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희의 송가가 울려퍼질 공연장 -
아라온을 타고 계속 이동한다. 극지 출장 중에 사람의 활동 반경이 평소와 얼마나 다를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은 극단적으로 제한된다. 침실이나 연구실에서 바깥으로 나갈 때의 거리는 매우 짧다. 거리라는 개념을 붙이기에 사치 스로울 정도이다. 불과 몇 발걸음이다. 바깥으로 나간다 한들 실외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움직이는 배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실내라고 크게 다르지 않지만 실외에서 할 수 있는 것보다 많다. 개인적으로 사진과 음악을 접하며 극지 출장에서의 많은 시간을 지낸다. 신기한 무언가를 사진으로 담기 위해서 밖에 멍하니 서 있으면 그때만큼이나 그렇게 기분 좋고, 아무런 걱정이 없을 수 있나 싶다. 간혹 음악을 밖에서 듣기도 하지만 극지의 바람소리와 파도 소리 그리고 배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 만으로도 즐겁기에 충분하다.
그렇게 항해를 하다가 또 거대한 얼음을 만났다. 이전부터 비슷한 크기가 눈에 많이 보이긴 했지만 이 녀석은 조금은 달랐다. 점점 다가가는데 그 모습이 마치 공연장으로 입장하는 듯하였다. 여러 다양한 음악을 듣지만 클래식도 많이 듣는다.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진 저 거대한 얼음이 마치 클래식 공연장처럼 보였다. 너무 기분이 좋다. 이런 곳에서 이렇게 훌륭한 무대를 접할 수 있다니 자연스럽게 귀에 음악이 들리기 시작한다. 가장 좋아하는 베토벤 9번 교향곡이다. 그런데 무언가 아쉽다. 음악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구석 자리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좀 더 좋은 자리에서 음악을 듣고 싶어 진다.
아라온이 가는 데로 함께 무대를 향해 이동한다. '우와...' 아까보다 무대도 더 자세히 보이고 음악 소리도 더 아름답게 들려온다. 아주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지휘자의 모습도 보이고 음악을 연주하는 단원들도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좀 더 뒤쪽으로는 합창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정말 좋은 공연이다. 무대는 점점 더 아름다운 소리와 함께 이제는 밝은 빛을 뿜어 내기까지 한다. 이 장엄한 공연을 계속 보고 싶지만 아라온에 몸을 실었으니 공연 마지막까지 하지 못한다. 화려한 공연 뒤에는 큰 아쉬움이 자리했다. 당시의 느낌을 사진으로나마 담고 싶어서 찍었다. 사진을 볼 때마다 그 공연장이 생각난다.
'참 아름다운 공연이었는데... 끝가지 봤다면 어땟을까?' 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