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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와! 우리 집은 처음이지?

막내 냥이 미미를 소개합니다

by 정미선

지난해 6월 7일.

그날은 제 결혼기념일이기도 했기에 잊을 수가 없습니다.

여느 때처럼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저희 학원생 중 한 명이 머뭇거리며 수학 선생님인 제 남편을 부르는 겁니다.

무슨 일인가 해서 저도 가 보았습니다.

조금 난감해하는 표정에 쭈뼛쭈뼛...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나 해서 살피고 있는데

그 여학생의 가방이 수상했습니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 꼬물딱꼬물딱 움직이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구 이런!!!

학생이 가방 지퍼를 여니 웬 아기 고양이 한 녀석이 얼굴을 빼꼼 내밀지 뭡니까?

"선생님, 고양이가 자꾸 저를 따라와요.

키우고 싶은데 부모님이 심하게 반대를 하세요.

어떡하죠?"

그렇습니다.

유난히 사람을 졸졸졸 따르던 아기 길냥이를 그 여학생이 냅다 업어오고 만 겁니다.

그런데 키울 수는 없고, 어쩌면 좋을지 몰라 저희를 찾아온 것이지요.

태어난 지 2개월 정도 되어 보이던 그 아가 냥이는

꾀죄죄한 몰골을 하고 있긴 해도, 귀염 뽀작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어라? 이 새끼 길냥이가 아주 가관입니다.

아니 글쎄, 언제 저희를 봤다고 그새 콩콩콩 뽈뽈뽈 따라오며 냐옹냐옹 울어대는 겁니다.

빈 교실에 잠시 풀어놓으니 아주 신이 났더군요.

여기저기 안 쑤시고 다니는 데가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당당한 표정으로 저와 신랑에게 말하는 듯했습니다.

"이봐요, 거기 두 예비 집사들!

이렇게 예쁜 저를 다시 차가운 길바닥으로 돌려보내실 건가요?"

두둥!!!!

그렇게 녀석은 저희 집에 당당히 입성하게 되었습니다.

'미미'라는 예쁜 이름도 갖게 되고 말이지요.


20240607_215215.jpg 사실은 처음 만난 미미의 모습에 홀딱 반했어요!



이 세상 모든 아가들은 천사입니다.

천사가 이 세상에 내려올 때엔 사람이든 동물이든 아기의 모습으로 변신해서

사람들의 눈을 깜빡 속이며 지상에 행복을 전파한다는 게 제 나름의 '천사론'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 세상 모든 아가들이 어른들에게 주는 행복을

달리 설명할 방도가 있을까요?


고양이라고 해서 다를 바는 없지요.

그런데 이 천사가 제법 다 큰 고양이다운 면모를 갖추기까지는

조금 난감한 시기를 거쳐야 합니다.

이전까지는 집안에서 일어나리라고 상상할 수도 없는, 그런 종류의 말썽을 피우며

집사에게 끊임없이 인내와 용서, 화해를 요구합니다.

저희 집이라고 뭐 다를 바가 있었겠습니까?

미미가 거실 커튼에 하도 매달려서 어느 날은 커튼봉이 아예 아작이 났지요.

오밤중 난데없는 우다다에 매일 밤 잠을 설쳐 저희 부부 얼굴은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오고요,

오빠 강아지인 도도와 레레 밥까지 훔쳐 먹는 건 기본이요,

매일매일 화장실 모래로 방바닥에 추상화까지 그려놓는 실력파 화가였답니다.

이런 고양이는 살다 살다 난생처음이라며

신랑은 이 녀석에게 진심으로 '애증'을 느꼈다지요.

버럭 화도 내보고, 있는 짜증 없는 짜증 다 부려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습니다.

말똥말똥 미미의 두 눈 속엔

"왜 저러는 걸까? 또 나랑 놀아주는 걸까?"

하는 호기심만 가득할 뿐이었습니다.

20240701_130336.jpg 옷장 위에 올라가 다음 말썽을 계획 중인 미미




새로운 식구가 생긴다는 건 참 축복 같은 일이면서도

가슴 한 켠 묵직한 책임감이라는 무게도 따르는 일입니다.

계획에도 없이, 이렇게 불쑥 새 식구를 맞이한 경우는 더더욱 그렇지요.

쉼 없이 냐옹냐옹 재잘대고, 악마도 쉽사리 흉내 내지 못하는 말썽을 피우다가도

어느새 쌔근쌔근 천사의 얼굴로 잠들곤 하는 미미...

요즘 이 녀석 때문에 생각이 참 많습니다.

꼭 이 녀석을 가슴에 묻고 난 후에야 저도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거든요.

몸이 아픈 후 가장 절실한 소망 몇 가지를 꼽아보니

이런 요망한(?) 생각도 들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집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미는 오늘도 여전히 우주적 말썽과, 끝을 알 수 없는 애교로

저와 신랑의 미소를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그저 감탄할 수밖에요.

이 자그마한 한 생명이 주는 상상 그 이상의 행복감에 말입니다.


20250125_222938.jpg 오늘도 라라 언니와 아주 평화로운(?) 대화를 나누는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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