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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징쌤 Apr 16. 2024

중고차를 사러 간 영업 사원

영업 사원이 공부해야 하는 이유

얼마 전에 중고차를 하나 샀다. 나온 지 6년쯤 지났고 80000km 가까이 탄 중형 세단이다. 서울 살 때는 차를 쓸 일이 정말 없었는데, 경기도로 이사오니까 차가 없으면 살기 너무 불편했다. 처음에는 쏘카 같은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이용했다. 그런데 이렇게 차를 빌릴 때 드는 돈들을 다 합치면 해마다 수백만 원 정도는 우습게 쓰게 되었다. 이쯤 되니 차라리 차를 하나 사는 게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차는 사자마자 감가가 시작되는 물건이다 보니 굳이 새 차를 살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중고차를 사는 게 여러모로 합리적이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중고차를 사려고 할 때, 중고차 파는 사람을 믿기가 어렵다. 파는 사람이 고장 난 차를 문제없다고 속여서 팔거나, 싸구려 차를 가져와서 비싸게 파는 등의 속임수를 써도 사는 사람 입장에서 알아낼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파는 사람은 차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사는 사람은 차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중고차를 잘못 샀다가 낭패를 봤다는 사연이 인터넷에 차고 넘친다. 게다가 나는 천생 문돌이라서 기계를 다루는 일에는 완전 젬병이다. 만약 중고차 파는 사람이 나를 작정하고 속이려고 들면 나로서는 가만히 당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사람을 의심하려고 하면 끝이 없다. 나는 중고차 딜러를 의심하는 대신 줄 것은 주고받을 것은 받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중고차 가격을 가지고 밀고 당기기를 해봐야 내가 깎을 수 있는 건 몇 십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 그걸 깎느라 스트레스 받느니, 차라리 중고차 딜러가 원하는 만큼 이득을 보도록 하는 대신 그가 나를 속여서라도 이득을 보려는 동기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럼에도 왠지 중고차 딜러가 이끄는대로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분명 사는 사람이 파는 사람보다 더 유리해야 하는데, 중고차 거래에서는 그게 반대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이번에 이렇게 비싼 장난감(?)을 하나 사면서,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정보 비대칭'이라는 것에 대해 새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IT 소프트웨어를 파는 영업 사원이다. 내가 파는 소프트웨어 중에서는 우리 회사에서 직접 개발한 것도 있고,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라이선스를 받아와서 파는 것도 있다. 우리 회사에서 직접 개발한 제품의의 원가와 마진율 같은 것들을 나는 속속들이 알고 있다. 하지만 고객은 내가 견적 내는 금액 말고는 알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고객과 이 제품을 두고 흥정을 할 때, 나는 할인율이나 제품의 기능 구성 등을 놓고 고객에게 다양한 협상 카드를 내밀 수 있다.


반면 해외의 제조사에서 라이선스를 받아와서 파는 제품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이 때는 아무래도 제조사가 제품의 원가나 마진율 같은 정보들을 우리 회사보다 더 많이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회사가 제조사와 라이선스 가격 협상을 할 때 제조사가 유리할 때가 많다. 제조사가 제품의 가격을 올리면 우리 회사는 그 영향을 곧바로 받게 된다. 또한 제품에 대한 저작권도 제조사에 있기 때문에 우리 회사 마음대로 제품의 기능을 바꿔서 팔 수도 없다. 그러니 내가 이 제품을 고객에게 팔려고 할 때는 우리 회사가 개발한 제품을 팔 때와 비교했을 때, 고객과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줄어든다.


사고파는 일을 할 때, 정보를 더 많이 가지는 쪽이 그 거래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을 가진다. 정보를 더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거래하는 상대에게 다양한 카드를 제시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그 거래에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파는 일을 잘해보고 싶어서 영업 사원이 되었다. 하지만 내가 고객을 이끌기는커녕 고객에게 휘둘리는 때가 여전히 많다. 언젠가 대표님이 영업을 잘하려면 폭넓게 두루 잘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말은 고객에 비해서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거래를 이끌어갈 수 있게 준비하라는 뜻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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