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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그앤미 Dec 14. 2023

혼란의 강아지 작명

똘이에서 또리로

  우리 강아지 이름은 또리이다. 이름이 '또리'로 정착되기까지 사연들을 지금부터 글로 적어보겠다. 이야기는 내가 태어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엄마께서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기르던 강아지 이름이 '똘이'였다. 똘이는 엄마, 아빠가 시골에 사셨을때부터 기르던 엄마의 충견이었고 엄마와 함께라면 그 무엇도 할 수 있는 강이지였다. 얼마 후, 아빠의 근무지 이동으로 인해 서울로 멀리 이사를 가야했고 시골 환경이 똘이에게 더 행복할 것 같아 엄마는 똘이를 키우겠다는 친구에게 주고 가셨다. 드디어 엄마 아빠가 떠나는 날...똘이랑 똘이의 새주인은 배웅하러 나왔다. 이사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덜컹덜컹...

  헥헥헥

  저 멀리 똘이가 이사차를 향해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눈물이 글썽거렸지만 엄마는 내려서 똘이한테 얼른 새 주인에게 돌아가라고 혼냈다. 다시 덜컹덜컹...

  헥헥헥

  똘이가 또 이사차를 향해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엄마는 다시 내려서 똘이에게 돌아가라고 했다. 이 과정을 몇 번 겪은 후, 엄마는 똘이를 꼬옥 껴안으면서 말했다고 한다.

  "똘이야. 우리가 가는 곳은 지금처럼 뛰어 놀 수 있는 넓은 마당도 없고 불편할거야. 그래도 엄마랑 같이 가겠니?"

  똘이는 꼬리를 살랑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똘이는 엄마랑 같이 서울에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엄마가 외출한 사이 밖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중, 똘이는 차에 치여 다리를 다쳤다. 그 후 시름시름 앓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이 이야기는 지금도 엄마에게 슬픈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아직까지 냉장고에 붙여져 있는 똘이 사진에서 엄마의 슬픔이 전해진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아뿔싸. 할머니는 강아지를 받으시고 딱히 떠오르는 강아지 이름이 없으셔서 예전에 엄마가 기르셨던 '똘이' 이름으로 이미 일주일 넘게 부른 상태였다. 강아지는 자신의 이름을 '똘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으며 다른 이름으로 부르면 오지도 않았다. 엄마는 딜레마에 빠졌다. '똘이' 이름만 봐도 예전의 슬픈 기억이 떠오르는데 새로운 강아지 이름을 '똘이'라고 하면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기쁜 감정보다 예전의 슬픈 감정으로 강아지를 키우게 될 것이라는 우려였다. 

  강아지가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인식하게 해주면서 엄마도 똘이의 슬픈 기억을 덜 떠오르게 할 방법은 없을까 가족회의를 한 끝에...받침을 없애기로 했다. 이렇게 '똘이'의 '똘'에서 ㄹ받침이 사라져 '또리'라는 이름이 완성되었다.

  또리는 자신의 이름이 바뀐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엄마도 똘이의 슬픈 기억보다는 현재 또리를 기르면서 느끼는 행복에 충실하기로 하셨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였다. 엄마는 그 후, 똘이에게 느낀 죄책감과 미안함을 또리를 키우면서 많이 해소하셨다고 한다. 물론 아직도 똘이 이야기만 나오면 엄마 눈은 슬픔으로 일렁이지만.


  이렇게 강아지는 우리 집 셋째, 또리로 입성완료하였다. 



왼쪽: 냉장고에 붙어있는 똘이와 할아버지  / 오른쪽: 아직 '똘이'로 불렸을 때의 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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