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도봉봉 Nov 02. 2017

@비판 듣기-동네서점 하지 말아야 할 101가지 이유

  서점을 차린다고 했을 때 여러 이유를 들어 말리려 했던 이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저마다의 논리로 나를 설득했다. 꽤나 합리적인 의견도 있었고, 막무가내로 돈이 안 되니 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이도 있었다. 우리더러 현실감각이 없다며 고개를 젓는 이들이 많았는데, 실은 우리 역시 현실을 냉정히 파악하고 있다.


도도봉봉 로고

 

  우리가 얼마나 현실적인 사람들인지, 도도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몇몇 투기지구에 부동산 투자를 하면 돈을 벌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그러나 직업이 없던 도도에겐 은행대출이 나오지 않는 듯했다.)

  나 역시 월급의 절반은 적금에 넣어두고 있었다. 소득의 일부를 책을 사는 데 썼다. 개인적인 지출을 줄여 서점운영비를 확보했다. 까짓거 해외여행을 한 번 덜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실제 운영과정에서 지출이 점점 늘면서 술을 덜 먹지, 선물을 덜 사야지 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게 됐다.)


  이것은  현실적인 사람들의 대화.

#.1

  도도 : 이봐요, 봉봉 씨. 지금이 투자할 적기라고요. 은행 대출이 나오면 바로 땅을 사세요.

  봉봉 : 저도 직장인이라고요. 도도 님 예언이 다 맞는다고 한들, 무릎을 치면서 '그거 좋겠군'하고 곧장 돈을 꺼낼 순 없다고요.

 #.2

  도도 : 코스피 주가가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고요.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녜요.  

  봉봉 : 이미 오를 데는 다 올랐다고요. 내가 눈여겨 본 회사들은 다 하한가예요. 주식이 부동산 투자 보단 나아 보이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게 좋겠어.

   


  도도나 나나 삶의 근간이 되는 경제적인 조건에 대해서 민감하게 파악하는 쪽이다. 우리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말은 동의하기 어렵다.

  문제는 오히려 우리가 서점을 통해 이루려는 목표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성만을 따지는 인식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우리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다. 사업성만을 기준으로 놓으면, 나도 독립서점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101가지도 댈 수 있을 것만 같다. 왜 아니겠는가.


  "서점 말고 빠칭코나 마약굴을 열면 더 잘 되겠죠. 아마."


  돈 벌릴 거 같지 않으니 서점 하지 말라는 이들에겐 나도 종종 빈정대곤 했다. 서점을 하겠다고 했더니 주위에선 '넌 망할 거야'라고 반쯤은 저주를 거는 부류도 있었다. 흥, 이었다.  나는 아래와 같이 대꾸하곤 했다.

 

   "망하더라도 잘 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야"    


   어떻게 사업을 전개하고 수익을 내느냐, 이러한 조언은 틀림없이 중요한 이야기다. 그러나 상당수가 사업의 목표는 부의 축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 조언을 건네는 경우가 많았다. 재산형성이 목표가 아니라고 말하면, 그런 안일한 마음으로 사업을 하느냐고 내게 핀잔을 주곤 했다.  

  

초창기 가난한 예술가의 작업실로 쓰이던 도도봉봉


  서점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대라면, 나도 정말이지 무한정 댈 수도 있다니까. 그러나 우리에게 서점을 해야 할 이유를 묻는다면 단 하나밖에 없다. 지역에서 좋은 콘텐츠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을 만드는 것.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아무리 많아도 그 이유 하나면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어째서 이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은 것일까. 내가 미숙한 탓이 크지만서도.  


  오랫동안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이 지역을 가능성의 공간으로 이어가고 싶다. 우리가 하려는 일이 그런 것이다.  이를 어떻게 실현하느냐를 함께 같이 고민해주는 이의 조언만큼은 때론 따끔하게 느껴지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아마 서점을 연다고 하면, 당신 주위의 다양한 부류들이 조언과 우려를 전할 것이다. 당신이 새겨들어야 하는 조언이 있다면 아마 당신의 취지를 이해하고 그에 대해서 함께 고민해주는 쪽일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업성 분석-지속가능한 독립서점의 조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