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의 유일한 사치

나의 농도를 높이는 방법

by 두어썸머


나는 물건을 비우고 소유를 줄이는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한다. 옷도, 명품도, 화장품도 나에겐 크나큰 짐이다. 하지만 이런 내가 유독 포기하지 못하는 소비, 바로 카페다. 누군가는 커피값을 아끼라고 말하지만, 나에게 카페는 단순한 기호가 아닌 생존의 문제다.


전업으로 생활하는 나에게 집은 휴식처인 동시에 거대한 일터다. 김영하 작가는 저서 <여행의 이유>에서 호텔을 선호하는 이유로 '삶의 흔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집에서도 삶의 흔적을 지우듯 미니멀해지고 싶나 보다.


내가 카페로 향하는 것은 단순히 집안일이 하기 싫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나는 집안일을 모두 끝내놓고 굳이 짐을 챙겨 문을 나선다. 나에게 카페는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생활의 자아와 내면의 자아를 철저히 분리해 주는 '경계'이기 때문이다.


집이라는 공간 안에 머무는 한, 나는 아무리 쉬고 있어도 '살림을 돌보는 사람'이라는 역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현관문을 닫고 카페라는 타인의 공간으로 건너가는 순간, 비로소 나는 생활인으로서의 의무를 벗고 오롯이 '나'라는 본질로 돌아온다. 이 물리적인 거리감이 확보되어야만 비로소 나의 내면은 말하기 시작한다..


러닝을 하며 숨을 고르듯, 카페에서의 시간은 나에게 '정신적인 힐링' 그 자체다. 카페에 앉는 순간, 나는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가 아닌 오롯이 '나 자신'이 된다. 낯선 공간이 주는 환기력은 자칫 정체될 수 있는 내 일상을 다시 굴러가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가도 카페부터 찾게 되고, 이러한 이유들로 커피를 끊을 생각도 없다. 나에게 커피값은 단순한 음료값이 아니라, 삶의 흔적이 없는 깨끗한 시간을 잠시 빌리는 '공간 임대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는 집에서는 짐을 비우고, 카페에서는 나를 채운다. 서서히 나의 농도를 높이는 공간. 이것이 내가 나의 세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