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방을 고르는 기준
미니멀리스트라고 미니백을 선호하는 건 아니다. 미니백이라고 해도 책 한 권, 텀블러 하나 정도는 들어가는 사이즈의 가방이 좋다.
나의 취향에 대해서 잘 모르던 20대 시절부터 수많은 가방을 사고 비우면서 점점 나의 취향을 알게 되었고 30대
이후로 확고해진 ㅡ이제는 거의 변하지 않을ㅡ취향 덕분에 가방을 오래오래 쓰고 있다. 아마 낡아서 닳아 없어질 때까지 잘 쓰게 되지 않을까 싶은 나의 가방들.
화려한 색상의 가방은 에코백으로 대신하고, 가죽가방은 무난한 블랙 또는 카멜색상을 선택한다. 카멜색상은 사계절 모두 잘 어울리는 색이다. 여름엔 경쾌하게 겨울엔 무채색 의상에 포인트가 되어주는 색.
아무리 들고 다녀도 질리지 않고 튼튼한 가죽 덕분에 멋스럽게 낡아지고 있는 그런 가방.
20대엔 스스로를 잘 몰라서 방황하고 실패하고 30대엔 실패 횟수를 줄이며 취향을 정립해 나가고 40대엔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든다.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나이. 값비싼 가방을 사두고 매일 들고 나서지 못한다면 그 무슨 소용이랴.
결혼식 등 격식 있는 자리에 들고 갈 가방이 없다고 고민하는 것은 내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들고 갈 가방이 없으면 가방을 안 들고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언제부터 가방이라는 물건이 그렇게 중요한 물건이 되었는지 의문이다. 가방은 그저 소지품을 밖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보관해 주는 물건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하는 내가 너무 어이없을 정도로 비현실적인 생각을 하는 걸까.. (지금 매일 들고 다니는 가방을 그런 자리에도 잘 들고 다닌다.)
적당한 가격, 적당한 크기, 좋은 가죽, 적당한 무게면 충분하다. 유행 타지 않고 평생 들고 다닐만한 심플한 디자인이면 더 좋다. 뭔가 포인트를 주고 싶다면 작은 액세서리를 활용한다. 나는 액세서리는 전부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는데 이 세상에 하나뿐인 장신구라는 생각이 들어서 착용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
나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사용하는 물건들도 ‘모두가 흔히’ 들고 다니는 물건이 아닌 것이 좋다. 내게 필요한 건 유행 타지 않는 건 건강하고 균형 잡힌 아름다운 몸, 그거면 된다. 내 몸이 건강하고 아름다우면 거기에 걸치는 모든 것은 나에게 맞는 훌륭한 패션이 된다. 나의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위해 조금씩 노력하는 마흔의 내가 참 좋다.
가방, 나에겐 그냥 물건을 수납할 또 다른 물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