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부터 결혼까지.
: <브리저튼> 시즌 1 리뷰.
어제는 넷플릭스의 핫한 로맨스 드라마 <브리저튼> 시즌 1을 정주행 했다. 아직 아껴두고 있는 <퀀즈 갬빗>의 시청률을 뛰어넘고, 시즌2가 확정됐다는 기사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재생 버튼을 눌렀다가 아침 해가 떠서야 잘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재밌어?'라고 묻는다면... 사실 밤을 새울 정도는 아니다. 다만, 백수라 시간이 충분했고, 다음 화가 엄청 궁금할 만큼 흥미진진하진 않지만 졸릴 만큼 지루하지도 않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 사진 스틸
*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의 스토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브리저튼> 시즌1은 줄리아 퀸 작가가 쓴 ‘브리저튼 시리즈' 중 첫 번째 작품으로 <공작과 나>가 원작이다. 여기서 '나'는 브리저튼 가문의 8남매 중 넷째이자 장녀인 다프네. 그러니까 주된 이야기는 1800년대 영국의 상류층을 배경으로 결혼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는 것이 목표인 다프네가 '결혼'은 절대 하지 않기로 결심한 공작 사이먼과 서로의 목표를 위해 거짓 연애를 하다 진짜 사랑까지 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여기까지는 '오만과 편견'과 비슷하다. 혹은 어릴 적 읽던 '공주는 왕자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서로 사랑을 하게 되고, 그 이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동화나 소설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어디까지나 '연애'까지만 들려주지만 <브리저튼>은 그 이후 '결혼'까지 이야기한다. 결혼 후 다프네는 그동안 누구도 얘기해 주지 않았던 세상을 접하고, 사이먼과 아주 뜨거운 나날들을 보내지만... 사이먼이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의 신뢰는 깨진다.
"아버지께 그리 맹세했다는 이유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을 포기할 건가요?"
사이먼은 아내보다, 자식보다 가문의 존속을 더 중요시하며 완벽하지 못한 자식은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아버지의 임종 앞에서 자신의 대에서 절손하겠다고 맹세했고, 그 맹세를 지키기 위해서는 아이를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고자 하는 다프네의 꿈을 이뤄줄 수 없다.
"무언가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사랑받을 가치가 없지는 않아요. 당신 아버지가 잘못 가르쳤어요. 이제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척 연기는 못하겠어요. 당신의 모든 점을 사랑하니까요"
거짓 연애를 하다 진짜 사랑을 하게 되어 '결혼'한 두 사람이지만, 서로 지켜야 하는 자존심 때문에 또다시 거짓 연기를 하게 된다. 그렇게 살얼음 판을 걷던 두 사람의 관계는 사이먼이 떠나기 전 마지막 무도회에서 다프네가 진심을 담은 고백을 하면서 사이먼이 '결혼'에 이어 자신의 삶에서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하도록 만든다.
쓰고 보니 더더욱 결말까지 예측 가능한 뻔하다면 뻔한 사랑이야기이다. 하지만 <브리저튼>이 단지 사랑이야기만 보여줬다면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진 않았을 것이다. 이 안에는 눈을 뗄 수 없이 매력적인 주인공들 말고도, '사랑과 결혼'을 둘러싼 다양한 남자와 여자가 있다. 이 조연들의 이야기는 시대물이지만 영리하게 현대적인 요소들을 적절하게 섞은 연출 때문인지 마치 내 주변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든다.
결혼은 하고 싶지만 조건 조건 따지다 보니 마흔을 훌쩍 넘겨버린.
사랑하진 않지만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어서 결혼을 한.
어린 시절 책임감없던 아버지처럼 살진 않겠어!라고 다짐하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10년 연애 끝에 결혼했음에도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라며 매일 싸우고 있는.
운명이라 외치며 절절히 사랑했지만 처절하게 배신당하고 비혼 주의자가 된.
결혼은 안 한다더니 소개팅 한 달 만에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브리저튼>의 시대나 지금이나 각각 너무 다른 '사랑과 결혼 그리고 선택'이 있다. 저 시대와 다른 것이 있다면 지금은 결혼이 어려워진 시대로,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연초가 되거나 오랜만에 사람들을 만나면 정해진 인사말처럼 "결혼은 안 할 거야?"라고 묻는다. 그리고 그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비로소 '으른'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시대가 많이 변했다곤 해도 결혼을 못하면 어딘가 문제가 있는 사람처럼 생각하는 '으른'들이 아직도 많이 존재한다.
'결혼은 꼭 해야 하는 걸까?' 때때로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져도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결혼이기에 결혼만큼은 '으른'들의 잔소리보다, 주변의 시선보다 내가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하면 되지 않을까? 비록 현실에서 나는 매력적인 주인공이길 꿈꾸는 여러 조연 중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브리저튼>의 다프네가 보여준 것처럼 환경이, 사람이 뒤통수를 치더라도 결국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선택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한 편의 동화 속 주인공이 되어있진 않을까? 하는 므흣한 상상을 해본다.
그러니까 결국 결혼을 하든, 안 하든... 어떤 선택을 하든 행복한 삶의 기준은 모두 다르니까 각자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한 선택을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