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집에 와서 땀도 흘리지 않고 푹 잤다.
꿈에선 얼굴도 모르는 처음 보는 형 둘이 나와 나를 챙겨줬다.
오도 가도 못하는 그곳에서 일당 23만 원짜리 일이라며 자기들이 팀으로 있는 아지트에 나를 데려갔다. 옷 가게 같은 그곳에선 사람들이 일을 나가려고 각자가 걸어놓은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일 할 옷이 준비가 돼있지 않다고 하자 그럼 어디 가서 사면 되지 않을까, 형이 말했다.
꿈에서 늘 나오는, 그렇지만 매번 다른 낡은 상가 건물에서 우리는 놀았다. 술을 마시고 손님이 없는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그 건물에 있는 여관 같은 객실에서 이야기도 나눴다.
나는 늘 끌고 싶던 오토바이를 몰았다. 기름을 가득 넣고 바람이 빠진 타이어를 어떻게 하나, 고민하던 중에 아버지가 나타났다. 그는 공업사 직원에게 나의 오토바이를 마치 자신의 오토바이인 것처럼 설명하며 이곳저곳 손을 봐달라고 그랬다. 그를 보는 나의 눈이 왠지 다정에 가득 찼다.
밤이 되면 우린 낡은 상가 건물의 1층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 환락도 있고 여자도 있고 친절도 있고 오토바이도 있고 여리여리한 옷 가게도 있고 다 같이 부르는 꿈밖의 세상엔 없는 노래도 있고 질주할 수 있는 바다로 가는 도로도 있고 공장에서 이제 막 나온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손님이 없는, 여전히 그 가게 웨이터로 있는 K도 있었다. 나는 그 노래방에서 K와 예약 곡들을 찍어놓고 노래를 불렀다. 그러다 우린 인사도 없이 헤어졌다. 다정이 그렇게 사라졌다. 일어나서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를 버렸다. 바깥에 나와 텀블러에 커피를 담아 마셨다. 우울하지 않았다. 그러쥐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꿈들이 몸에서 서서히 빠져나갔다. 난 그걸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이어폰을 꽂고 그 옛날의 노래를 틀었다. 노래가 끝나자 새로운 노래가 흘러나왔다. 리메이크는 싫어했는데, 이런. 좋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