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이라는 이름의 무기

내가 고전을 읽는 이유

by 두어썸머


인생은 동화처럼 단순하지 않다. 착하게 살면 복을 받고 나쁘게 살면 벌을 받는 인과응보의 세계라면 얼마나 명쾌할까 싶지만, 우리가 마주하는 실제 인생은 선과 악이 뒤섞이고 운명과 의지가 충돌하는 모순 가득한 여정이다. 만약 이런 인생의 파도를 아직 마주한 적 없는 아주 운 좋은 사람이라면 고전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미 복잡한 인생을 사는 사람에게 고전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사실 그들에게는 이 오래된 문장들이 더 절실한 처방전이 될지도 모른다. 결국 고전이란 우리 모두가 읽어야만 하는 삶의 지침서다.


나는 복잡한 인생을 단순하게 살기 위해 일상에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한다. 하지만 나의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물건을 덜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지독한 '비효율'을 선택하기도 한다. 전자레인지의 간편함 대신 찜기의 느린 온기를 선택하고, 청소기를 돌리는 대신 매일 밀대로 바닥의 먼지를 닦아낸다. 남들이 보기엔 번거롭고 느린 이 비효율적인 행위들이 사실은 내 삶을 더 여유롭게 만들어주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기계의 속도에 삶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내 손과 발의 속도로 일상을 정성껏 가꾸는 과정에서 비로소 마음의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독서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책을 통해 요동치는 거대한 파도를 넘나드는 타인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그러면서 언젠가 마주할지도 모르는 거대한 고난에 대비하는 ‘정신적 체력’을 기른다. AI가 일상 깊숙이 자리하고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본성'은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변한 게 없다. 성경이 여전히 최고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증거일 것이다.


현대 사회는 잠깐 휴대폰만 켜도 나를 현혹하는 가벼운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세상이다. 그 속에서 숨겨진 진실을 금방 알아챌 수 있는 통찰을 키우고, '내 인생의 목적'이라는 거대한 질문에 깊이 침잠할 수 있는 사고를 기르는 유일한 방법은 고전 읽기다. 고전의 문장 사이사이를 넘나들며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시간은, 짧고 요약된 영상에 익숙해진 사람은 결코 가질 수 없는 ‘생각의 근력’을 기르는 시간이 된다.

모두가 '요약된 정보'와 '효율'만을 쫓는 세상 속에서, 찜기를 올리고 밀대질을 하는 것과 같은 이 비효율적인 독서 행위는 사실 우리 삶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사고의 도구가 된다.


무언가를 쉽게 얻을 수 없다는 진리를 운동과 살림을 통해 몸으로 느끼듯, 독서를 통해 머리와 가슴으로 깨닫는다. 결국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수백 년 전에 먼저 살다 간 인생의 현자들이 남긴 항해 일지를 읽는 것과 같다. 그들이 마주했던 풍랑과 고난의 기록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내 앞의 바다를 직시할 용기를 얻는다. 오늘 펼쳐 든 고전 한 권이, 당장의 편리함보다 훨씬 더 단단한 삶의 닻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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