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의 작은 주방
우리 집 주방은 평수에 비해 작다. 집은 30평이지만 주방은 20평 집의 주방보다 더 작다. 대부분의 주부들은 크고 넓은 주방을 선호하지만 나는 그 반대이다. 크고 넓은 주방엔 아주 많은 물건들을 채울 수 있다. 나는 많은 물건들을 관리할 만큼 부지런하지 못하기 때문에 최대한 작은 주방으로 만들었다. 적게 관리하고 여유롭게 살고 싶어서.
세 식구만 사는 집이라 많은 식기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컵도 각자 텀블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집에선 거의 필요하지 않은 물건 중에 하나다. 원플레이트 요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식사는 큰 접시 하나로 해결할 때도 많다. 큰 냄비, 중간 사이즈의 냄비, 그리고 작은 냄비, 주전자, 계란 등을 간편하게 구울 수 있는 프라이팬. 이 정도로도 세 식구 살림에 부족함 없이 잘 지내고 있다.
옷과 마찬가지로 주방살림도 정신 차리지 않으면 순식간에 늘어난다. 예뻐서, 생활에 편리해서 무심코 하나씩 들이기 쉬운 물건들로 가득 찰 수 있는 주방. 수시로 열어서 확인해 보고 비워주지 않으면 아무리 넓고 큰 주방이라 해도 좁게 느껴질 수 있다.
예전에 살았던 집은 20평이었는데 주방에 붙박이장이 많아서 아주 많은 물건들을 보관할 수 있었다. 그 많은 붙박이장에 물건을 촘촘하게 채워 넣고 살았다. 우리 집엔 큰 가구가 적은 편이라 이사할 때도 물건이 별로 없다고 자신했지만 붙박이장에 있던 그 수많은 물건들이 밖으로 모두 꺼내진 순간,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많은 짐들을 이고 지고 살았구나 깨달았다.
지금 집은 그 집보다 10평이 더 넓어졌지만 수납공간은 그 집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일부러 주방의 수납장을 최소화했고, 그래서 물건을 많이 넣으려고 해도 그럴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강제적으로 미니멀하게 살 수밖에 없는 우리 집 작은 주방이 좋다. 작아진 주방의 크기만큼 내 삶도 더욱 여유로워졌다. 미니멀라이프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