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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봉봉 Nov 02. 2017

@사업성 분석-지속가능한 독립서점의 조건

  굳이 사업성과 경제성만을 따져야 한다면, 동네서점은 썩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닌 것만은 틀림없다. 책 한 권 팔아서 남는 돈은 정가의 약 15~30% 수준이다. 책 한 권을 만 원이라고 놓고, 판매시 정가의 25%를 수익으로 거둔다고 가정해보자. 

  하루 10만 원을 벌기 위해서는 40권 정도를 팔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경제신문이 삼성카드 빅데이터연구소가 최근 삼성카드 매출을 기준으로 서점 이용실태를 분석한 기사(2017년 11월 1일, 수도권 중심 '작은 서점' 증가..."20~30대 여성이 붐 주도")에 따르면, 독립서점에서 책을 사는 사람들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기준으로 평균 2만8317원을 쓴다.  대략 책 2~3권 정도를 사는 셈이다. 즉 서점에서 하루 15~20명 정도의 고객을 유치해야 10만 원을 벌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15명이라는 수는 그렇게 많아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15명이라는 수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책은 음식이나 커피 등과는 달라서 매일매일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분야다. 손님이 서점에 첫 발을 들이게끔 하는 것도 쉽지 않다. 책은 모바일로도 다 살 수 있으니까. 게다가 책을 보는 것 자체는 e-북 등을 통해서도 쉽게 가능하지 않나. 특히 가격 등에서 대형 온라인 서점과도 경쟁에서 밀리는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누군가를 오프라인 서점에 오게 만드는 것 자체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알리든, 길거리에서 명함을 돌리든 엄청난 공력을 들여야 하는 일이다. 더구나 손님이 단골이 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독립서점의 강점이라곤 손님과의 친밀한 관계맺기 뿐인 것 같다. 관계맺기엔 오랜 시간이 들 수밖에 없고, 서점 또한 손님이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이 숙제다.

  관계맺기의 과정을 거친 뒤에야 단골 한 명이 생겨날 것이다. 서점을 운영하는 시간을 대략 8시간으로 놓고보면 한 시간에 2명씩은 지갑을 여는 손님이 있어야 10만 원을 벌게 된다. 이와 같은 규모로 꾸준히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서점은 몇이나 될까. 순수하게 책만 팔아서 200만 원 정도 남기는 서점들은 서울 내에서도 손에 꼽힌다. 하루 진성손님 15명은 도전적인 과제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그 일 10만 원 수익 또한 사업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은 규모일지 모른다. 휴일을 고려하면 한달에 200~220만 원을 벌어가는 수준이다. 그러나 그 정도만으로도 지속가능한 서점의 조건은 갖춘 셈이다. 월세를 내고 기타 운영비를 내고, 약간씩 들여오는 책의 종수도 늘려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의 발길을 사로잡는 서점들은 하나 같이 콘텐츠를 잘 운영하는 서점들이다. 이들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사업이라는 측면을 떠나서도 지역에 뿌리내리고 주위에 좋은 영향력을 주는 서점이 되기 위해선 좋은 독서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 유어마인드는 독립출판 아트북페어인 '언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프로그램을 매년 개최한다. 이를 통해 이색적인 출판물에 관심있는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독립출판 제작자와 손님이 만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다. 독특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서점과 손님을 잇는 프로젝트다.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시집전문 서점 '위트앤시니컬'은 시와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특화돼 있다. 시쓰기 강좌와 시인들의 낭독회를 통해서 독특한 위상을 구축했다. 서울 도봉구의 1호 독립서점인 '베드북'은 그림책을 전문으로 취급한다. 비누 만들기 강좌 등을 통해 손님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책을 매개로 사람들에게 보다 다양한 세상과 관계맺기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좋은 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최대한 많은 이들과의 관계를 늘리면서 이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도록 앞서 언급한 이들처럼 좋은 콘텐츠를 가꿔야 한다. 우리의 콘텐츠는 무엇일까?

 

  도도 : "책을 좋아하고 문학을 좋아하잖아요. 손님이 오래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꾸미자고요."

 

  그게 전부일 수는 없겠지만, 시작의 동기가 되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천천히 만들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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