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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견유치원 kim원장 Oct 07. 2023

Chapter61 강아지 밥 Q&A

물어봐도 해결이 안 되는 밥의 미스테리

 

오늘은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여러 강아지들의 밥과 관련된 사례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밥 투정하는 강아지, 밥 안 먹는 강아지, 밥만 먹으면 설사하는 강아지.. 다양한 밥과 관련된 고민들을 적어보겠다.


가끔, 짧게 사는 견생인데 먹고 싶은 것만 먹고살게 하고 싶다는 보호자들이 있다. 그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세 살짜리 아이가 햄버거만 먹고 싶어 한다고 해서 매일 햄버거만 주는 엄마가 있다면? 매일 초콜렛만 주는 엄마가 있다면? 아이는 점점 허약해질 수밖에 없다. 반려견의 건강한 생을 위해서, 건식이든 화식이든 건강한 식단을 잘 먹게끔 식습관을 들여주는 것은 오로지 보호자의 책임인 것이다.


그 전제로, 식습관에 관련된 몇몇 에피소드들을 풀어보려고 한다.



<그럼 이 살은 다 어디서 오는겨..?>

밥을 잘 먹던 강아지가 서서히 사료를 거부하고 살은 찌고 있는 상황.

"얘가 밥을 주면 냄새만 맡고 안 먹어요"

"그럼 공복토는 안 하나요..? 살은 어느 정도 유지가 되는 것 같은데“

"그냥 간식만 아주 조금 먹어요"


강아지가 하루에 먹는 간식은 요거트 조금, 고구마 조금, 밤 조금 등이었다. 보호자가 주전부리 먹을 때 주는 간식을 강아지와 함께 먹다 보니 양이 다 찼던 것. 밥보다 맛있는 간식을 더 먹고 싶은 강아지는 밥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이 사료 질렸파>

밥을 아주아주 잘 먹던 말티즈 1살 친구, 요즘 보기 드물게 사료를 잘 먹는 친구라 기특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도시락으로 싸온 사료를 먹지 않아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데, 보호자는 집에서는 바꾼 사료로 급여 중이었던 것. 그것도 질린 것 같다고 새 사료를 찾는 말티즈 가정에게 집에서 급여하는 것과 동일한 사료를 도시락으로 줄 것을 요청드렸다. 그것도 며칠.. 금방 두 번째 사료에도 싫증을 느낀 강아지. 보호자는 곧바로 세 번째 사료를 준비해 왔다.


아니 된다. 아니 된다.. 밥투정에 사료를 계속 바꾸게 된다면 강아지의 밥투정은 투정이 아니라 밥과의 전쟁을 선포하게 되는 날로 가게 될 수 있다.



<과일이 주식이다>

밥을 정말정말 조금 먹는다는 강아지. 몸무게는 이미 이 강아지의 다리가 버틸 수 있는 무게를 넘어서는듯했다. 밥을 안 먹는데 어찌 이렇게 무겁단 말인가 ㅜㅜ 이 강아지는 몸에 좋다는(?) 과일을 거의 주식으로 먹는 강아지였다. 의외로 보호자들은 과일은 살이 안 찐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설령 과일을 조금만 먹었더라도 그 달달한 과일을 더 먹기 위해 사료를 거부하는 강아지들도 있으니, 강아지와의 밀당에 밀려서는 안 된다.




<기운이 없어서 끓여먹인 미역국>

"어머니~ 오늘 ㅇㅇ이 변이 많이 묽어요~ 혹시 집에서 새로운 걸 먹고 왔을까요?"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애가 우울해 보여서 고깃국을 끓여 먹였더니 그런가.."

"혹시 국에 간을 하거나, 지방이 많은 고기였을까요?"

"아니~ 지방은 하나도 없고 살코기만 있는 건데, 우리 먹는 미역국을 줘서 그런가..?"

간이 되어있는 사람 음식은 강아지가 먹으면 쉽게 탈이 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밥 안 먹으면 고기가 나온다 뚝딱!>

사람은 다이어트 때문에 그만 먹어야 한다는 기준도 있고, 너무 늦은 시간에는 야식을 먹지 않는 등 조절하는 능력이 있다. (설사 지키지 않더라도..) 하지만 자급자족을 할 수 없는 강아지는 보호자가 주는 음식이 100% 전부다. 매일 사료만 먹던 강아지가 어느 날 생전 처음 맛있는 고기를 먹게 된다면, 이 강아지는 다음 끼니를 거부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강아지가 하는 자기표현 같은 것이다. '사료' 말고 아까 먹은 '그 고기' 달라고 말이다. 강아지가 보호자에게 할 수 있는 표현인데, 이때의 첫 대처가 중요하다. 언제나 허락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거절해주어야 한다. 이때만큼은 고기가 아닌 사료를 먹도록 하고, 고기는 사료를 다 먹었을 때 보상으로 조금 주는 등, 어떤 밥을 어떻게 급여할지는 보호자가 주도하고 규칙을 만들어나가야 음식 투정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사료를 한두 끼 안 먹은 것이 안쓰러워서 다시 고기를 냉큼 내어줘 버리면, '그래 이제야 말을 알아들었군' 하면서 다음에도 같은 주장(밥투정)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조금은 안쓰럽더라도 이 싸움을 이겨내도록 해야 한다.



<영양제인줄 알고 매일 챙겨 먹인 져키>

어느 견종이든 살이 찌면 관절에 무리가 가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지만, 소형견 중에 가장 걱정되는 관절을 가진 견종은 포메 아이들이 아닌가 싶다. 살이 정말 조금만 쪄도 다리가 그 몸통을 유지하고 걷기에 너무 가녀리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심지어 다리뼈의 두께가 내 새끼손가락 두께 같이 느껴진다.


한 포메는 4kg의 몸통을 지탱하는 게 꽤나 무리인 듯 보였다. 사료와 영양제 외에는 아무것도 급여하지 않는다는 이 가정. 그리고 몇 개월 후에 알게 된 사실. "오늘 영양제를 안 먹고 왔으니 활동 중에 영양제를 급여해 주세요~" 하며 건네받은 기다란 져키 간식.. 알고 보니 "관절에 도움" / "눈물에 도움" 등이 적혀있는 (매일 챙겨 먹기 좋게) 낱개포장되어 있는 간식이었고, 매일매일 건강을 위해 급여하고 있던 것이었다. 대형견인 내 강아지에게도 이렇게 큰 져키를 한 번에 먹으라고 주지 않는데.. 이게 이 녀석의 영양제였다니..

특히 영양제 포장지의 뒷면에 강아지의 몸무게 별로 적정급여량이라 표기해 놓은 개수와 양을 믿지 않기를 바란다. 포장지에 쓰여있는 개수는, 가끔 무엇을 근거로 써둔 건지 알 수 없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아무튼 이 강아지는 영양제를 끊고 나서 다이어트에 성공한 몇 안 되는 강아지가 되었다.



<얘는~ 밥을 너~~무 안 먹어>

강아지는 작으면 작을수록 덜 먹는다. 하지만 보호자는 팍팍 먹는 걸 보고 싶다. 더 많이 사줄 수 있는데 몇 개월째 사료봉지가 비워지지 않는 게 답답하기도 한 것도 이해가 간다. 나는 대형견을 기르다 보니 10~20kg 포대로 주문을 해도 사료가 줄어드는 속도를 보고 흠칫 놀라기도 하는데, 소형견들은 1.5kg 사료를 한번 구입하면 깨알같이 먹으니 답답할 만도 하겠다. 하지만 강아지의 크기를 생각하면 적당한 양을 먹고 있는 것이니 억지로 먹이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오히려 비만이 되어버리면 작은 강아지일수록 관절에 더 크게 무리가 갈 수 있다.



<활동이 없다면 밥을 줄여도 된다>

"얘가 유치원을 안 가면 우울해서 그런지 밥을 안 먹어요"

"유치원 등원 안 하는 날 산책이랑은 다녀오셨어요?"

"아니~ 줄곧 집에만 있었죠"


하루에 소비해야 할 적절한 에너지가 소비되지 않으면 강아지는 밥을 시원찮게 먹을 수 있다. 적절한 에너지가 소비될 수 있도록 산책을 다녀온다면 강아지의 입맛도 오르고 밥도 맛있게 잘 먹을 수 있다.



<족발이 여러 번 삶으면 괜찮다고..?>

간혹 대형견을 기르는 가정 중에 먹다 남은 족발뼈가 수제간식인 양 급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다음날 탈이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아까워도 족발은 급여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여러 번 삶아서 급여를 해도 조리과정에서 이미 간이 배이기 때문에 강아지에게 좋은 간식이 될 수 없다.




<자율배식>

그릇에 언제나 담겨 있는 사료는 강아지에게 결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없다. 보호자는 '언제나 먹고 싶을 때 먹으렴' 하는 배려일 수 있지만 개에게는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료는 더 이상 먹고 싶은 밥이 아니게 되고, 밥투정하는 강아지가 되는 지름길이니 아무리 퇴근이 늦은 직장인이더라도 자율배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혹은 가족들이 집에 있음에도 자율배식 그릇이 있는 경우에도 밥은 먹지 않으면서 사료그릇을 지키는 행동이 나오게 되거나, 옳지 않은 학습이 될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가장 추천하지 않는 급여 방식 중 하나이다.



<사료에 더하기 더하기 더하기>

너무 저가의 사료가 아니라면 사료에 배합된 성분은 강아지에게 필요한 열량과 영양분이 고루 잘 들어있기 마련이다. 물론 우리 강아지에게 좀 더 좋은 것을 먹이고자 하는 보호자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사료 위에 여러 가지 파우더나 고기를 얹어서 더 맛있고 영양가 있게 급여하고자 하는 마음도 알지만, 만약 사료에 이런 토핑을 하고자 할 때는 한 가지의 토핑을 최소 3~4주 이상 지속하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매일매일 다른 토핑을 주면, 강아지의 밥투정하게 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많이 보았다.(매일 다른 종류별로 먹이면서 밥 주는 기쁨을 느끼는 보호자의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그 행동이 강아지에게 한 끼 한 끼마다 밥에 대해 판단하게 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토핑을 사료처럼 일정기간 지속하고, 그 후에 토핑을 바꾸면 일정기간 또 지속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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