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정원담(談) - 도시 속 작은 숲 이야기
초봄부터 애지중지 가꿔온 식물들이 한창 꽃을 피우는 이 시기에, 아파트 외벽 페인트 공사가 시작됐다. 두세달간 진행되는 일정동안 외벽을 강한 물줄기로 씻어내면서 떨어진 콘크리트 조각에 맞아 나의 크레이지 데이지가 죽었다.
페인트 칠을 하면서 작업하시는 분이 끌어올린 페인트 스프레이 통에 걸려 활짝 핀 큰 수국 꽃 하나도 딸려 올라갔다.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다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야 말았는데...페인트를 뿌릴 때마다 꽃조각이 흩어져 떨어지는데 꽃비가 내리는 줄 알았다.
꽃이 몇 개 상하는 거야. 작업을 해야하니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정원에 우수수 떨어진 벗겨진 페인트 가루는 치우면 되지 뭐.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어느 날 퇴근하고 정원에 나가보니 한 켠에 쌓아놓은 화분들은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고, 이제 막 예쁘게 피기 시작한 꽃대는 밟혀있고, 울타리 아래를 동실동실하게 덮어주는 바위취들이 발로 짓밟혀있었다. 위에서부터 밧줄을 타고 내려오며 작업을 마친 작업자분들이 울타리를 무너트리고 조팝나무와 사철나무를 꺾으며 밖으로 내려간걸로 보였다. 옆집의 작은 나무와 울타리도 망가져 있었다. 옆 집과 우리집 사이에 성인 한 명이 지나갈 길이 뚫려버렸다.
작업을 해야하니 어쩔 수 없는 피해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미리 정리도 하고 정원석을 통해 지나갈 수 있게 길도 내놓았지만.. 생각보다 많이 망가진 정원을 보니 너무도 속상했다.
꾸미고 가꾸고 아름다움을 보는 즐거움에 심취한 봄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외부인이 내 공간을 망가트리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 화가 많이 났던 것 같다.
소중한 것이 생긴다는 건 그만큼 마음 아플 일도 늘어나는 것이구나.
이렇게 정원을 가꾸고 식물이 아름답게 피기 전에 작업을 했으면 좀 좋아..이런 푸념의 혼잣말도 해본다. 작업자들에겐 땅에 나즈막히 자란 이름 모를 잡초처럼 보였겠지만, 초봄부터 봄을 알려준 귀여운 나의 바위취인데, 울타리 앞에 소복하게 진한 초록색을 뽐내며 자라난 바위취를 알게 된 것 또한 올 봄 나의 새로운 즐거움이었는데… 바위취 틈새로 빨간 보석처럼 맺힌 뱀딸기들에게도 자유로움을 주고 있었는데.. 내년 봄에 정비할 거 좀 일찍 한다고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