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교육'이란 무엇일까?

: 영화 고백 리뷰

by 호시탐탐

오랜만에 만난 남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남동생이 최근에 <어메이징 메리>를 다시 봤다는 말을 꺼냈다. <어메이징 메리>는 나도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지라 반가운 마음에 서로 좋아하는 에피소드들을 말하던 중 화제가 '올바른 교육이 무엇일까?'로 넘어갔다.


그러니까 남동생은 메리의 엄마와 삼촌의 입장 '강압적인 교육이 아닌 아이가 그 나이에 맞게 자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올바른 교육>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말이야.. 만약 내 아이가 '특별히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면? 그러니까 메리 할머니의 입장 '다소 강압적이더라도 재능 있는 딸과 손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것'도 이해는 가지 않아?"

"왜... 과학자 엄마한테 칭찬받고 싶어서 폭탄 만든 중학생 나오는 영화 있었잖아?! 그게 뭐였지?"

내 이야기를 듣던 남동생이 뜬금없이 물었다.


'그런 영화도 있었나?'갑작스러운 질문에 폭풍 검색을 하다가 그 영화가 다름 아닌 <고백>이라는 걸 알고 놀랐다. 그러니까 <고백>은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났다고는 해도 영화뿐 아니라 원작 소설도 좋아했었다. 그런데 "내 딸을 죽인 범인이 우리 반에 있다"라고 말하던 선생님의 이미지만 남아 있었다. 그러니까 영화 속의 큰 사건만 기억이 나고 그 안에 다른 것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결국 집에 오자마자 다시 <고백>을 찾아봤다.


* 영화 <고백>의 캐릭터 소개와 스토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영화 <고백>




<살해당한 딸의 복수를 하는 엄마이자 살인범들의 담임 선생님>

중학생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시작으로 종례시간인 듯 보이는 어수선한 교실에서 담담히 자기 할 말들을 하고 있던 담임은 얼마 전 죽은 딸이 사고가 아니라 살해당했고, 범인은 우리 반 학생인 A와 B라고 말한다. 하지만 두 사람을 경찰에 신고해도 청소년법이 있는 이상 보호관찰 처분을 받을 뿐이라며 죄의 무거움에 대해 깨닫게 하기 위해 범인 A와 B가 마신 우유에 에이즈 환자인 남편의 피를 섞었다는 '고백'을 하며 영화는 시작된다.


"이것이 제 복수입니다. 진짜 지옥"



살의는 있었지만 미나미를 죽이지 못한 범인 A - 슈아

공부도 잘하고, 학교에서 별다른 문제도 없어 보였던 슈아는 남들과는 다른 재능을 인정받고 싶다. 하지만 자신이 발명한 도난방지 지갑으로 우수상을 받던 날, 여중생이 가족을 살해한 사건이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걸 보며 더 많은 관심을 받기 위한 '대단한 사건- 살인'을 계획한다. 결국 담임의 딸인 미나미가 죽었고, 담임의 '고백' 이후 반 아이들에게 제재를 당하지만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한 채 장난처럼 또 다른 살인을 계획한다.


"내가 한 일이라고 떠들고 다녀도 좋아"



살의는 없었지만 미나미를 죽인 범인 B - 나오키

운동부에 들어갔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자 바로 그만두고, 학원을 다니지만 성적 역시 좀처럼 오르지 않아 초조하던 나오키는 방황한다. 불만만 가득하고, 아무도 옆에 없다고 생각하던 그때 뭐든지 잘하는 슈아가 말을 걸어온다. 나오키는 슈아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병신이라고? 지켜봐. 네가 할 수 없었던 걸 내가 해낼 테니까!"


슈아의 엄마.

전자공학 연구자였던 슈아의 엄마는 평범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슈아를 낳으면서 연구를 그만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루지 못한 꿈에 무너지고, 슈아를 원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원망이 슈아에 대한 학대로 이어지자 결국 남편과 이혼한 후 슈아를 버리고 떠난다. 한마디 말만 남기고.


"넌 머리가 좋은 아이란다. 네겐 엄마의 피가 흐르고 있거든"



나오키의 엄마

나오키는 나쁜 친구에게 속아 심부름을 한 것뿐인데... 착하고, 다정했던 아들이 변한 건 모두 담임인 그 선생 때문이라고 믿는 나오키의 엄마. 자신의 아들 때문에 어린아이가 죽었는데 그저 자신의 아들이 가엽기만 하다.


"나오키는 노력만 하면 뭐든 할 수 있는 아이예요"




'올바른 교육'이란 무엇일까?


영화 <고백> 독백 형식의 전개가 다소 무거울 수도 있지만 다시 봐도 눈을 뗄 수 없는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다. 사실 다시 보기 전에는 영화 속 다양한 인물들 중 자신의 딸을 죽인 학생들에게 법적인 처벌이 아닌 심리적인 족쇄를 채우고,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게 함으로써 잘못을 깨닫게 하는 선생님이 각인되었다면, 다시 본 <고백>은 살인을 하고도, 친구에게 제재라는 이유로 학대를 하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 가슴에 남았다. 그리고 영화 속 과잉보호를 한 나오키의 엄마와 방임을 한 슈아의 엄마에 대해 생각하자 조금 다르지만 이모들이 떠올랐다.


큰 이모는 사고로 첫째 아이를 먼저 하늘로 보내고, 이후 두 아들은 소히 말하는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키웠다. 큰 이모의 아픔을 알기에 두 아들에 대한 큰 이모의 애착은 누구도 말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이들은 풍족한 환경에서 뭐든지 막아주는 방패 같은 엄마를 믿고 마음껏 사고를 쳤다.


그런 큰 이모의 교육방침이 싫었던 둘째 이모는 두 딸들을 '강요한다고 해서 다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각자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도록' 자유롭게 키웠다. 그 결과 두 딸들은 본능에 충실했지만 또래 아이들에 비해 많이 뒤처졌다. 그리고 둘째 이모는 그런 딸들을 보며 몹시 혼란스러워했다.


결국 과잉보호 속 엄청난 뒷바라지도, 자유로운 방임 속 뒷바라지도... 이모들의 애간장만 쥐어 흔들어댔을 뿐 현실은 영화 혹은 드라마처럼 이상적이진 않았다. (물론 지금은 두 집안의 아이들 모두 부모의 기대와는 다르지만 어엿한 한 사람 몫을 하면서 잘 살고 있다.)


그러니까 아이들을 키우는 데에는 너무 많은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에 '올바른 교육'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정답이 없는 만큼 지금 옳다고 믿었던 방법들이 시간이 지나면 틀릴 수도 있다.

그러니까 각자가 옳다고 믿는 방법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더라도 언제든 내 아이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간과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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