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주는 나의 선물
어떤 연예인이 그랬다. 어릴 때 자기 집이 가난한 줄 전혀 몰랐다고. 분명 물질적으로는 부족한 게 많았을 텐데, 그 공백을 느끼지 못할 만큼 부모의 사랑이 온전했기 때문일 거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내가 추구하는 '미니멀라이프'의 본질을 떠올렸다.
내가 미니멀라이프를 고집하는 이유는 단순히 집을 깨끗하게 비우고 싶어서가 아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내야만 비로소 보이는 '진짜 중요한 본질'에 집중하고 싶어서다.
비워야 생기는 '정서적 사치'
어른의 시각에서 사치는 비싼 장난감이나 화려한 여행이겠지만, 아이에게 진짜 사치는 '경험과 환경'에서 온다. 그리고 그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부모의 삶이 가벼워져야 한다.
• 물건을 비우고 얻은 '빈 시간'의 사치
집안에 물건이 많으면 관리하는 데 에너지가 든다. 정리하고, 닦고, 찾는 시간들. 나는 그 시간을 비워 아이에게 '빈 시간'을 선물하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 속에서 아이가 스스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고 멍하니 공상을 즐기는 시간. 그 공백이 아이의 주도성과 창의력을 키우는 가장 비싼 밑거름이 된다.
• 시선을 비우고 얻은 '온전한 주목'의 사치
미니멀리즘은 시각적인 노이즈를 줄여준다. 집안일에 치이는 시간을 줄이면 내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머문다. 스마트폰이나 할 일 목록에 빼앗겼던 시선을 거두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그 말에 귀를 기울여주는 것. 물질로는 절대 살 수 없는 아이의 자존감은 부모의 이 '온전한 주목'에서 시작된다.
• 욕심을 비우고 얻은 '정서적 안전망'
내 아이에게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부모의 욕심에는 끝이 없다. 하지만 그 욕심을 비워낸 자리에는 '실패해도 괜찮은 안전망'이 들어선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용기, 실수해도 비난받지 않을 거라는 믿음. 이런 정서적 풍요는 꽉 찬 수납장보다 훨씬 더 아이를 단단하게 만든다.
본질은 결국 '사랑'이다
사실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치는 '사랑받기 위해서 잘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다. 무언가를 잘해서 얻어내는 사랑이 아니라, 존재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확신.
내가 미니멀라이프를 통해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려는 이유도 결국은 이것이다. 군더더기를 다 걷어내고 남은 핵심, 즉 '조건 없는 사랑'을 아이에게 오롯이 전해주고 싶어서.
어릴 때 접한 환경이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정서적 안전망일 때, 아이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 마음껏 상상하며 사랑할 줄 아는 어른으로 자란다. 모든 것이 부족해도 그 부족함을 단번에 상쇄할 수 있는 건 결국 사랑뿐이니까.
그러니 더 좋은 걸 사주지 못해서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대신 오늘 아이에게 비워진 시간과 사랑으로 가득 채운 눈맞춤을 주자.
애쓰지 않아도 사랑받는다는 확신.
그것이 내가 미니멀라이프를 통해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은 세상에서 가장 값진 사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