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리뷰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봤다.
개봉때는 촬영 중이라서 놓쳤지만, 예고편을 보면서 '나중에 볼까?'라고 생각했던 영화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 속에서 잊혔던 이 영화가 불현듯 생각 났다. 그리고 영화는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조금 달랐다. 그러니까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는 로맨스도 있고, 판타지도 있어서 잠깐 <브리짓 존슨의 일기>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너무 '현실적'이라서 오히려 쌉싸름했다. 하지만 그 쌉싸름함이 싫지만은 않았다.
<이미지 출처: 찬실이는 복도 많지 포스터>
*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캐릭터 소개와 스토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망했다. 왜 그리 일만 하고 살았을까?
<이미지 출처: 찬실이는 복도 많지 스틸 컷>
영화 프로듀서로 10년간 쉬지 않고 달려온 찬실은 그동안 쭉- 함께 일했던 감독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함께 영화일이 뚝- 끊기게 된다. 그제야 쉼 없이 달린다는 핑계로 모른 척했던 현실 자각.
그러니까 나이는 어느새 마흔이 되었는데... 돈도 없고, 집도 없고, 남편은 커녕 남자도 없다. 이 모든 게 없어도 '영화는 계속 찍으면서 살 줄 알았는데...' 이젠 나를 찾아주는 사람, 즉 일도 없다. 단지, 그동안 일만 하느라 가질 수 없었던 '시간'만 있을 뿐.
그렇게 본의아니게 실직을 하게 된 찬실은 용달차도 올라가지 못하는 산동네로 이사를 가고,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함께 일했던 배우의 집에서 가정부 일을 한다. 누군가는 혀를 차기도 하고, '바닥'이라고 말하는 상황이지만 찬실의 삶은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다.
찬실은 이사한 산동네에서 의외로 정 많은 집주인을 만나고, 그동안 '바빠서' 못했던 사랑과 실연에 설레고 쪽팔리고 아프기도 한다. 그렇게 그동안 '일만 하느라'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게 무언인지 뒤돌아보고, 찾아간다.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보는 내내 영화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마치 내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왜 영화였을까?
왜 그렇게 열심히 했을까?
언제까지 영화를 할 수 있을까?
왜 영화를 그만두지 못하는 걸까?
영화를 정말 그만둘 수는 있을까?
영화를 그만두면 뭘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영화가 아니어도 살 수 있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영화를 그만두고 나면 살아가지 못할 것만 같은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오랜 짝사랑을 하는 것 같은 기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놓아주지도 못하고 붙잡고 있으면서
가끔은 즐겁고 가끔은 지루하고
가끔은 설레고 가끔은 화가난다.
이런 마음도 '좋아하는게' 맞는지 묻는 나에게 친구는 말했다.
'몇 번이고 그 일에 대해 생각하는 건 좋아하는 거라고.'
'몇 번이고 그만두는 것에 대해서 생각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는 것도 아직은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일까?'
누군가 살던 대로 살 수도 없고, 다르게도 살 수 없을 때 '마흔'이 온다고 했다.
17살에 하던 고민을 25살에 다시 하고, 25살에 하던 고민을 35살에도 했는데
이제 곧 마흔을 앞에 두고, 여전히 17살처럼 무얼 해야 할지, 지금 하고 있는 게 맞는지 고민한다.
그러니까 나이는 어느새 마흔이 되었는데...그때나 지금이나 쉬운 건 하나도 없다.
오히려 더 많은 고민만 있을 뿐.
찬실이 인생처럼~ 삶은 단한순간도 예측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러니 지금은 영화 속 집주인 할머니(윤여정 선생님)의 대사처럼
"오늘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 대신 애써서"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찾을 수 있겠지. 내가 진짜로 원하는게 뭔지.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니
희망이 족할까
푸른 하늘 밝은 달 아래
곰곰이 생각하니
세상만사가 춘몽 중에
또다시 꿈같도다
- 희망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