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당신도 기다려를 해본 적 있나요?]
“띠링, 어서 오세요. CU입니다.” 그날은 공격성이 심한 개를 교육한 날이었다. 온갖 힘을 다해 “우리 집에서 나가!”라고 말하는 개를 만났을 땐, 긴장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전문가니까 긴장 안 하려고 할 뿐. 공격성이 있는 방문 교육을 하고 나면, 몸속 구석 어딘가에서 쉬고 있는 근육들도 불러다가 몸에 집중을 쓴 느낌이다. 그러고 나면 “아 이런데도 알이 배는구나” 싶은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진이 다 빠져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이 정도나 했는데 스스로한테 선물 줘야지”라는 생각이 스치고, 그 생각은 자연스럽게 편의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게 한다. 편의점에 들러 나에게 주는 선물로 당첨된, 따뜻한 컵 육개장, 숯불구이 핫바, 그리고 시원한 사과맛이 나는 써머스비 캔맥주의 조합. 야식이 안 좋다는 걸 알지만, 밤에 먹는 나트륨과 탄수화물은 “수고했다, 이 정돈 좀 먹어 줄 정도로 오늘 했어. 맘껏 먹어”라는 말을 해주는 것만 같아서 자연스레 편의점으로 종종 나를 이끌곤 했다.
편의점에 나와 집에 돌아와 기분 좋게 샤워를 하고, 오늘 하루의 에너지 소모는 야식의 맛과 비례된다. 아주 맛있게 먹을 기대를 하며 나만의 휴식 시간을 즐기려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윙- 윙- 윙- 누가 그러라고 정한 건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상대는 모든 일정을 마치고 쉬고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전화를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은 밤 10시에서 11시로 넘어가려는 즈음, 핸드폰에 모르는 번호가 떠있고 핸드폰은 나무 책상과 마찰로 그 진동음을 더 크게 내고 있었다. “11시면 전화를 안 해야 맞는 거 아닌가, 문자를 남기던지...” 나의 상식이면 9시면 상대에게 전화로 무언가를 문의하지는 않는 시간이기에 내 기준은 내 기분을 좋지 않게 만들었다. 이 시간에 전화를 했다면,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거나, 정말 급한 일이라 전화가 왔다는 두 가지의 생각으로 왔다 갔다 할 때쯤, 핸드폰은 처음 진동보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진동을 멈췄다. 10초쯤 지났을까, 다시 아까 보았던 번호가 윙- 윙- 윙- 소리를 내면서 나무 책상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유가 어찌 됐든 그냥 받고, 내일 잔화 달라고 말하곤 맘 편하고 맛있게 먹자는 생각으로 초록색 통화 버튼을 퉁명스럽게 눌렀다. “네, 여보세요” “거기..! 저기..!”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짧은 순간에도 목소리에선 긴 세월이 느껴졌다. 귀가 어두우셔서 소리를 크게 내시는 듯했다. 내일 전화 달란 이야기보단 우선 대화를 이어갔다. “네, 말씀하세요~” “내가 좀 잘 안 들려서.. 뭐라고요?” “네, 말씀하세요~” “아, 거기.. 그 뭐냐.. 늦은 시간 죄송한데, 혹시 강아지 훈련하는 덴가요?”
연세가 지긋이 느껴지시는 할아버님이 죄송하다는 말씀을 하시고, 되려 죄송해지는 기분이었다. 당신께서는 80세가 넘은 나이라며 간략히 소개를 하셨다. 키우는 개를 1년 6개월 동안 만져보질 못하고 산책도 못 나가고 있어서 절박하다는 내용이었다. 평생 이대로 살아야 되나 보다 고민을 했는데, 집에 와서 교육을 잘해주는 훈련사가 있다고 인근에 반려견 용품점 사장님이 전화번호를 줘서 집에 와서 바로 전화를 하셨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80세가 넘으신 할아버님이 방문 교육을 신청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방문교육 역사상 있지 않은 일이라 꽤나 나를 당황시키고, 이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맞는가 고민의 늪에 깊숙이 빠졌다.
반려견 교육에는 크게 3가지 종류가 있다. 훈련소에 맡겨서 훈련사가 상주하며 교육하는 위탁 교육, 보호자와 반려견이 사는 가정에 직접 방문하여 알려주는 방문 교육, 훈련사가 운영하는 센터에 보호자가 방문해서 배우는 센터 교육. 그 밖에 등등… 이 중에서 보호자와 반려견이 열심히 따라 하지 않아도 되는 교육의 형태는 그 어디에도 없지만, 방문 교육은 직접 훈련사가 방문하여 알려주는 만큼 보호자가 집중하고 흡수해야 하는 것이 커서 보호자의 역량이 더 크게 있는 교육 형태다. 젊은 사람들도 호기롭게 열심히 해보겠다 하곤, 쉬워 보인다고 하곤, 갑자기 뚝딱뚝딱 고장 난 로봇처럼 되는 것이 반려견 교육. 집에서 치킨 뜯으며 보며 “저걸 못 넣어!” 하는 한국 축구를 보는 거처럼, 참 말은 쉽고 보는 건 쉬운데, 내가 하면 어려운 영역 중에 하나임을 수도 없이 봤다. 차분하게 보호자로서 리드를 해주고, 정확한 순간에 보상을 주고, 생각과 행동이 따로 움직이는 게 쉽지 않고, 당황하는 보호자를 개들은 기가 막히게 알고 안 따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대학교 반려동물학과를 다닐 때도 1학년 훈련 수업을 보면 몸개그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우리 할아버지 연세와 비슷하여서 대입을 해보니, 가르치고 수행할 그림이 잘 안 그려졌다. 아니 사실 도저히 안 그려졌다. 억지로 그려보려 해도 그건 아니라고 누가 지우개로 지워버리는 느낌.
억지로 안될 걸 된다고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에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어렵다고 말씀드리던 마음을 먹을 찰나였는데, 그 생각이 할아버님께 닿았을까? “늙은이라 하기 어렵겠지만 꼭 좀 부탁드립니다.” 짧지만 내가 하는 우려와 걱정을 관통하는듯한 생각과 할아버님의 진심은 야식 진수성찬을 잠시 잊게 만들었다. 할아버님께 차근차근 설명을 드리니 예약을 하시곤 내가 엉겁결에 대답하고 말을 바꾸진 않을까 걱정되셨는지, “열심히 할 테니까 그때 꼭 와주세요. 꼭이요.”라는 말씀을 남기셨다. 결국 차근히 설명드리고 최고령자 할아버님의 방문 교육 예약을 잡아드렸다. 할아버님을 뵐 때까지 약 2주 정도의 시간이 남았었는데 그 2주 내내 할아버님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여러 고민이 내 주위를 맴돌았다. 원래는 교육 고민 내용에 대해 상세히 사전에 전해 듣지만, 귀가 어두우셔서 직접 뵙고 얘기 나누는 것이 좋다고 판단하여 ‘서울 도봉 믹스 / 할아버님 보호자 친화’라고 스케쥴러에 적어뒀다. 2주 뒤. 도봉역에서 내려 빵집 골목을 5분 정도 걸어오면 있다는 할아버님의 언어 약도를 따라 걸으니, 정말 딱 5분 맞아떨어져서 할아버님이 말씀해주신 주소 빌라 앞에 섰다.
“띵동- 계세요. 교육 왔습니다.” 보통 띵동에서 ‘띵’만 들어도 집안에서는 개 짖는 소리가 나는 게 당연한 게 대부분 방문교육의 방문인데, 조용하다. 할아버님이 주소를 잘 못 주셨나 하는 내심 걱정을 하던 찰나에 문이 열렸다. 숱 없는 흰머리와 느린 걸음이 세월을 느끼게 해 줬다. “안녕하세요~” “진짜 와줬네 고마워요. 어서 들어와요. 기술자 양반” 훈련사라는 명칭도 생소하신지 나를 할아버님은 기술자 양반이라고 칭해주시며 맞이해 주셨다. 그리곤 다이소에서 자주 본 적 있는 담요에 앉아 있는 하얀 개가 보였다. 멀리서 보아도 털 한번 빗으면 우수수 떨어질 것 같은 털을 가진 순딩이란 이름의 개. 그 털 한 번을 못 빗은 모습은 그동안 사람의 손을 닿아보지 못했다는 시간을 가늠하게 했다. 개들은 무서우면 짖고 공격하거나, 가만히 있거나, 도망간다. 겁이 많은 개도 자기 집에선 짖거나 도망 다닌다. 가만히 있는 개는 흔치 않은데, 정말 아무것도 못하는 상태로 가만히 나를 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내가 방문한 것이 견생에 있어서 큰 사건이라도 된듯한 표정이라 할아버님의 걱정이 간단하게 아니란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인사를 드리고 자리에 앉았는데도 순딩이라는 개는 그대로 얼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큰 딸과 유기견 센터를 종종 다니시던 할아버님 눈에는 순딩이가 가장 들어왔다고 한다. 그곳에는 수십 마리의 개가 있었는데, 이유를 설명을 못하겠지만 눈에 들어오셨단다. 그곳에서도 자로 잰 듯 다가가면 멀어지는 거리 두기를 하던 순딩이였지만, 집에 데려와서 정을 붙이면 등산 동무도 되겠지라는 개를 몰라도 생명으로서 서로 가지는 기대를 하고 입양하셨다고 했다. 그 이후로 손을 데려고 하면 도망 다니고, 그 자리에서 대소변을 모두 보는 것을 보고, 자기가 훈련은 몰라도 함부로 만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셨고, 기다려주면 오겠지라는 시간은 어느덧 1년 6개월이 흘렀다. 1년 6개월 동안 접촉이 안 되는 순딩이의 사연이 낯설에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생각보다 꽤 많다.
순딩이의 최초 구조는 야산이었고 그곳에서 오랫동안 들개로 살아왔는데, 들개로 오래 산 개들은 전문적인 교육을 거치지 않으면 사람과의 접촉의 한계선을 명확히 몇 년을 두는 경우도 꽤 흔하다. 사람과의 접촉은 생존과 직결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주 신중해야 하고, 자신이 생존할 정도로만 사람과 살아간다. 사료도 먹고, 사람이 들고 있는 간식 봉투 소리만 나도 꼬리에 모터 달린 듯 흔드는 게 일반 가정의 개들이라면, 자신이 생존할 정도로만 먹고, 자로 잰 듯 거리를 유지하고, 그 이상은 자신의 생존에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한다. 순딩이도 그런 유형으로 보였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단순히 이것이 순딩이와 할아버님의 거리를 더 좁히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주변에서 그 행동을 보고 개가 사람 머리 꼭대기에 있어서 버릇을 고쳐준다고 출장을 와서는 제압을 해보기도 해고, 으르렁 거리면 혼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TV에서 보니, 인터넷 어디에서 보니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했단다. “무서워요. 오지 말아 주세요”라고 하는 사람한테 그대로 포박을 하려고 하고, 주먹을 날린 것과 똑같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 이야기를 내가 할 수 있는 리액션은 겉으론 허탈한 웃음, 속으론 허망한 분노였다. 그런 행동을 3분 정도 했다면, 순딩이 같은 개들을 기다려줘야 하는 시간은 3개월, 3년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더욱 분노가 가득 찼다. 그 분노를 느끼고 허탈감을 느끼기보단 순딩이와 할아버님의 거리를 좁히는 방법을 찾는 일이 첫 번째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을 하기 전, 순딩이의 마음이 여유를 측정해보았다. 마음의 여유는 눈의 맑기로 짐작할 수 있다. 여유가 없는 개들의 특징은 눈을 눈치 보듯 쳐다보고, 눈을 보는 순간 긴장되며 심한 개들은 눈의 색이 탁해진다. 스트레스, 긴장으로 동공이 확장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신경 안 쓰는 척하다가 순딩이를 보니, 겁은 먹었지만 눈이 탁하지 않고 생각보다 맑았다. 순딩이에게 조금 더 다가간 느낌이었다. 순딩이 같은 개들은 엄밀히 말하면 터치보다 눈을 보고 다가오는 터치를 무서워하는 개들도 굉장히 많다. 눈을 마주치면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엔 눈을 마주치고 괜찮다는 것을 심어주는 교육을 진행했다. 예상했던 페이스보다 상당히 괜찮았다. 점점 거리를 좁히더니 내 옆에 스스로 엎드리기까지 했다. 포기를 해서 엎드렸다기엔 여러 정황과 시그널이 그렇지 않았고 안정된 느낌에 가까웠다. 사람의 손길이 싫었던 게 아니라, 사람이 자신을 이해해주며 다가와주길 바랐구나 하는 것이 그 짧은 시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할아버님께 교육을 천천히 알려드리자, 할아버님께서는 “쟤도 사람이 무섭겠지, 그러니 기다려줘야지. 이제 배운 대로 잘해봐야지” 훈련사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멘트였다. 나는 할아버님께 "할아버님, 눈 마주치면 간식 주는 거 밥 주기 전에 아침 10번, 저녁 10번만 하시고 나머진 순딩이 그냥 두셔요. 알겠죠?" 할 수 있다고 하셨다. 두 번째로 만나러 가니 순딩이는 간식을 들자 눈을 곧장 쳐다봤다. 이전보다 더 자신감 있고 눈에도 긴장이 풀린 모습이었다.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천천히 거리를 좁혔다. 자칫 눈을 벌써 마주치면, 아이컨택 복습을 한 시간이 허망하게 날아가서 조심해야 했다. 너무 부담스러워하면 그 자리에 아무 일 없는 거처럼 앉고, 그게 아니면 조금씩 가까이 눈을 마주치지 않고 갔다. 그리곤 준비한 두꺼운 물림 방지 장갑을 끼고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로 아주 천천히 만졌다. 아직 눈에 대한 경계가 있을 거란 판단에서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그 두껍디 두꺼운 물림 방지 장갑으로도 긴장이 느껴지고 순간 웁! 하는 걸 보니 무슨 일이 있었거나 전혀 접촉이 없었거나 둘 중 하나인데 무슨 일이 있었을 확률이 높아 보였다. 다행히 딱딱한 몸이 부드러워지는 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교육을 하다 보면 촉이 올 때가 있다. 이 기세를 몰아 줄을 걸어도 괜찮겠다는 느낌. 순딩이에게 다가가도 순딩이는 피하지 않았다. 천천히 만지고 목줄과 리드줄이 일체형으로 되어있는 리드줄로 최대한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살며시 걸었다. 줄을 걸자 털을 한 번도 빗지 않은 하얀 털들이 우수수 떨어졌고 그 사이로 줄이 살포시 들어갔다. 그리곤 부드럽게 다시 뺐다. 처음에 이렇게 채워버린 개들은 사람이 다가온 것에 당했다고 생각하고 더 거부하는 개들도 있어서 나오기도 한다는 것을 오히려 알려주어 안심을 주는 것이다. 순딩이는 줄을 걸었고, 줄을 맨 상태로 움직일 수 있도록 눈을 마주치면 간식을 일부러 양옆으로 조금씩 멀리 던져봤다. 곧 잘 걷기에 걸어보니, 왠 걸? 걷는다. 느낌을 보니 아마도 눈을 마주치고 맞거나 신체적으로 학대를 당해서 오히려 산책 이전 단계의 접촉에 대한 트라우마로 보였다. 오히려 줄을 착용하니 훨씬 안정적으로 변해서 집에서 정도 걸어볼 수 있었다. 다음 미션으론 줄을 착용해 보고, 1-2분씩 줄을 맨 상태로 걸어 다녀보는 연습을 내드렸다.
세 번째 만남으로 갔을 땐, 순딩이는 방석에 얼어있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를 보고 잠깐 긴장하는 듯했지만, 이내 부드럽게 풀린 몸과 눈을 보니 할아버님이 노력한 시간을 볼 수 있었다. 줄도 부드럽게 차고, 이제는 꼬리도 친다며 허허 웃으셨다. 그동안 할아버님이 기다려줬던 시간이 의미가 있어서 순딩이는 굉장히 빠르게 마음을 열었다. 줄은 두 번째 만남에 비해 비교도 안되게 빠르게 찰 수 있었고, 집을 걷다가 자연스레 집 앞이 펜스가 쳐져 있어서 나가보자는 판단을 내렸다. 야외에서 순딩이가 걸었다. 아직 조심스러워했지만 움직였다. 순딩이는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 몸의 무게 중심도 아래가 아닌 곧바르게 돼있었다. 긴장이 극도로 된 개들은 코가 마른다. 후각을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몸의 중심은 낮추고 순간적으로 힘을 주어 도망갈 준비를 한다. 순딩이는 그렇지 않았다.
"할아버님, 다음에 저 안 와도 되겠는데요~" 2주까지 마당 앞은 잘 다니면, 천천히 뒷산으로 나가보시라고 했다. 3주 후, 전화를 드렸을 땐 할아버님도, 순딩이도 기술자 양반을 만나기를 잘했다며 연신 웃으셨다. 별 다른 바람 없이 건강하게 자신과 어기적 등산을 했으면 바람에서, 나름의 정성을 다해도 한 번도 만져볼 수 없었던 순딩이를 서운하기보단 이해했던 할아버님.
사람은 대부분 본능적으로 개라는 동물을 만지고 싶어 한다. 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보단 그저 소유하고 싶으면 더욱 만지고 싶어 한다. 할아버님도 만지고 싶은 마음도 분명 크셨을 것이지만, 순딩이 입장을 이해했기에 1년 6개월이 가능했다. 그런 마음을 참고도 1년 6개월 기다리신 분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은 밤 10시에 전화받기 잘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이 글을 읽는 일반 보호자를 포함한 전문가들도 한 개를 위해 1년 6개월은 기다릴 수 있을까? 거의 없으리라 본다. 그렇다고 답을 하더라도 그 2-3초의 망설이는 텀에 “와 힘들 거 같은데”라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 본다. 솔직히 나도 2-3초 망설였기에, 그런 경험을 하여 얻은 깨달음이 감사하고 기뻤다.
전문적인 훈련 스킬을 가진 사람보다 더 배운 것이 크다고 느낄 수 있었던 순딩이와 할아버님 만남은 언젠가 기다림이 필요한 개들을 만났을 때, 다시 꺼내볼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은 개에게 ‘기다려’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개를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한다. 할아버님한테 오히려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