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걱정 한번 해본 적 없던 나는
준비할 새도 없이, 중간 단계 없이
갑자기 가난을 직면했다.
그 일련의 과정들에 정신이 쏙 빠져 경황이 없었기에,
삶이 벅찬 듯한 한숨이 집안을 가득 채우고 나서야
내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제대로 마주했다.
당시 중학교를 막 졸업한 어린 나이였던 난
딱하게도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고,
가족들이 내게 부담을 지우려 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덜 힘들었던 건 아니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야 할 날이 더 많았기 때문에.
나는 그려지지 않는 미래가 너무 암울하고 무서웠다.
평생 벌었던 돈보다 더 큰 액수의 빚을 졌다고 했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어려워진 집안사정도 버거웠지만
그로 인한 가정불화가 더 힘들었다.
나는 어디 의지하기는커녕,
어느 날 갑자기 가족 중 누군가 내 곁을 떠나면 어쩌나
그런 현실적인 걱정을 품고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
차라리 지금 삶이 끝난다면
캄캄한 내 미래와 우리 가족들을 걱정하느라
울며 지새우지 않아도 될 텐데.
죽는 방법을 찾아보고,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갑자기 덜컥 무서워져 울어도 보고,
그렇게 고민하며 울기를 며칠이었다.
겁도 많고 아프기도 싫어하는 나는
그런 무서운 생각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