 실제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발품을 팔았다. 

처음 병규 씨가 보내온 샘플 원단은 쫀쫀하다는 느낌도 좋고, 품질이 좋은 제품이었다. 문제는 프린팅이었다. 나염을 입히는 방식이었는데, 내구성이 떨어져보인다는 게 문제였다. 그가 사는 동네에서 나염을 하는 업체를 찾았는데, 가격도 한 개당 1만 원으로 지나치게 비싼 것 같았다. 


도도는 고개를 내저었다. "동대문 도매상가에선 자수로도 디자인을 입힐 수 있어요. 나염 가격과도 큰 차이가 없죠. 발품을 팔아보면 가격을 더 낮출 수도 있어요" 


의류디자인을 전공한 서점 손님이 나염 보다는 자수가 더 튼튼하다고 조언해줘서 확신이 생겼다. 도도는 동대문 도매시장으로 안병규 씨를 불러냈다. 같이 시장을 돌며 자수 업체를 찾았다. 한곳에서 티셔츠 개당 1500원 에 자수로 프린팅을 입힐 수 있다고 했다. 정말이지 큰 폭으로 가격을 낮춘 셈이다. 


가만 보면, 단순히 프로젝트를 돕는다는 사명감 보다는 디자인 자체에 관심이 많은 도도 자신의 흥미도 큰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도와주실 줄은 몰랐는데, 병규 씨가 웃는 모습을 보면서 나, 봉봉도 뿌듯함을 느꼈다. "저거 도도님이 좋아서 하는 거예요. 사실 그림을 그리거나 디자인과를 가는 게 더 나았을지도 몰라요" 

와디즈에 소개된 앤테이크 작업 결과물. 결과적으로 목표 모금액인 200만 원을 넘어서는 데 성공했다. 

크라우드 펀딩 업체인 와디즈를 통해서 병규 씨가 준비하고 도도봉봉이 협력한 프로젝트가 공개됐다. 앤테이크(&Take) 이름으로 공개된 프로젝트는 목표금액을 넘어서 220만 원을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당초 안내했던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수 디자인으로 더 오래 입을 수 있는 티셔츠를 만든 점에도 만족스러웠고, 작가와 스타트업 창업가 역시도 회사를 소개할 수 있어 만족해했다. 


더 좋은 소식은 안병규 창업가가 자신이 밝힌 취지대로 자신이 얻은 수익금을 통해서 기부활동을 실천했다는 것이었다. 먼 곳에서 도도봉봉도 박수를 치는 마음이었다. 좋은 작가들과 협력해서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사업을 구상중이라는 소식도 들었다. 병규 씨는 그 이후로도 도도봉봉에 들러 감사의 마음을 전해주기도 했다. 오히려 좋은 기회에 우리를 소개할 수 있어 좋은 일이었다고 웃으며 화답했다. 


함께웃는재단에 와디즈 펀딩 성공금액을 기부한 안병규 씨. 

어쩌면 서점의 협력치고는 엉뚱한 것일지 몰라. 나, 봉봉은 지금도 도도에게 그땐 참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며 말하곤 한다. 도도는 "동대문 발품 판다고 얼마나 힘들었는데요"라고 대꾸한다.


"어라, 그땐 인테리어 매니아 본인이 오랜만에 동대문에 간다고 더 좋아라했던 거 같은데요?" 

"그게 재밌긴 해요. 원단 장사나 할까봐요"

"적어도 서점 보다는 더 실속있죠. 그게"

"그러니까 말이죠.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몰라요"


둘다 웃음을 터트린다. 어쩐지 왜 이 일을 하는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드는 오후. 

매거진의 이전글 2년차 독립서점입니다. 동네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갑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