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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길로 가지 않는 육아

가볍게 더 가볍게 육아하기

by 두어썸머

집안을 가볍게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미니멀라이프. 몸도 마음도 가볍게 더 가볍게 만들기 위해 일상에서도 조금씩 노력하고 있다. 러닝을 하고 독서를 하고 살림을 줄이면서 10살짜리 아이도 키우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인간은 하나의 역할로만 끝나지 않는다. 딸이자, 아내이자, 엄마이자, 동료이자, 이웃이자, 친구인 삶. 수많은 역할들 중에서 ‘엄마’는 다른 그 어떤 역할보다 무게가 좀 더 더해진다.


다이어트하는 방법은 누구나 다 알지만 누구나 다 성공하기 어렵듯이 육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좋은 엄마가 되는 법은 다 알고는 있지만 누구나 좋은 엄마라고 자부하기 어렵다. 그만큼 육아는 쉽지 않다.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알아도 못하는 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봤던 ‘동물농장’의 수리부엉이 형제의 성장기는 그야말로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수리부엉이 형제를 키워내는 어미 수리부엉이를 보며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게 좋을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직 제대로 날지 못하는 수리부엉이에게 눈을 맞추고 나는 법을 몸소 보여주는 어미의 모습, 비상에 실패해도 재촉하지 않고 멀리서 그저 묵묵하게 지켜보며 위험한 상황이 닥칠 때만 도움을 주는 모습, 지치고 힘들 땐 ’곁에 있다‘는 사실만 넌지시 알려주는 모습…


인생은 결국 혼자 살아가는 것이지만, 언제 어디서든 응원해 주는 가족이 있다면 조금 더 힘내서 도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도움’이라는 명목으로 더 가까이에서 더 과하게 관여를 하기도 쉽다. 아이가 자립할 수 있도록 묵묵히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일상에서의 실천은 쉽지 않다. 아침마다 아이를 깨워서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히며 재촉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자꾸 돌아가는 길은 비효율적이라 여기며 지름길로 가는 법만 가르친다. 실패할 수 있는 기회를 자꾸 박탈하게 만든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건 누구나 알지만 왜 자꾸 실패를 멀리하게 만드는 걸까.


나는 아이보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그래서 남은 시간의 대부분은 가능한 ‘성공’만 하고 싶다. 하지만 아이는 나보다 여생이 길다. 실패의 횟수만큼 회복 탄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자꾸 아이가 아닌 내 기준으로 아이의 삶에 잣대를 들이밀게 된다.


어미 수리부엉이처럼 멀리서 묵묵히 응원하는 마음으로 한 발자국 멀리서 아이를 바라봐야겠다. 고통 속에서도 기쁨을 누릴 수 있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수많은 실패를 마주할 기회를 줘야겠다. 그러려면 한 발자국 멀리서 바라보는 연습이 참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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