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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 Apr 27. 2022

한 컵에 5,000원

소신 있게 한 가지 가치를 올곧게 밀고 나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매번 동시에 추구하기 어려운 가치 두 개를 저울질하다가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쳐버린 사람이 된 기분이 든다. 장사에 있어서는 대중적인 음식과 고급스러운 음식, 내 음식이 어떤 음식이 되어야 할까를 두고 자꾸 저울질하게 되는데 문득 어느 지점에서 균형을 맞춰야 할지를 모르겠다. 어떤 음식을 비싸게, 그러나 관광지 식당처럼 어마어마하게 팔아댈 수 있다면 당연히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일이 대부분 그렇듯 결심한다고 다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젤라토  컵에 얼마가 적당할까. 작은 컵을 가져다 두고 계속 얼마에 팔아야 할지 생각하다 보면 어떤 가격이 적정한지도 흐려지곤 했다. 그래서 원가 계산이나 매장의 포지셔닝은 차치하고, 엉뚱하게도 최소 3년은 가격을  올리고 장사를  자신이 있는 가격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게  컵에 5,000원이다. 당시 코로나 사태 전임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던 시기라 무슨 일이 있어도  가격만큼은 3년간 고수하고 장사를   있겠는가만 고려했다. 결과적으로는 고급스러운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이제 와서 보니 젤라토는 식사가 아니고,  끼니 먹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이 싸다고 무조건 장사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을  같다. 여기가 남녀노소, 어쩔  끼니 대용으로까지 젤라토를 먹는 이탈리아도 아니고 어쨌든 젤라토라는 음식은 특별한 음식, 여행  듯한 기분이 들게 하는 음식인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예상보다도 물가는 많이 올랐고, 이제는 고객들이 우리 젤라토의 가격을 저렴하다고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불과 2-3 만에 재료비가 1.5배는 올랐으니 가격을 올려야 하나 고민이 되는  사실이지만 당분간은  가격을 유지하자는 마음이  우세하다. 오픈 초에 높은 가격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이미 챙겼고, 마진을 많이 남기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우리 가게를 찾는   중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주변에 털어놓다 보니 누가 음식을 하는 사람이 너무  생각을 많이 한다고 그랬다. 학교 다닐  공부는  못했지만 경영학적 시각이 체화된 탓일까. 그것보다는 나에겐 돈이  잘하고 있다는 척도로 느껴지는 탓에 내가 자꾸 돈돈 거린다고 생각한다. 내가 예술을 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도  먹지 않는 음식을 끌어안고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는 어렵다. 음식점이라는 것은 일부 단골이 아무리 최고로 맛있다고 해줘도 많은 사람이 찾아줘야 유지가 된다. 돈이  자기만족이고 자아실현이기 때문에 나는  생각을   수가 없다. 어차피 사람을 상대로 장사하면서 사람들의 반응이 아니라  혀가 맞다고 해봤자 손해 보는  본인이다. 언제나 사람들이 옳다. 심하게 말해서 장사가 가장 잘되는 곳이 결국 가장 맛있는 이다. 많이 파는 곳은 욕도 많이 먹고 ‘생각보다 별론데?’라고 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어쩌면 맛이 아니라 모종의 무언가가 작용을 하여 장사가  되는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이 파는 곳이 가장 맛있는 곳이다.  입에는  젤라토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 그러나 진짜 맛있는 곳은 세상에서 가장 많이 파는 곳이다. 매출이  나오고, 사람이 찾지 않는 조용한 매장을 홀로 지키는 와중에는 인정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장사가  되는 가게를 지키는 것이야 말로 창살 없는 감옥이다.


내가 음식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이 없고, 그렇다고 어느 주방에서 오래 일한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이렇게 건방진 생각을 한다고 여겨질 수도 있겠다. 실제로 음식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직업인이 되면서 이게 콤플렉스가 되었다. 하지만 어느 학교를 나왔다거나 어느 주방에서 일했다거나 하는 사람들 앞에서 작아지기 때문에, 나 자신의 부족한 점은 나 스스로가 더 잘 알기 때문에 더 겸손한 자세로 일하려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나는 매출을 내가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의 기준점으로 삼을 뿐이다. 오히려 내가 장사를 유지할 수 있는 가격 안에서 번거로운 공정을 한 번이라도 더 거치고, 마진을 덜 남기고, 재료를 신경 쓰는 방식으로 노력한다. 나의 젤라토는 나와 우리 직원들의 손목과 관절의 맛인 것이다. 특히 우리 이모. 이모에게는 항상 감사하고 미안하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하라며 물심양면으로 나서 주는 이모가 없었더라면 우리 젤라토의 맛은 나오지 않는다. 도도의 젤라토는 나의 이모의 고생과 정성으로 비로소 완성된다.


시판 잼, 퓌레, 시럽 등을 사용하면 너무 편하다. 다듬는 과정도 번거롭지만 생물은 일관성이 없고, 또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맛과 향이 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성품은 맛있다. 맛이 없다고 생각해서 안 쓰는 게 아니다. 정말로 맛있다. 그러나 레디메이드들은 우리나라에서 나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결국은 어딘가에서 누군가 사용하고 있고 맛 본 맛이다. 나는 그게 싫다. 테스트를 해볼 때마다 맛있지만 언젠가 맛본 맛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남는다. 그래서 고생스럽고 비싸도 생물을 쓰게 된다. 장사를 하면서 기성품을 전혀 안 쓸 수야 없지만 우리 가게에서만 맛볼 수 있는 걸 내놓고 싶다는 게 내 야망이다. 이런 방식으로 나는 자아실현을 하고, 실제로 알아봐 주는 사람들 덕에 먹고 산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고 했던가. 도도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위해 죽을 수야 없겠지만은 알아봐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죽을 수도 있는 사람도 어쩌면 있겠다(?) 싶을 만큼 행복해지는 일이긴 하다.


나의 젤라토는 쉽고,  행복하게 즐길  있는 음식이면 좋겠다. 나는 진심으로  가게를 통해서  행복해졌고, 오래오래 이걸로 먹고살고 싶어 졌다. 올해 들어 부쩍 “, 진짜 싸다.” 말을 많이 들어서 마음이 많이 흔들린다. 그러나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가격이 비싸면 마음 한편에 찜찜함이 남는 나로서는 그냥 가격을 올려서 많이 남기지 말고, 많이 팔아서 많이 남기자고 생각한다. 베블런 효과가 우리 가게에도 적용되면 좋겠지만 그런 실험은 해보고 싶지 않다. 오픈하기  가격에 대한 고민을 하던 시절을 반추해보니 벌써 가격을 올리자는  꽤나 건방진 소리인  같아 스스로 반성하며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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